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윗집과 옆집, 대각선 집에는 모두 어린이들이 살고 있거나 그들의 조부모가 살고 있다. (참고로 우리 집은 1층) 그래서 모두가 가정보육을 택했던 시기에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종일 온 천장과 벽이 울려댔다. 서로의 눈치를 그나마 덜 보고 살 수 있는 환경(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니)이라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냈지만, 집 안에서만 한 달 넘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답답함은 집 안에서 뛰어다니는 걸로는 절대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역병으로 인해 부모의 업무 환경이 바뀌고 아이의 사회 생활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 하게 되어 집 안에서 온 가족이 머무르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재택근무중인 엄마, 심심한 일상에 핸드폰을 붙잡고 동영상만 보는 오빠. 그런 오빠와 함께 옷장 속에서 들리는 소리의 주인을 찾아 함께 옷장 문을 열어보자고 말하는 동생. 옷장 속에서 튀어나온 공룡들과 함께 신나게 놀다가 만나는 반전까지. 집 안에서 아이들이 느낄 답답하고 힘든 상황을 공룡과 함께 신나게 노는 유쾌한 재미로 그려낸 경혜원 작가님의 그림책 ‘쿵쿵’을 시공주니어의 지원을 받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경혜원 작가님의 전작 #엘리베이터 처럼 수많은 공룡들을 만날 수 있는 ‘쿵쿵’책. 정체를 숨긴(?) 공룡들을 하나씩 만나는 그 과정은 작가님의 공룡책 시리즈가 갖는 최고의 재미 포인트다. 공룡과 주인공들의 표정, 옷이나 피부의 색까지 유심히 살피며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작가님이 숨겨놓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 기쁨은 엄마에게도 유효했다. 하지만 아직 세심하게 그 모든 포인트를 찾아내고 이해하기 힘든 우리 집 다섯살 어린이는 그저 엄마가 실감나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평소 집에서 뛰어다닐 때 ‘우리 집 공룡이 어딜 그렇게 바쁘게 뛰어가나~’ 하고 엄마와 공룡 흉내를 내며 함께 놀던 아이였기에, 책 속의 친구들이 수많은 공룡들과 함께 집 안에서 쿵쿵거리며 즐거이 노는 모습만으로도 다섯 살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건 충분했다. 덕분의 엄마의 성대는 며칠동안 이 책과 함께 열심히 일해야 했지만. #엘리베이터, #촛불책에 이어 우리 집 책장에 자리잡게 된 작가님의 세번째 그림책. 아무래도 작가님의 그림책들을 언젠가는 다 모으지 않을까 싶다. 어느 한 작가의 작품이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싶은 욕구가 드는건 줄글로만 채워진 문학작품이나 아이의 시선에서 그린 (그러나 어른들도 충분히 읽고 사유할 수 있는) 그림책이나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