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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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사랑하는 물건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당신도 가진 물건들에 엮인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길어올리는 당신의 이야기.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물건'에 의미를 꽤 많이 부여하는 사람이다. 한 때는 필기구와 텀블러를 수집했었고, 수집할 때는 꼭 수집용과 실사용을 따로 사곤 했다. 혹시나 귀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흠집낼까봐서 하나를 더 가지고 있으면 조금 마음놓고 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러나 허물을 벗지 못한 빵빵한 번데기가 되어서, 어차피 그렇게 애지중지 모았던 물건도 시절과 함께 낡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내 껍데기 밖의 물건보다 껍데기 안의 나에게 골몰하게 되면서 수집에 대한 집착이 좀 내려놓아지게 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물건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일면 공허함 같은 것이었을까. 반짝이는 것을 보면 쓰지도 않을 거면서 아글다글 모아다놓는 까마귀와 같은.

그래서 예전에는 영원을 바라보고 함께 낡아갈 실사용과 시간을 초월할 모셔놓을 물건을 각각 사두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갖고 싶은 물건을 가장 좋은 것으로 구해서 인연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오래도록 함께 가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나와 부대끼는 역사가 없으면 내 물건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니까. 예전에는 귀한 것에 흠이 나면 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흠이 나든 찍히든 그 물건이 나와 있는 동안에 갖게 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흠과 찍힘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 물건이라고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 때는 가능하면 소소하더라도 물건으로 선물하고 싶어했다. 먹어서 없어지는 것보다 눈길을 돌리면 한 번은 나를 더 생각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남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는 내내 오랜만에 방을 뒤집어 엎는 대청소를 하다가 만난 물건들을 보면서 한참 옛날 생각에 잠겼다가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과 공유하며 추억 여행을 하고, 진즉에 쓸모를 상실한 물건인데도 추억이 묻어서 버리기를 망설이곤 하는 ENFP식 청소를 한참이나 하던 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나도 이렇게나, 일상을 함께하는 물건 혹은 갑자기 마주한 추억의 물건들 앞에서 삶의 궤적을 발견하고 생각에 잠기곤 했었으니까. 그만큼 공감가는 이야기이면서 그렇게 생각만 했던 것을 글로 풀어낸 것을 보고 있자니 새삼 신기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읽은 에세이류 중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게 공감하며, 한편으로 나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책을 읽어나가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도 가지고 있는 어떤 물건들에 대한 작가의 삶의 조각을 보면서 나의 삶의 조각을 뒤적뒤적 찾아내게 되는, 그 삶의 조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내보고 싶어져 자꾸만 키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생산적인 독서 경험이었달까.

아주 쉽고 공감가는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의 조각을 가지고 가 작가와 대화하며 삶의 조각을 맞추어보는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노트북에 자신의 에세이를 써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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