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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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내어주는 ‘사이’의 시공간에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관조해온 정여울 작가의 신작. 마치 “문학이라는 현미경(p.159)”의 체험기처럼 느껴졌던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위로는, 누구나 ‘문학한다’라는 동사의 주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종이를 엮어 만든 책의 형태와 소설이나 시의 모습으로만 문학을 한정 짓지 않도록, 작가는 기꺼이 문학의 경계를 해체한다. 그러고는 다시 모은다. 일상 속의 무수한 ‘문학적’인 순간들을. 내 빛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모든 것들. 내 빛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모든 것들.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만나고, 나를 격려하고, 나를 담금질하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모든 것들. 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남의 불행을 무시하지 않고, 가만히 서로의 곁을 지킬 용기를 얻게 하는 것들. 그 모든 것이 문학이며, 그 모든 것에 등지지 않는 삶이 바로 ‘문학하는 삶’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연대와 공감이 있는 자리에 비로소 문학이 있다(p.255)”는 것을 아는 이가 써 내려간 모든 기록과 사진이 말한다. 언제 어디서든 나와 너의 삶은 교차될 수 있다고. 하나의 천에서 얼마든지 함께 직조될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 가끔 아니 자주 우리가 절실히 구득해야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이 책의 단점 아닌 단점은 딱 하나. 다 읽고 난 후, 온라인 서점 사이트의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가 풍성해진다는 것. 동네 도서관 사이트에서의 검색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 그뿐이다.




📚p.17-18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에 오직 작은 부분만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내게는 이 문장이 던지는 화두가 '문학은 왜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아름다운 대답처럼 들린다. 우리 안에 1000개의 가능성이 있다면 수많은 사람이 그 중에 10개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 나머지 990개의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십중팔구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 안에 숨 쉬고 있는 1000개의 가능성을 하루하루 버리며 살아간다. 문학은 그 '나머지'의 소중함, 990개의 아름다운 꿈을 일깨운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안타까이 사라져 가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이 곧 우리 자신임을 문학은 끊임없이 일깨운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깨닫게 하는 존재가 바로 문학이 아닐까.


📚p.76-77 / 

문학에는 전혀 실용성이 없다고, '문학 하는 사람' 되면 굶기 십상이라고 타박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피비의 따스함과 홀든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다. 문학은 홀든처럼 세상에 이름 붙이기 힘든 꿈을 지닌 사람들을 끌어안는다고. 문학은 피비처럼 세상에 기댈 없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고. 누군가의 절망을 보듬어 희망으로 바꿔내는 힘은 어떤 화려한 실용성보다 아름다운 가치니까. 문학은 언제 절망이라는 벼랑 아래로 추락할지 모르는 우리를 온몸으로 떠받쳐 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니까.




* 하니포터 5기 자격으로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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