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계절의 선물같은 14마리 시리즈

14마리의 겨울나기 ㅣ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12월

14마리 그림책 시리즈와 함께 계절을 지나가고, 계절을 떠올리고, 계절을 기다리는 우리집 여섯살 어린이. 올해 이 아이가 가장 사랑한 그림책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단연 ‘14마리’ 시리즈라고 답할 수 있겠다.

작금의 시대에서 쉽게 보기 힘든, 대가족‘안’에서의 항상성 짙은 일상. 계절과 함께 보내야 하고 계절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주기성 짙은 일상. 이 모든 일상의 면면이 14마리 시리즈 책들의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그림체와 편안한 색채로 담겨 있다. 더불어 매 페이지 하단에 위치해있는 한 문장 남짓의 간결한 묘사와 대사는, 그림 속에 빠져든 아이들의 다채로운 감상을 저해하지 않는 사려 깊은 장치로 작용한다. (참고로, 지난 여름부터 조금씩 한글을 떼기 시작한 아이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스스로 소리내어 읽은 ‘첫 책’이 바로 이 열네마리 시리즈였다. 자신에게 읽는 이로서의 ‘첫 뿌듯함’을 선사한 책이니, 아이는 이 책들을 더욱 깊이 사랑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다.)

아홉찌와 열찌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찾아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 자신보다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이는 매번 아가 생쥐들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며 귀여워한다. 책을 펼칠 때마다 곳곳에 새겨진 가족 간의 따스한 배려와 웃긴 장난을 찾아내는 아이의 얼굴은 해사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는, 모두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도. 생쥐들도. 

하얀 눈이 가득 쌓인 창밖의 풍경을 마주하고 나서야 ‘이야, 이제 진짜 겨울이 왔어!’ 하고 소리치며 좋아했던 아이는, 때맞춰 받아든 『14마리의 겨울나기』 책과 함께 집 안팎에서 할 수 있는 겨울 놀이들을 배우고 따라했다. 친구와 함께 노는 즐거운 기분을 고사리손으로 만끽하며. 

14마리 시리즈 그림책을 통해 만나고 모을 수 있는 또다른 기쁨을 소개하자면, 바로 책을 감싼 띠지 안쪽 에 그려진 열네마리 생쥐 가족을 소개한 그림들. 시리즈가 완간될 때까지 고이 띠지들을 모아놓고, 이후 모든 띠지들을 액자 안에 넣어 집안 한쪽 벽에 소중히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다. 

매 계절마다 만난 열네 마리 생쥐 가족의 일상은 아이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어른의 계절까지 아름답게 물들인다. 우리의 곁에 있으나 바로 바라보지 못한 계절과 자연의 색, 향, 음을 소개하면서. 더불어 내 곁에 있으나 자주 바라보지 못한 소중한 이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하면서.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며 매번 새로 비우고 채우는 우리집 책장. 그곳의 한 자리를 늘 차지하고 있을 14마리 생쥐가족의 이야기. 아이 뿐만 아니라 ‘나의’ 그림책이라고도 단언할 수 있는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한 권 한 권이 계절의 선물 같은 책들이기에, 내년에도 계속해서 출간될 여러 권의 14마리 생쥐가족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