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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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현실과 시대상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문장 앞에 이 책을 놓아둔다면, 서로가 서로를 의문의 눈빛으로 쳐다볼 것 같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현실이 뭔데? 네가 주장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리얼리티가 대체 뭔데?’ 하며 서로 물을 것만 같다. 현실을 오롯이 담아낸 책들을 그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황당하고 기발한 문체와 흐름으로 곳곳에 현실의 상징을 새겨넣은 책은 처음이라고 고백해본다. 이야기의 진행이 현실인지 픽션인지 쉽게 구분 되지 않는 것도, 크고 작은 환상을 현실이라 믿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도, 모두가 다 ‘리얼리즘’의 반영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불쾌한 현실을 유쾌하게 적어내려간’ 책이었다.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이들의 현실의 모먼트를 유쾌하게 표현한 작가는 그저 작가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며 이 글을 써내려 갔을 것이다. 나는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흐름을 그저 따라가며 순식간에 책장을 모두 넘겼고, 그 결과 내게 남겨진 단어는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모두가 그러하듯) ‘똥’이었다. 이 빌어먹을 ‘똥’이라는 상징으로서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의 구조와 모순, 그리고 보일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희망까지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와 시도에 감탄을 표한다. 책들 사이에서 활짝 웃고 있는 곰돌이의 얼굴 뒤에 숨겨진 건 아마 작가의 근심 어린 얼굴이 아닐런지. 한없이 가벼워보이나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자의 고민이 가득한 얼굴. 그 얼굴로 이렇게 외치겠지. “똥!”

*이 글은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소설은 현실의 상징입니다. 상징이 바로 리얼리티라고요. 당신은 훌륭한 리얼리즘 소설을 쓴 겁니다. - P127

같은 제목의 책을 쓴다고 해서 누가 몰라볼까? 묻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순진무구한 인간의 꿈을 무참하게 무너뜨리는 것만큼 잔혹한 건 없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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