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큐레이터 - 뮤지엄에서 마주한 고요와 아우성의 시간들 일하는 사람 8
남애리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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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직업시리즈 #큐레이터 #소소하게큐레이터 #문학수첩 #진로 #진학 #고등학생추천도서 #북스타그램 #책추천 #도서협찬 #일하는사람시리즈

작고 쉽고 가볍게 읽히는 책이다. 이 시리즈는 늘,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준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이 꼭 읽어야할 책이다. 어떤 진로의 화려한 겉면만이 아니라 꼬질한 에피소드까지도 잘 보여준다.

올해 미술반 담임을 맡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눈과 뇌와 손의 불협화음이 늘상 일어나는 사람으로, 쉽게 말하면 미술 잼병이란 뜻이다. 그런 내게 늘 로망처럼 멋진 사람들이 예술가들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못하는 미술반의 수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다. 내가 부족한 능력을 채워주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니! 그럼 나도 이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그런데 나는 성향상 미술은 못해도 기획은 잘 하니까...큐레이터가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나는 우리 반의 큐레이터니까. 우리 아이들의 예술 세계에 다는 못 다가가더라도 이어져있고는 싶어서. 미술은 못하지만 이어져있고 싶어...

그런 바람이 닿아서 감사히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일단 큐레이터님이 자분자분하게 자기 이야기를 참 잘 풀어내신다. 필력이 좀 쩌신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렇게 작고 쉽고 필력 쩌는 책의 책장이 무겁다니? 어떻게 한 장 한 장 내 얘기 같을 수 있지? 내 직업이 정말로 큐레이터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담임과 큐레이터는 닮아있었다. 특히나 담임이라는 게, 겉으로 우아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잡일 보스라는 점에서. 소소하게라고 썼지만 전혀 소소하지 않은 기획자라는 점에서. 작은 공동체 안에서 이것 저것 일인 다역을 뚝딱뚝딱 해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한 반을 큐레이팅하는 일이 담임의 역할이었구나 하는 점에서. 일 년을 너무나 공들여서 기획하고 만들어내지만 그 아이들을 올려보내고 나면 남는 빈 전시실 같은 교실을 생각하면. 작품하나하나에서 아름다움을 뽑아내고 작품 덕후가 되는 것처럼 아이들 하나하나에서 귀함을 뽑아내고 우리 반 덕후가 되는 것처럼. 하나하나 살아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있는 그런.처음에는 자신감만 넘쳐서 패기로 일하지만 점차 애매한 전문가가 되어서 배울 것만 잔뜩 많아지는. 절대 부캐가 필요한. 코로나가 닥쳐서 뜻하지 않게 갑자기 원격 장인이 된. 그 와중에 문화와 교육은 소외 계층에게 가장 멀고 박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까지도 소름 돋게 우리는 닮아있었다. 큐레이터가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직업이라니.

사람 사는 건 참 다르면서 비슷하다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번지듯이 내 세계를 넓혀간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이들을 기획하는 큐레이터였다는 것을, 내 큐레이션에 따라서 아이들과의 시간이 여러 색의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나는 내가 늘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직업은 다채로운 색깔이라는 것을 큐레이터님의 진솔한 글빨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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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어게인 - 다시 꿈꾸던 그곳으로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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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여행을 하면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과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타고는 P성질을 하드캐리해줄 프로 계획러
-그게 아니라면 나의 우유부단함과 유교걸스러움을 톡톡 깨줄 수 있는 파워 추진러
-여행지를 그저 거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마다 뭐가 맛있고 뭐가 중요하고 뭐가 좋고 뭘 꼭 봐야하고를 알고 있고 그걸 나한테 말해줄 지식인 수다러
-가끔은 고즈넉하게 걸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핫플과 맛있는 집을 추천해줄 수 있는 내 마음 귀신 탐색러
-사진 잘 나오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있고,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아니 조금만 더 가면...해줄 수 있는 포토그래퍼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는가? 그럴까봐 그런 언니 하나가 책구름에서 책을 냈다. 어디든 가고 보는 프로 여행러 언니.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의 K-장녀, 타고난 쫄보기질과 길치력과 무계획성, 부족한 외국어 실력이라는 다양한 핑계로 인해 여행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치만 또 파워P로서, 던져지면 그 상황에서 탁월하게 상황을 즐기고 끌어나갈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늘, 나만의 여행을 꿈꾼다. 최근에 꽤 인상 깊게 읽은 #이다혜 작가님의 글에서, 혼자 꼭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럴 틈을 노리고 있다. 아직 여러 모로 어른이 못 된 이유 중 하나가 용기있게 떠나보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나에게 정말 선물처럼 주어진 책이 바로 이 책, 트래블 어게인이다. 나에게 한 번도 쉽지 않은 트래블의 어게인이라니. 너무 멋있다. 제목만으로 이미 반했는데, 내용은 더 멋있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아껴읽느라 몇 챕터 남겨놨다. 진짜로 다 읽어버리면 좀 서운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여행지마다 저자의 감상뿐 아니라 풍부한 지식이 더해지고, 지식이 가르치듯 적힌 것이 아니라 정말 같이 여행하는 언니한테 같이 걸으며 듣듯이 적혀있는 데다가, 적절한 사진도 컬러풀하게 들어있어서 마음이 탁 트인다. 당장이라도 이렇게 걷고 싶어서 오늘 당장 떠날 수 있는 서울의 모처에는 이렇게 닮은 곳이 없는가 고민해본다. 반대로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이런 도시일까?하고 생각해보고, 저자가 만난 친절한 외국인들처럼 나도 여행자들에게 친절한 외국인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로망과 희망이 담긴 책. 여행의 시작 한 발짝을 떼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떼기만 하면 이런 세계가 펼쳐져있다는 희망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온갖 좋은 것들을 조목조목 알려줘서 초행길이라도 좋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듯이 놓치지 말아야할 요소들을 잘 챙겨보고 올 수 있게 해줄 책. #책구름출판사 가 작정하고 만든 것 같은 언니의 여행 가이드 #트래블어게인 . 책을 펼치는 순간 함께 멋진 언니와 세계 곳곳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몽글한 감동을 느끼며, 나는 아껴놓은 챕터를 마저 눈에, 마음에, 귀에 새기러 가야겠다. 그리고 나도 얼마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책읽는 사람이 될 줄 몰랐던 것처럼,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 앞으로는 여행 잘하고 아는 거 많은 이렇게 멋진 언니가 되어야지.

#서평단 #도서제공 #책구름출판사 #트레블어게인 #여행 #책추천 #북스타그램 #외국여행 #여행가이드 #여행지식 #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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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어게인 - 다시 꿈꾸던 그곳으로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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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여행을 하면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과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타고는 P성질을 하드캐리해줄 프로 계획러
-그게 아니라면 나의 우유부단함과 유교걸스러움을 톡톡 깨줄 수 있는 파워 추진러
-여행지를 그저 거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마다 뭐가 맛있고 뭐가 중요하고 뭐가 좋고 뭘 꼭 봐야하고를 알고 있고 그걸 나한테 말해줄 지식인 수다러
-가끔은 고즈넉하게 걸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핫플과 맛있는 집을 추천해줄 수 있는 내 마음 귀신 탐색러
-사진 잘 나오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있고,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아니 조금만 더 가면...해줄 수 있는 포토그래퍼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는가? 그럴까봐 그런 언니 하나가 책구름에서 책을 냈다. 어디든 가고 보는 프로 여행러 언니.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의 K-장녀, 타고난 쫄보기질과 길치력과 무계획성, 부족한 외국어 실력이라는 다양한 핑계로 인해 여행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치만 또 파워P로서, 던져지면 그 상황에서 탁월하게 상황을 즐기고 끌어나갈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늘, 나만의 여행을 꿈꾼다. 최근에 꽤 인상 깊게 읽은 #이다혜 작가님의 글에서, 혼자 꼭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럴 틈을 노리고 있다. 아직 여러 모로 어른이 못 된 이유 중 하나가 용기있게 떠나보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나에게 정말 선물처럼 주어진 책이 바로 이 책, 트래블 어게인이다. 나에게 한 번도 쉽지 않은 트래블의 어게인이라니. 너무 멋있다. 제목만으로 이미 반했는데, 내용은 더 멋있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아껴읽느라 몇 챕터 남겨놨다. 진짜로 다 읽어버리면 좀 서운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여행지마다 저자의 감상뿐 아니라 풍부한 지식이 더해지고, 지식이 가르치듯 적힌 것이 아니라 정말 같이 여행하는 언니한테 같이 걸으며 듣듯이 적혀있는 데다가, 적절한 사진도 컬러풀하게 들어있어서 마음이 탁 트인다. 당장이라도 이렇게 걷고 싶어서 오늘 당장 떠날 수 있는 서울의 모처에는 이렇게 닮은 곳이 없는가 고민해본다. 반대로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이런 도시일까?하고 생각해보고, 저자가 만난 친절한 외국인들처럼 나도 여행자들에게 친절한 외국인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로망과 희망이 담긴 책. 여행의 시작 한 발짝을 떼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떼기만 하면 이런 세계가 펼쳐져있다는 희망으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온갖 좋은 것들을 조목조목 알려줘서 초행길이라도 좋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듯이 놓치지 말아야할 요소들을 잘 챙겨보고 올 수 있게 해줄 책. #책구름출판사 가 작정하고 만든 것 같은 언니의 여행 가이드 #트래블어게인 . 책을 펼치는 순간 함께 멋진 언니와 세계 곳곳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몽글한 감동을 느끼며, 나는 아껴놓은 챕터를 마저 눈에, 마음에, 귀에 새기러 가야겠다. 그리고 나도 얼마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책읽는 사람이 될 줄 몰랐던 것처럼,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 앞으로는 여행 잘하고 아는 거 많은 이렇게 멋진 언니가 되어야지.

#서평단 #도서제공 #책구름출판사 #트레블어게인 #여행 #책추천 #북스타그램 #외국여행 #여행가이드 #여행지식 #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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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파수꾼입니다 - 조국 독립에 평생을 바친 16인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은동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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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초록비공방 #나는대한민국의파수꾼입니다 #역사 #추천도서

몇 번을 다시 봐도 부족할 역사 속 사진 컬러링 작업.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꽤나 오래 고민했다. 이 책은 한 장 한 장 꼭꼭 씹어먹고 싶은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국어와 역사를 전공했지만, 내게도 외울 것이 많은 중국사나 한국 근현대사는 어려운 파트였다. 게다가 유독 사상 검증의 흔적이 많은 파트이기도 했다. 조심스러운데 외울 것도 많다니. 아마 지금도 숱한 학생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열심히 외우면서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근현대사에 외울 것이 없다면? 물론 예로부터 군주의 존재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 태평성대라고는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 나라는 그런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침략의 역사가 계속되어왔다. 그렇다면 외울 것이 없는 역사는 그저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고, 정복당해버리는 역사였을 것이다. 그만큼 열강들의 압박에도, 세계적인 흐름에도 옹골차게 저항해온 역사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우리가 나라의 모양새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복잡한 저항의 역사들이 있었더라면, 아마 우리는 분단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싸운 사람들의 사진을 가끔 본다. 독사진도 있지만 함께 항거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역사는 때로 '사건'의 기억이어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에 주목한다. 그런데 무언가를 준비해본 사람은 안다. 그 '사건'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 얼마나 무수한 준비가 필요한지. 임시 정부 하나를 만드는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임시정부가 생겼다!고 공포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폭탄 하나를 던지는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 폭탄을 공수하고 답사를 하며 거사일을 논의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는지,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며 똑같은 목숨을 걸고 서로에게 의지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간과해왔다.

이 책은 그런 '사건'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채색해준다. 따지고보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목숨들도 아니었고, 정말 중요한 일을 했는데도 '사건'의 전면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순위가 밀린 얼굴들.
그 얼굴들을 그 시간을 되짚고 되짚으며 채색해나간다. 김구가 임시정부를 꾸리던 같은 시간에 김가진이 있었고, 또 신규식이 있었고, 이종욱이 있었고, 이동녕이 있었다. 김구의 곁에는 늘 엄항섭이 있었고 이회영처럼 김철이 가산을 털지 않았다면 임시정부는 건물을 빌리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안 이름이지만 같은 시간을 계속 반복해 보다보니 그들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 색채로 떠올랐다.

마치 같은 영화를 처음 보면 주인공과 사건의 서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지만, 두 번 보면 조연의 서사가 보이고, 세 번 보면 음향도 효과도 감독의 킥도 보이는 것처럼.

아마 지금을 살아가는 누군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라를 빼앗기는 게 무슨 의미냐고.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뜬금없지만 나는 코로나 정국이나 현재의 세계정세에서 답을 찾고 싶다. 어깨 너머로 배운 명리학에서는 자신의 본질과 명운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자신의 본질은 대운수를 이길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대운수라도 국운이나 세계 정세 같은 천재지변은 이길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특히 엄항섭의 사례에서 느꼈는데, 엄항섭 같은 천재가 나라가 온전할 때 났다면, 지금 같은 시대에 났더라면 훨씬 더 큰 일을 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기 벅차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감사히 각인되어야 할 사람들인 만큼, 그러나 아직은 그 감사의 영역에 노다지가 너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역사의쓸모 를 들으면서, 요즘 #밀리의서재 에서 #여성독립군열전 #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 등을 들으면서 아직 더 주목받아야할 여성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했고, 아무리 역사가 정치적인 것이라지만 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에 대해서 문학에서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왜 역사에서는 사상적인 잣대를 그렇게 들이대어 그들의 공훈까지 잊히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상적으로 현재와 맞지 않더라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왜 역사에서만 인정하지 않는지도.

그 귀한 시간들은 몇 백 번을 되돌려 들어도, 들으며 들으며 계속 사람을 발굴해내도 충분하지 않다. 여태 별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역사 속에서 감사하고 귀한 이들을 발굴해내고, 기억해내는 작업의 소중함을 알려주신 #은동진 선생님과 #초록비공방에 감사드리고 귀한 시간 주시고 기다려주신 #초록도비 님께도 감사드린다. 더불어 위에서 설명하면서 '이회영 처럼 김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는데, 우리의 발굴이 계속되어서 마침내 '처럼'을 떼고 이 책의 인물들을 언급하였을 때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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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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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현암사 #이다혜 #이다혜작가님 #어른이되어더큰혼란이시작되었다 #책추천 #북스타그램

자신이 맞은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덤덤하게 그 혼란을 정리해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걸 이 책이 해낸다. 이다혜 작가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최근에 책 추천 의뢰를 받았다. 글 조금 읽는 척한 것을 귀엽게 보셨는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는 부장님께 책을 추천한 일이 집에 가며 생각해보니 유치원생들이 자신이 읽은 그림책을 내게 진지하게 추천한 느낌이라 갑자기 있는 척한 내가 부끄러워 없는 이불을 발로 뻥뻥 찼지만(유치원생들은 귀엽기라도 하지 나는?), 나는 그때 자신있게 이 책을 추천했다. 그랬더니 바로, "이다혜? 시네21 기자 아닌가? 그 사람 글 시원시원하게 잘 쓰는데."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확한 말이다. 이 책은 정말이지 시원시원하다.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찾아왔다.'는 말은 진리의 명제이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기가 싫었다. 기억들이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는데, 나는 지각해서 학교에 가던 8살 어느 날, 텅빈 등굣길에서 어른이 되기 싫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막막해서. 어른이 되기 싫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른 안 하고 싶다. 또한 점차 넓어지는 시야가 넓어진 게 맞는 건지, 시야가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인지조차 사실 모르겠다. 예전에는 시야가 넓어지는 게 마냥 좋은 줄 알았는데 요즘은 모를 수 있는 건 모를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살면 변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생각 많이 하고 살아야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이 세계의 고민을 다 짊어진다고해서 세계가 단박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필연적으로 우리는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며, 혼란을 받아들여야한다. 교실에서 우스개로 하는 말로 "나이를 먹을수록 망하는 스케일이 커져."라고 하는데 사실이다. 끽해야 시험이나 망하던 때랑은 이제 망할 수 있는 것의 차원이 다르다. 그런 혼란 속에서 남의 일일 줄만 알았던 일들의 '남'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그럴 거라면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럴 때 이 책은 좋은 각성제가 되어줄 것이다. 가이드라고 하려다가 그 표현은 넣어두었다. 작가님이 '가이드 없음, 전진 가능'이라고 하셨으니까.

우리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봐왔는지, 작가님과 사뭇 겹치는 세대를 살아왔을(이라고 말하면 매우 건방진 느낌이지만) 내가 국어를 가르치며 많은 작품들을 이렇게 가르치는 게 맞는가? 고민해왔던 것에 대한, 막연하게 불쾌했던 기분을 작가님은 조곤조곤 자분자분 시원하게 표현해주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막 어 막 뭉글뭉글한 것을 언어로 표현된 것을 보았을 때의 시원함에 대해 다들 알 것이라, 바로 이 책이 내게는 그랬다는 말을 하고 싶다. 대체 '메밀꽃 필 무렵'이 왜 아름다운 소설인지, 똥을 서정적인 포장지로 싸면 똥이 아닌 게 되는 건지. 시대의 프레임 속에서의 해학이 얼마나 폭력적인데 이걸 웃음유발 장치로 그대로 가르쳐도 되는 건지. 밑줄 치고 이게 해학이다 하는 게 아니라 해학의 본질을 가르치고 현재의 해학을 찾도록 하는 게 맞는 거 아닌지. 그런 고민들을 해왔을 때 내가 유별난가 했던 것을,<무진기행>을 두고쓴 너무나 잘 표현된 글로 만나니 가슴이 뻥 뚫린다. 글 잘 쓰고 싶다. 박식하고 싶다. 이다혜 작가님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혼란은 사실 끝나지 않는다. 왜냐면 그 혼란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죽은 물고기만이 흐름을 따라간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만 그저 오래 있으면 어지럽고 지치기만 하니까.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세상을 넓혀나가면서 내 삶을 잘 살아나가고 나아가 작가님처럼 든든하고 멋진 여성 어른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나가야할 사람으로서 더 많이 혼란하고, 더 많이 깨어지며, 중심을 찾아가는 글을 써서 눈물로 건네는 최초의 악수를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더 많은 동시대의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아니 남성들도 모두 다. 쉽고 설득력있게 혼란 속 틈을 만들어주는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읽으시라. 혼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책을 타고 나오면 책장을 덮을 때는 좀 더 넓고 혼란스러우나 모두가 함께 행복하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단서를 조금은 얻을 수 있는 세계에 나와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나 명쾌해서 돌아갈 순 없으니까, 꽉 잡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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