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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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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정치의 장이며 정치는 언어의 장이다. 공적 발화를 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억울함을 번역할 권력을 가진다. 그들은 위치에 따라 자신들의 억울함을 '공정'이라는 개념으로 번역하는 동시에 타인의 억울함을 무능력의 대가로 취급한다."(본문 115페이지)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말그대로 말을 부순다. 그간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고통 #노동 #시간 #나이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 광주 #여성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에 대해 언어로 구성됐던 나의 생각들은 때로는 부끄러움으로, 때로는 공감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그간 나는 약자면서 강자였고, 다수면서 소수였다. '더'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을 중단했고, 때로는 자기연민하기도, 때로는 투쟁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너무나도 추천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에 말을 길게 이어나갈 수가 없다. 국어를 가르치는 나의 말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고장나있었다. 사실 내가 아는 한의 혐오는 참기가 너무 힘들지만, 나도 모르게 나도 누군가나 무언가를 나도 모르게 혐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과거를 돌아볼 때 몸서리쳐질 때가 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꽤 많이 성장했고, 적어도 내가 부끄러워해야할 지점을 그때보다는 더 잘 알고 있지만, 미래의 나는 또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몸서리쳐질까하는 두려움이 들 때 이 책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깨어있으며 투쟁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혐오의 말을 내뱉는다. 정말이지 초두에 쓴 것처럼 언어는 그 자체로 정치이며, 그 자체로 권력이다. 한자를 쓰던 양반들에게 훈민정음이,라틴어를 쓰던 귀족들에게 영어가 위협이었던 것은 언어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렇게 힘을 가진 언어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의 힘이 정치적으로 비틀려서 그만 도구가 아닌 무기가 되어 혐오와 소수자를 양산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언어의 힘에 무지했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마주했다.
지금의 사회가 바뀌기를 바라는가? 혹은 지금의 사회가 좀 더 선한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당연했던 말부터 하나씩 깨부수자. 내가 걔보다 낫지라는 생각은 집어치우자. 사람들이 연대할 수 없게하는 말을 부수고 그 안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 튼튼하고 길게 이어 붙여야 한다. 그런데 무엇부터 깨야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 않은가? 당연하다. 알았으면서 외면했으면 가능성이 없을 것이고 몰랐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수 있다면 다행히도 나아갈 마음을 가진 것이리라. 본인이 어느 쪽이든, 말 속에 갇힌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