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 인간은 왜 취하고 상처 내고 고립되는가
마쓰모토 도시히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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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인간의 근원적 결핍과 약물의 관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

한자 '사람 인'자를 두고 두 사람이 기대어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홀로 고립되면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해야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랑하고 연대하며 그 과정에서 배신하고 배신당하며 배척당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100사람이 있다면 100사람의 외형이 조금씩이라도 다른 것처럼 타고난 본질의 모습도 경도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의 문제와 해결책, 결핍과 보완은 그 모양도 정도도 다 다르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시각적인 동물이라서 그런 건지, 외형적인 차이나 결핍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내면적인 차이나 결핍에 대해서는 둔감한 면이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신체의 질병에는 민감하지만 정신의 질병에는 굉장히 야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같다.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과 그로인한 결핍은 극도의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약물, 자해 등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인간으로부터의 배신감과 같이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 지워지지 않는 상처, 불안감 같은 것들이 계속되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 사람에게는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약물따위를 세상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고 약물로 규정되든 그렇지 않든 무언가에는 '취한다~중독된다'사이에 놓여 삶을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다. 그것이 약물이 아니며 취하는 정도라면 취미나 흥미로 가정할 수 있지만, 약물이며 중독되는 정도라면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적 영역에서의 구제책이 마련되지는 않으면서도 최근 100여년 사이에 기준도 모호하게 제각각 약물을 위험한 것으로 규정해버리는 새로운 질서로 인해 '약물'로 규정된 것으로부터 삶을 구원받던 사람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의 문제와 육체의 문제를 분리한다. 아마 정신의 문제가 근원을 찾다보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기 어렵고, 어떤 방향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가기 시작했는지 명징하게 추적해내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 육체는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신의 문제는 육체로 터져나온다. 하지만 막연하게 억압당해온 정신의 고통을 버텨내기 위한 몸부림은 생각보다 많은 편견에 부딪쳐 더 큰 상처를 입곤 한다. 사람이 여타의 동물들과 월등하게 다른 점이 사회적 동물로서 육체적으로 약한 자를 해치지 않고 보듬는 것이라서 인간의 아기가 가장 신체적으로 무능력한 존재로 태어난다는 인간세계 희망편과 정 반대편에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기에 오롯하게 홀로 감내해야하는 정신적 고통과 그것이 육체나 행동으로 터져나올 때 감당해야하는 편견을 감당해내야하고 이로 인한 배제와 고립을 견뎌내야하는 삼중고를 겪게 되는 인간세계 절망편은 모순되면서도 당연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육체적 고통은 알림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배려와 연대를 요구할 수 있으나, 정신적 고통은 그런 면에서 사람을 한층 외롭게 한다. 아직도 정신과 치료는 장벽이 꽤 높고, 보험처리 등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해답을 찾아 헤맨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것은 사주나 타로나 상담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종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술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약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으로 사주나 타로도 기웃거리고, 술을 마셔본 적도 있다. 같은 상황에서 담배나 약물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작은 고통에서부터 장기적인 고통까지를 구원하는 이 존재들 중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로 가까운 시기에 약물로 규정된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학생과 직장인들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많이 마시는 몬스터나 우리가 취향으로 마시는 커피와 같은 각성 성분이, 사주나 타로나 상담이나 종교가 어느 날 불법이나 마약으로 규정된다면? 아프고 싶어 아프는 사람은 없고 태어나서부터 약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충분히 돌보아지지 못한 사람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형태 중 하나가 약물로 드러날 수 있을 뿐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 약을 바를 필요는 없더라도 아픈 사람에게는 적당량의
약을 발라주고, 그게 영 나쁘다면 대체재를 함께 찾아주고, 약이 없어도 되도록 돌봄의 연대로 그를 보호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듯 누구나 근원적 결핍을 안고 사는 우리는 어떤 약물의 좋고 나쁨보다 좋은 사용과 나쁜 사용을 규정하고, 약물의 악마화로 인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배척하고 고립시키기보다 그 약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한 귀 기울이며 더 나아가서는 근원적인 연대를 통한 궁극적인 결핍의 수용과 인정을 목표로하는 다양성 속에서 대체재를 제시하고 타인의 살아남기와 치유하기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이 고통들에 대해서는 결핍을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아야 느리더라도 묵직한 한 걸음을 함께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도와 시기가 다를 뿐, 우리 모두가 언제든 빠질 수 있는 위기에 대해 다양성과 포용을 기반으로 한 돌봄의 안전망을 마련해두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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