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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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단편소설집은 묘하게 옴니버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작품이 그 작품 같고, 다른 작품인데 기시감이 들고. 당연히 그렇겠지. 같은 작가가 써낸, 비슷한 시기의 비슷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이 한 책에 묶일 테니까. 그 세상을 읽은 작가가 그 시기에 꽂혀있는 주제가 들어가기 마련일 테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은, 묘하게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과정과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같은 사람의 글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기는 했다. 아릿하게 웃긴 것. 가끔은 혼자 상황극을 하듯이 내뱉는 의식의 흐름 같은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쉬는 날에 씻지도 않은 채 엉덩이를 긁으며 누워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을 타이핑해낸 것과 같은 느낌의 글들. 혹은 살아왔던 시간들, 어렴풋이 아는 작품들이 소재로 등장하며 살아왔던 날들이 아득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야기들과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100배 줌으로 당겨 바라보는 것 같은 기시감의 혼재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내내 이야기가 줌을 당겼다가 밀었다가 하듯이 시점도 소재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작품작품이 실험적인 느낌으로 여러 갈래로 튀어가는 것을 한 책에 실어놓은 것은 꽤나 참신하게 다가왔다. 이 한 권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취향을 찾을 수 있었던 느낌이랄까.

많은 소설들 중에서 나는 시니어 마스크, 고양이를 찾, 화목야학, 엄마의 아들을 재밌게 읽었다. 공통점이라면 나의 삶과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재가 하나 이상씩은 들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교육학에서만 배웠던 스키마의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이었을까? 요즘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해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기간이라서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은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들의 소설적 시점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두 번 읽어보고 싶은 소설들도 꽤 많이 발견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조금 더 명확하게, 혹은 내가 이해한 것보다 선명하게 무언가를 발견하는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보였기 때문에. 한 권의 단편 소설 안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방향과 취향을 발견하기는 처음이라, 살짝 박민규의 냄새가 나는, 제법 문제적 작가인 이 사람의 다음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소설 잡식가라서 자신의 취향을 확인해보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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