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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ㅣ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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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너무 예쁘다. 표지부터 엘레강스하다. 속표지까지 어느 것하나 빠짐 없이 예쁘다. 꽂아놓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느낌.
막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박진감 넘친다. 야사의 느낌이 꽤 강하다. 나는 공포영화나 무서운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기담은 즐기는 사람이고, 인간의 이야기나 운명적 서사를 사랑해서 국어와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라서인지 손에 잡는 순간 놓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냈다.
실제 장소, 실존 인물, 한 많았던 역사가 배경인 만큼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꿈과 현실을 오가는 몽환적인 느낌을 받는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를 고민조차 하지 않고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들. 거시사로만 보았던, 또 피비린내 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로만 보았던 조선 초기사를 돋보기로 살피며 궁녀들의 입장에서 보는 기분은 묘했다. 여성들의 이야기는 반드시 암투로만 그려지곤 했는데, 그들 또한 그저 사람이었고, 인간의 본연적 욕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연 하나씩은 가진 사람들이었다. 어쩜 그랬을까 싶은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분수를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들의 성장과 감정에 때로 공감하고, 때로 연민하며, 때로는 긴장하며 끝까지 글을 읽었다. 듣고도 못 들어야하고 보고도 못 봐야하는 곳일수록, 꿈틀대는 이야기가 많고 뭉툭하고 거칠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법이다. 그렇게 많은 썰들과 야사들이 만들어졌겠지.
주요 인물의 안타까운 서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이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고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지고 있어서 이를 어찌 감당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다 읽어내려갈 만큼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뿌려놓은 떡밥을 많이 회수하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연작물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다 읽은 지금도 얼떨떨하고 이게 무슨 얘기였지? 싶은 이야기들도 많아서 다시 한 번 읽어볼 셈이다. 흥미진진하고, 생각보다 다층적이다. 글을 다 읽고 나서야 마주한 깜짝 놀랄 반전도,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적인 감정도, 그리고 아직 의문으로 남은 그 부분도 여운으로 남아 그것이 식기 전에 감상을 적어둔다.
궁궐에는 왜 이리 금기가 많습니까.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