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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은 함박눈 ㅣ 다림 청소년 문학
윤이형 외 지음 / 다림 / 2021년 6월
평점 :
“‘무엇을 좋아하는가’에도 목표와 전략과 계획이 필요한”(p.13)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개별적 욕구와 소망의 주체로 살지 못 하고 자신만의 ‘무엇’을 잃어버리고만 있는 어른들에게 그렇게 살기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닿을 때, 그 울림은 어른들의 삶에 어떤 파동으로 퍼져나갈까.
청소년기.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주입하는 ‘정상적 사회인’으로서의 사고와 행동의 틀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시기. 일방적이며 획일화된 각종 사회 시스템에 의문을 품고 소위 ‘반항’이라 여겨지는 언행을 자주 보이는 시기. 이 시기를 지나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많은 어른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결국은 이것도 다 지나가는 한 때일 뿐이라고 쉬이 말하곤 한다.
아이들의 고민과 의문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세상이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진짜 중요한 것’을 보지 못 하는 어른들을 진심으로 믿고 존중할 수 있을까.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듯한 어른들의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어떻게 얻고, 어떻게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 세대가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내어줄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은 그들을 향한 충분한 관심과 인정, 이해와 존중의 마음이 아닐런지. 각자 자신의 생각과 마음의 정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그저 지켜보고 응원해달라고 말하는 듯한 (청소년의 시점에서 쓰여진) 다섯 편의 글은 그 응원의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와도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진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어른들. 세상이 더 망가지지 않도록 옳은 시선과 마음, 말과 행동을 내보여야 할 책임을 지게 된 어른들에게 이런 글들은 친절하고도 단호한, 상세하고도 간단명료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수많은 어른들 또한 이런 진심 어린 응원이 간절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진짜 ‘나’로 살지 못 하는 삶을 두려워하는, 혹은 진짜 ‘나’를 드러냈을 때 이해 받지 못 할 것을 두려워하는 어른들. 마음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 앞에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먼저 떠올리며 스스로 자신의 자격을 낮추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저버리는 어른들. 다수와 주류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찐따’와 ‘관종’이 되어 조롱과 비아냥을 받고 있는 어른들. 자신만의 용, 자신만의 춤,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향을 되찾아야 할 어른들. 우리 모두에게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자신만의 온도’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서로의 응원이 절실하다.
‘강요되는 불안’ 앞에 자유롭지 못 한 지난 날과 오늘 날. 한껏 위로해주는 아이들의 단호하지만 따스한 말과 마음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문학’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을 접할 때마다, ‘어른이’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마음들이 내 안에 고요히 와닿는 것을 느낀다. 따스한 마음의 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 다림출판사 에 감사의 표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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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님이 세상에 내보이는 마지막 글을 읽으며, 작가님이 다시 펜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습니다. 작가님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글은 아이가 저보다 강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살길 바라는 엄마로서의 제 마음에 계속해서 되새기고 싶은 잠언처럼 다가왔어요. 아이 앞에서 제 욕심과 불안의 감정이 튀어나올 때마다 작가님의 글을 펼쳐볼게요.
(이 책은 다림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