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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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누구나 가슴에 하나쯤은 안고 있는 예민함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

나이를 먹으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사람은 정말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원체 사람과 교류하거나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모두 좋아하고 매년 수백 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사람을 기본적으로 접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인간의 삶에 대한 임상이 남들에 비해 빠르게 누적되는 편인데 신기하게도 사람을 많이 보면 볼수록 사람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포용하는 것과는 다른 이해다. 사실상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가슴으로 포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황과 맥락을 뺀 일반화는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단정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똑같이 어떤 시험에서 90점을 맞은 사람이라도 타고난 환경, 공부량, 지능, 이해도, 상황, 맥락, 심지어 타고난 운까지 모든 것이 다 달라서 바로 다음 일도 같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과 같이 말이다.

사실 우리는 어딘가 다들 이상하고, 찌질하고, 미쳐있다. 그런 면을 남들이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또 드러나는 성격이 거칠지만 의외로 합리적이고 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멀쩡해 보이고 소심하고 순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요즘 말로 은은하게 돌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자기 혼자 아는 특이하고 이상한 면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면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고치고 싶은 면이면서도 동시에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라 그게 쉽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역린처럼, 그 면을 꽁꽁 싸매고 배회한다. 이런 나도 사랑해줘. 아니면 이런 나는 사랑 받지 못할 거야. 나 어디 아픈 걸까? 나 혹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확실하게 감각적 고통을 수반하는 몸과 달리 마음의 고통은 정량화되지도 않고 사람마다 그 형태가 너무 달라서 마치 민간요법처럼 진단되고 멋대로 결론내려지는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골든타임도 많이들 놓치고, 혹은 만성적으로 아프거나 스스로 이상한 사람, 남들과는 다르고 어딘가 아픈 거 같지만 병원에 가서 진단받을 만큼은 아닌 예민한 사람으로 결론을 내버리고 말기도 한다. 막연하게도.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다름'과 '특징적임'이 예민함으로 함께 묶여 사람을 위축되게도, 고통받게도 한다. '예민함'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모두가 무엇엔가 예민하고 어디엔가 미쳐있는 게 맞다면 이왕이면 스스로를 잘 이해해서 곱게 잘 미치면 그게 삶의 방향을 예민하게 잘 찾아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도, 우리는 그러기 전에 스스로를 억누르고 단속한다.

나는 이 책을 학부모님들과, 학생들과 같이 읽고 싶어졌다. 이 말은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뜻이고, 많은 사람들이 무겁게든 가볍게든 한 번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보통 책을 추천할 때는 본인에 해당하거나 그가 이해해야 하는 타인에 해당하는 책을 추천해주게 되는데 세상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면 자신도 타인도 똑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예민함을 무작정 나쁜 것으로 치부해서 경계하고 보기보다는 그 예민함과 다름을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올바른 설명서를 얻는 것과 같아 그 특성을 더 사랑하고 좋게 활용해 우리 삶의 틈들을 깨어질까봐 전전긍긍해할 균열이 아닌 꼭 필요한 숨구멍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우리의 예민함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우리 아이가 원래 순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돌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 요인이 '자극'요인이 될 수도 있고, 학교 폭력 등의 심각한 외부 요인이 있다면 제거해주는 게 맞겠지만 대체로는 큰 오해다. 대체로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대체로는 경향성을 따르게 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돌변으로 보이는 그 특이함은 사실은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 발현된 모습일 수 있다. 그 사람의 예민함 말이다. 오해할까봐 말하자면 학부모님들을 탓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학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를 두둔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학부모님도 아이가 타인이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또한 예민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이고 어느 방면으로 예민하냐의 차이일 뿐인데 왜 얘는 이렇게 예민할까? 하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물론 예민함을 다듬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에서는 조절할 필요가 있겠지만.

보통 "아니 왜 그렇게 예민해?"는 욕으로 쓰인다. 예민함을 금기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민함은 금기가 아닌 각자의 특성이다. 짜여진 AI가 아닌 사람은 다들 예민하다. 그렇게 예민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너는 그 부분이 예민한 사람이구나? 할 일이다. 그 예민함이 타인에게 이유없이 유해할 때는 고칠 일이지만 그것이 특성이라면 존중할 일이다. 예민함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생활 속에 있다. 각자의 예민함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예로부터는 사주 같은 것, 현대에 와서는 심리테스트나 MBTI 붐 같은 것으로 발현되는 중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각자의 예민함이 만들어낸 경향성을 연구하고 유형화한다.

그럼 나는, 혹은 예민할까? 당연하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예민함은 마치 마음 속의 흑염룡처럼 꽁꽁 숨겨지다가 곪아터져서 아프게 발현되기 일쑤다. 게다가 그 유형이나 분류랄 것이 추상적이어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 책에서는 그런 예민함의 발현들을 1부 불안편, 2부 우울편, 3부 트라우마편, 4부 분노편으로 보여준다. 단어가 거창하지만 포함된 예시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개인의 삶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등등. 나 또한 나의 사례도 여럿 발견했고, 주변 사람들의 사례도 발견했으며, 학생들의 사례도 왕왕 보였다. 그러면서 아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이 친구를 이렇게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작은 용기가 스쳐지나갔다.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내가 애써 설명하려 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를 갈음한다. 또한 “너는 이러이러해서 예민한 사람이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5부 실전편에서는 “그런 예민함을 이렇게 쓰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구!” 하고 전문가피셜 자기 사용 설명서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실컷 문제만 지적해놓고 그래서 네가 문제야! 하는 책이 아니라 내 안의 예민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지침서와 같은 책. 어쩌면 자기를 사랑하는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자신을, 혹은 타인까지도 이해하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예민하고, 그래서 더 특별하고 소중하니까. 그 예민을 꽁꽁 숨기지 않고, 잘 다듬어 드러내서 건강하게, 빛나게 살아가기를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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