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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온 손님 ㅣ 모든요일그림책 8
박혜선 지음, 이수연 그림 / 모든요일그림책 / 2023년 3월
평점 :
#도서협찬
‘똑똑똑!’
누군가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토끼 마을의 문을 두드린다. 토끼들은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다양한 손님을 다정하고도 반갑게 맞는다. 숲으로 여행 가는 중인 다람쥐 손님과는 꽃밭에서 한참을 함께 뒹굴었고, 그늘이 필요한 달팽이 손님에게는 흔쾌히 ‘꽃그늘’과 ‘꽃잎의자’를 내어주었다. 길마다 올무가 있어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한 마을을 떠나온 고라니 손님들에게는 그들이 머물 안전한 ‘집’을 내어주었고, 긴 장마로 인해 집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오소리 손님들에게는 함께 파고 살아갈 ‘굴’이 많은 마을의 숲을 내어주었다.
저마다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님 모두에게 저마다 다른 자리와 같은 마음을 나눠준 토끼들. 그러나 자신들의 ‘것’과 ‘곳’을 기꺼이 내어주었던 토끼들의 마음에 불안과 분노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수많은 동물 손님으로 인해 자신들이 누릴 ‘것’과 ‘곳’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이전의 일상, 이전의 풍요, 이전의 환경이 수많은 손님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토끼들은 손님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모두 우리 마을에서 나가!”

그러나 외침은 곧 묻혀버리고 만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으로 인해 이전과는 달라진, 이전보다 풍요로워진, 이전보다 즐거워진 마을에서 뛰어놀게 된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에. 아이들의 ‘토끼답지 못할’ 변화를 달갑지 않아하는 어른들의 걱정을 날려버리는 아이들의 노래가 온 마을에 울려퍼진다. 손님과 주민의 경계를 지우고 손에 손을 잡고서 함께 노래 부르는 그때, 닫혀있던 기억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한다. 그 언젠가 토끼들 또한 ‘손님’으로서 누군가와 어딘가로부터 환대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도, 마을의 문도 다시 열리기 시작한다.
제주의 푸른 땅과 너른 밭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 모든 것이 파괴된 고향을 떠나와 머나먼 제주의 문을 두드렸던 손님들을 떠올리게하는 그림책. 낯선 손님들을 향해 적대와 배척의 말을 쏟아냈던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나 어딘가의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글과 그림의 아름다운 조화와 완벽한 결합은 서로 다른 ‘우리’와 ‘그들’ 모두를 포옹하고, 포용한다. 오해의 시선이 이해의 시선으로 바뀌어가도록, 적대의 마음이 환대의 마음으로 옮겨가도록 손에 손을 잡고서 함께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 그 안에서 자연스레 벗겨지는것은, 우리를 둘러싼 섣부른 편견과 서두른 배척의 ‘겹’이지 않을까. 그 안에서 자연스레 쌓이는 것은, 모두를 감싸안는 다정한 환대와 따스한 연대의 ‘겹’이지 않을까.

*모든요일그림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