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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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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크든 작든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은 정말이지 상처 입은 적 있는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한다.책을 읽으면서 작년에 힘든 일을 함께 겪은 분이 생각나서 바로 선물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고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단숨에 읽어지지는 않는다. 읽는 도중 숨을 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도 숨돌릴 시간을 갖기를 권해주신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읽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말이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찬찬히 그러나 야무지게 트라우마를 해체해나간다.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치유로 나아가는 방법을 나누고, 그 회복에서 연대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생각은 시작부터 묵직하고 단단하다. 그러면서도 "트라우마 피해뿐만 아니라 이후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잃지 않고 목숨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한다는 의미에서 '피해자' 대신 '생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말에서는 눈물이 조금 났다. 문득 작년에 나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징계하는 자리에 피해자 신분으로 들어갔더니만 몰카피해자와 비교하면서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런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교무실 한가운데서 목이라도 매달았어야 아, 네가 피해자구나 그렇게 힘들었구나 하고 그런 허튼 소리 안 하실 거냐고, 저는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긴 생존자라고 절규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도 '교사'나 그 무엇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삶은 때로는 그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거나 살아남아야할 때가 있다. 그것을 그저 살아지는 순간들과 비교해서 별 거 아니다, 지나간다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존자'라는 표현에서부터 느껴지는 공감은 그 자체로 연대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 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고, 목숨을 좌우할 일이 된다. 트라우마와 ptsd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ptsd 증상을 자가진단하며 하나하나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따뜻함은 이미 연대의 목소리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고 비전문가인 우리가 이걸 섣불리 따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럴 땐 이 책을 선물하자 꼭.
이 책은 근거 있게 생존자를 다독인다. 무조건 괜찮아, 괜찮을 거야가 아니라 'ㅇㅇ하니까 xx한 것은 당연하고, yy한 것은 괜찮은 일이다.'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유연하게 다독인다. 독자가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부정하지 않도록 하면서 이를 잠시 피하는 것이 당연하고 괜찮다고, 그곳이 벙커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평온의 기도를 모토로 스스로의 상황을 해체하도록 돕는다. 누가 내게 트라우마를 주었든, 그 삶을 살아가야하는 사람은 스스로니까 그 삶을 떠받쳐야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라는 것을 인지하되, 당장 직면하지 않아도 좋고 다만 마음을 챙기고 힘을 얻어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갈 과정을 함께해준다. 문학에서는 '역설'이라고 가르치는, 변증법적인 지혜를 통해 삶을 바라보고, '현재에 머무르는' 마음 챙김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넉다운 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먼저 기르게 한다.
솔직히 절반 읽었다.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치유와 변화의 시작-더 깊은 회복으로-생존에서 삶으로"에서 딱 절반. 그런데 너무 와닿는 말이 많아서 다 읽으면 그 말을 잊을까봐, 천천히 씹어읽고 싶어서 중간에 서평을 쓴다. 한 번 더 서평을 쓸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서평 두 번 쓰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나의 트라우마를 벗어나고,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내가 품어 가르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인도자이자 동행자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드는 책이다. 무조건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