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 일기
버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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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촌_똥차일기 #똥차일기 #연애 #사랑 #결혼 #똥차

이것은 강력한 똥차 레이더, 뭔가 쎄한데 뭔지 모르겠고 그래도 우리 오빠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욱더 읽어야 할 필독서. 물론 자기 일이 되어보고 지나가 봐야 아는 거라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연애를 경험해보지 못한 여성들이 읽는다면 굳이 찍어 먹어보지 않아도 될 것을 찍어 먹어보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고런 필독서. 내가 하면 꼰대 같을 거 같지만 꼭! 꼭! 후배 여성에게 이게 똥차라고 알려주고 싶으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 조용히 선물해주면 딱 좋을 거 같은 고런 필독서.

몇 년 전엔가, 가스라이팅인 줄을 모르고 연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글을 보고 어?나도 한 적이 있다. 그걸 게시글로 올렸더니 여자인 제자들이 어? 저도 이런 거 당한 적 있는데??? 하고 분노의 댓글을 단 적이 있다. 더 놀라운 건 나는 그걸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까지 당하고 앉아있었는데, 그 경험을 어느덧 성인이 된 제자들과 공유할 수 있더라는 것. 역시 연애나 결혼에는 태어난 순서는 의미가 없는가 보다. 암튼 지혜로우면 선배다. 누군가는 굉장히 불편하게 봤을 테지만, 그렇다면 너도 똥차 중 하나이거나 세상 대가리 꽃밭이리라.

일단 정말 쉽게 읽힌다. 슥슥 읽히는데 꽤나 긴 연애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거슨 똥차 같으면서도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까를 설마 하고 의심했으며, 그래도 얘는 좀 다르지, 사연이 있잖아를 생각해본 적이 있으며 사실 다 각설하고 이상한 줄 알면서도 내 사람이니까 끊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안고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게다가 그걸 끊어내면서도 아 이게 맞나?하고 고민한 유구한 역사가 있는 사람으로서. 그때 그게 이런 유형의 똥차였구나 하는 확신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나는 레이더가 무딘 편은 아니다. 눈치도 직관도 없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똥차 콜렉터였다. 지나간 연애가 좋게 기억되는 게 딱히 없는 거 보면. 그 레이더를 애써 무시하고 누른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도 한낱 사람이니까, 내가 모르는 서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생각하는 사범대병 종특의 사람이 바뀔 거라 생각하는 인간. 혹은 내가 모르는 서사를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인간. 착각하지 말자. 상대도 똑같은 인간이고, 나만 그의 서사를 알아줘야 할 필요는 없다. 나도 나로 존중받아야 한다. 또한 이 책의 좋은 점은 나쁜 연애와 이상한 연애뿐 아니라 좋은 연애에 대해서도 적어주었다는 것이다. 좋은 연애라고 해서 꼭 좋은 결론을 얻는 것은 아님을. 그럴 수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 좋았다. 끝난 연애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님을, 그것은 서로를 건강하게 할 수 있음을 자신의 사례로 알려주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흑역사를 글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대중에 내보이고, 지침서로 써내리기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개인의 경험을 많은 이의 공감을 사는 글로 써내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 이 책이다. 비록 세상의 모든 똥차를 쓰기에는 똥칼라파워가 너무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분포해있을지 몰라도 굵직한 유형화는 충분히 해냈다. 연애가 쉽지 않은 모두에게,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는 모두에게. 속는 셈 치고 읽어도 남는 책이고 두고두고 찾아보며 읽을 수 있는 강력 추천 도서라고 감히 말해본다.

좋은 기회 주신 #스튜디오오드리 와 #서평촌 님께 특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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