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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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과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교육기관 ‘소년원’. 그 곳에서 지내는 아이들 중에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 한 이들을 대상으로 1년 간 국어수업을 진행한 서현숙 선생님의 기록이 담긴 책을 사계절출판사로부터 좋은 기회를 제공 받아 출판 전 먼저 읽게 되었다.

소년들은 일주일에 한 번 듣는 국어 수업에서 ‘환대’를 받으며 사람이 사람을 반갑게 맞고 정성껏 대하는 마음을 배웠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받아 본 경험이 없는 환대. 삭막한 소년원에 들어와서야 처음으로 환대가 무엇인지 배운 것이 슬펐고, 지금이라도 환대가 무엇인지 체득하게 된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소년들은 수업을 통해 여러 책을 읽으며 타인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의 영혼이 뿌리까지 썩은 것이 아니라면, 그 영혼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우리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다루기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그러나 소년들에게는 항상 결핍되어 있는 ‘무엇’들이 너무나 많기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나를 울게 했던 아이는 17살의 민우였다. 17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민우에게 책을 읽어준 사람이 없었던 민우. ‘어른이 책을 읽어준 기억이 전혀 없는’ 이 아이의 삶은 얼마나 슬프고 아팠을지. 책의 결핍은 곧 사랑의 결핍일테고, 그 결핍은 결국 민우를 이 곳으로 이끌었을 터. 이 결핍을 가정이 채워줄 수 없다면, 학교와 사회가 체계적인 제도를 갖춰 아이들의 결핍을 채워주어야 한다. 사회의 구성원인 아이들은 결코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므로. 

이전과 다르게 살고 싶지만,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을 제대로 알기 전부터 필터링하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돌아가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는 가정 환경. 죄를 짓고 문제를 일으켰으니 그저 투명인간처럼 어딘가에서 (혹은 소년원에서) 지내길 바라는 사회의 분위기.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환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소년들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었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 이 곳에 들어온 소년들. 자신의 죄를 부끄러이 여기고, ‘형량’으로 죄값을 치루는 동안,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 학교로서의 ‘소년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소년원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은 배제하고,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무작정 긍휼히 여기거나 그들의 죄값을 가벼이 여기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아이들을 만날 때 느꼈던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함으로 인해 소년원 안에서 또 다른 징벌을 받는 아이들의 과오 또한 꾸밈없이 밝혔다. 갇힌 곳에서 각자의 죄값을 치르며 지내는 동안 소년들의 손에 쥐어진 책 몇 권으로 삶의 의지를 다지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돌보는 마음을 품길 소망하는 선생으로서의 마음도 담담하게 고백했다. 

사회에 나가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게 만들고, 그 일을 꿈꾸며 자신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게끔 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든 하게끔 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품을 수 있도록 도와 준 ‘책’. 여러 권의 책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너비도 조금 더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저 안 보이는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소년들이 숨어있길 바랐던 나의 마음 한 구석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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