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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직면하는마음 #하니포터5기 #하니포터5기_직면하는마음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도서제공
한 줄 평 : 방송 밥 좀 먹은 PD님의 여전한 우당탕탕 PD라이프.
내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은 다음과 같다.
1. PD지망생
2. 이제 막 취준을 시작한 취준생
3.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
4. 꺼져가는 열정을 되살리고 싶은 중견 사회인
일단 날것 같은 PD라이프가 리얼하게 펼쳐진다.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인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대체 불가능성에 대한 오히려 좋아와 유튜브 등의 디지털 매체보다 훨씬 아날로그적인 방송에서 pd의 역할과 사명, 애환까지를 말 잘하고 말 많은 친한 동네 선배처럼 맛깔나게 풀어놓는다.
그 중에서 꽤나 자극 받아서 두고두고 보고 싶었던 부분은
40p. 잘 갖추어진 시스템의 목표는 원래 '대체 가능성'이다. 쉽게 말해 "너 없어도 잘 돌아가"는 상태가 이상적이란 뜻이다.
61p. 삶이 거장의 예술이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완성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방송시간에 더 가깝다.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있는 방송처럼.
74p. 어차피 <스우파>의 댄서들은 여기서 떨어져도 인정이 모자라진 않는다. 이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크고 전문적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인정을 받아왔다. 그러니 여기서 떨어진다 한들 자신을 부정한다고 느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린다. 우리는 모두 인정이 필요하다.
80p.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구나. 누군가에겐 이만큼 큰 즐거움이고 위로였구나.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이야기들을 끝나는 마당이 아니라 한창 만들고 있을 때 들었다면 더 힘이 났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동네 맛집이 오래도록 잘 되길 바란다면 평소에 자주 사 먹어야 한다. 문 닫을 때 아쉬워해봐야 소용 없다. 그러니까 인정을 뿌리고 다니는 일은 중요하다.
94. 즐거움은 주되 속이지 않는 것. 혹은 어디까지 마음 놓고 즐겁게 속아줄 것인지 정확하게 약속하는 것.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116p. 어떤 제시어가 나오든 자기 시선과 주제가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작문을 준비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 된다.
등이었다. 자기의 삶을 짊어질 준비를 하거나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의 시선을 갖도록 하는 것, 이 외에도 아는 맛을 만드는 피디가 되어 조금 낡고 지루해도 항상 그 자리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 우리 삶에 남도록 하는 것, 세상은 좁지 않고 항상 있을 뿐인데 세상이 좁다고 느낀다면 스스로가 고인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한다는 것 등 통통 튀고 통통 하고 깨지는 말들이 넘쳐흘렀다. 역시 피디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굉장히 감명 깊게 읽고 작가님의 팬이 된 #내일로건너가는법 과 이 책에서 '스위치를 켜고 사는 삶'은 어떤 의미에서 두 프로가 정 반대의 선상에 서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삶과 일을 분리해서 나를 보전해서 지속 가능한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의 피디님은 항상 촉을 세우고 스위치를 켜고 세상을 바라본다. 퇴근 없는 삶, 자신의 일에 투신하는 삶, 그런 생존기. 어쩌면 피디라는 직업에 몸담고 싶은 사람들이 필독하고 자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전히 우당탕탕하는 초심을 단지 정교화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 열정이 꺼져가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고.
더불어 자신의 프로그램 제작기를 통해 트랜디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들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우리는 한 시간 그냥 프로그램을 볼 뿐이지만, 그 뒤에서 어떤 생각들이 번뜩이고 어떤 일들이 지나갔는지,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어 재밌기도 했다. 적어도 저자를 만났을 때 할 만한 쓸데없는 질문은 왕창 줄여주는 그런 기분?
피디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네 선배의 자기 인생 이야기처럼, 건강에 대한 단상이라든지 변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단단한 상수 몇 가지를 가지는 이야기랄지 머리가 트이는 인생 꿀팁도 많다.
본인이 1~4에 해당한다. 혹은 털털한 동네 선배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 듣듯이 혼술하며 볼 책을 찾는다? 그런 당신에게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