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 스트레스 없이, 생산성 있게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
졸리 젠슨 지음, 임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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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대운을 이제 빠져나가고 있는 나는 한동안 사주를 보러 가면 내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아마 한끗씩 아쉬웠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맞다. 그러니까 운명이 아쉬워 답답한 마음에 앞이 보고 싶었던 게 아니겠는가. 근데 꼭 다음 말이 의아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공부를 더해서 학위를 따지 그랬냐고. 아니 거 저기요...? 차라리 공부라뇨. 그 공부가 그냥 공부가 아닌걸요? 대학원은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나오기는 더 어려운걸요...? 박사까지 끝내고 이제 막 교수가 된 동기의 논문을 참고자료로 찾아본 적이 있다. 장장 200 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논문을 보면서 와, 이걸 어떻게 쓴담? 역시 대학원이란...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뜬금없는 운명 이야기를 한 것은, 이 책이 정말로 '공부하는 사람들을'위한 글쓰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멋대로 제목을 거꾸로 해석했다. 글쓰기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겠거니하고. 근데 이 책은 정말로 조금 독자를 정해놓은 것 같은 냄새를 폴폴 풍긴다. 작가는 정말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그러니까 글쓰기를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글쓰기를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책을 쓴 것이었다. 조금 당황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공부는 꼭 학위를 따러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당장 가르칠 범위의 진도를 공부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나. 또 나도 틈 나는 대로 내 공부를 해가며 지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다.

저자는 글을 써야하는데 좀 엄두가 나지 않고, 글을 좀 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써야하는, 작가도 아닌데 글로 평가 받아야하고 글밥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글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가장 좋은 건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에서 '좋아하는 글쓰기 과제'를 '자주' 접해야 하는 것인데 보통 '급하고 강도 높은 업무들이 많'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은 크'며, 그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어서 혼자 힘으로 버텨나가야하는, 조언을 구하려고 해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일단 써라'다. 굉장히 단순한 것 같지만, 그 단순하고 당연한 것을 못해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고통 받고 또 고통 받는다. 그래서 당장 200페이지짜리 논문을 생각하면 한 글자도 칠 엄두가 안 나지만, 글쓰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하루에 15분씩이라도 꾸준히 글을 쓰면 어느 날엔가는 200페이지의 글을 다 쓴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니, 200페이지를 생각하지 말고 매일 15분을 생각하며 쓸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상부터 치운다고 도망치지도 말고, 필생이 대작을 쓰려고 이만 갈다가 이가 닳아 없어지기 전에 일단 쓰라는 것. 신나게 쓰고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일단 쓰라는 것, 그리고 혼자 쓰지 말라는 것. 나는 특히나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혼자 쓰지 말라는 부분이 이론적으로만 배워왔던 쓰기 워크숍 같은 수업이 떠오르기도 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제법 인상적이었다.

주변에 평생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혹은 공부하고자 하지만 논문이 두려운 친구가 있다면 , 그리고 글을 쓰고 싶지만 첫문장에 목숨 거느라 아직 쓰고 싶기만 한 친구가 있다면 추천해줄 만한 얇고(200페이지 정도 되는 가벼운 책이다.) 깔끔한 지침서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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