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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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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결핍과 사랑과 삶에 대한 하얀 종이 한 장.
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단편인 '나이트 러닝'은 약간 대뜸 김이 훅 끼치는 감자를 턱밑에 들이민 점순이 같았다.(feat, 동백꽃) 정말 프롤로그나 들어가는 말 같은 군더더기조차 없이 이야기를 대뜸 시작했는데 조금 난해한 느낌이었달까? 서론 없이 갑자기 만난 본론은 마치 백지 같았다. 그래서 서평들을 찾아봤는데, 아니나다를까 난해하다는 평이 꽤 많았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제목이자 첫 타자가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첫 작품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몽글몽글하고 막연하게 떠올랐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게 뒤의 소설들을 읽을수록 명확해졌다. 그래서 이 서평에서는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사랑과 결핍과 삶'
삶을 유지하고, 이끌어가며, 일으켜세우는 것은 사실 사랑과 결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갖춰진 재미없는 삶을 꿈꾸지만, 재미없는 삶은 그나름대로 권태롭고 괴롭다고 한다. 아직 그래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결핍되어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결핍을 채운 사람이지만 그게 나에게는 소용 없는 일이다. 그게 첫 단편 '나이트 러닝'에는 잘 드러나있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답답해서 달리는 드리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나'와 드리를 떠나지 않는 잔느와 지독하게 그리운 사람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기상캐스터가 되고 사진을 바꿔달라고 조르는 여자. 신체가 끊어지는 고통만큼이나 그리워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느라 팔을 자꾸만 자르지만 자꾸만 팔이 자라나는 것처럼 그리움은 묻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결핍 또한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드리와 나와 잔느와 여자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채울 것이 있기 때문에. 결핍은 잘라내도 잘라내도 자꾸만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에.
뒤의 소설들은 결핍과 그로 인한 감정들을 조금 더 쉽게 풀어준다. 그러나 역시 나이트러닝이 대표작인 것처럼, 이 소설집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백지에 자꾸만 결핍, 삶, 사랑, 결핍, 삶, 사랑을 쓰고 그리게 만든다. 작가의 말에서조차 철저하게 숨긴 단어들이지만, 그래서 더 눅진하게 결핍과 삶과 사랑의 냄새가 나는 소설집 나이트 러닝. 문학의 역할이 삶을 '낯설게 하기'로 신선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라면, 이 소설은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읽는 사람마다의 세상을 새롭게 그려보게 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삶 속에서 내 결핍의 냄새를 맡아보고 싶다면, 나이트 러닝 속 드리와 잔느와 나와 카메라기자와 여자와 함께 한밤을 달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