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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를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임아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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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다. 그렇다. 사람은 언제든 태어나고 또 죽는다. 사실 그간 나를 스쳐간 많은 관계들에 대해서 나는 자체적으로, 적어도 내게는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미련을 가져봤자,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니까. 나를 사랑했던 뜨거웠던 그 사람은 아니니까.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말이다.(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관계가 그렇기는 하다. 끊어지지 않은 관계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이 어제의 그와 오늘의 그는 다를 텐데.) 물론 아주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세계에서는 사라진 사람인 것을. 그렇게 생각하면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었다.
사실은 모난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는 주기적으로 사람을 떠나보내왔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남아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고 값졌다. 그들이 언젠가 또 떠나게 될지라도 나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고 매우 쿨한 척 말했지만, 나는 사람이 떠날 때마다 부침을 겪는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 처음이니까, 다가오는 내일을 살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는 서툰 사람이고, 또 서툴 예정이다. 나의 부모님도 서툰 사람들이었고,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릴 때에 나를 낳고 길렀다. 동생들까지도. 그떄는 다 그랬다는 말처럼 집단 최면 같은 무서운 말이 없는데, 그래서 요즘은 부모님이 새삼 정말 대단해보이고, 학부모님들도 대단해보인다. 나는 나 하나를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꾸물거리는 중인데 싶어서.
사람의 문제도 그렇지만 나는 사실 요즘 나의 앞날에 대한 부침으로 걱정하는 날이 많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날들에 스스로 제동을 걸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본다. 다행히도 올해는 그럴 만한 형편이 되어주어서 그럴 수가 있었다.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내게는 용기가 있는가. 그런 생각들. 내가 도망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내가 버티는 것이 맞기는 한 것일까 그런 생각들.
그때에 너무나도 감사하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일단 정말 쉽다. 그러면서도 언어적으로 혼돈할 수 있는 개념들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특히나 언어 전공자인 나는 수용과 인고의 경계가 어디인지, 중독과 몰입의 경계가 어디인지, 무기력과 완벽주의가 어떤 지점에서 이어져있는지, 회피와 직면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언어로 와닿게 기술되어있는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질문을 받으면 어....하고 고민할 거 같은 지점들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했는지 무릎을 탁 치며 읽었다. 외워두었다가 학교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줘야지 하고 밑줄을 치며 읽고 또 읽었다. 또 어떻게 알았는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들을 이야기하며 거기에 깔려있는 심리적 기제애 대해 이야기해주어서, 마치 그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했다.
또한 그냥 괜찮아 괜찮아 하는 책이 아니라, 정말 적당하고 부드럽게 나를 돌아보도록 유도하고 그러면서도 보드랍게 안아주는 방식으로 엄청난 밀당의 고수 같은 스킬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힘든 사람들이 읽었을 때,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에 문제가 있다.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있다. 그것은 오직 나다. 그러나 작가님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단단하게 지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아영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쉽고 따뜻하게, 조금은 산만한 나를 부드럽게 안아 데리고 가는 책 #떠날수없는관계는없습니다 를, 방황하고 있는 당신, 혹은 방황할 힘도 없어 주저앉아 있는 사람, 나처럼 멍하니 '나'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