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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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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머리 많이 쓴 책이다. 과학과 철학 사이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자꾸만 물음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그저 슬렁슬렁 읽히기보다는 그래서 나는 사람인가 아닌가, 어디까지가 사람인가, 사람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자꾸만 생각해보게 하고,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보게 한다.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의식'의 출처에 대해 계속 쫓아간다. 다양한 가설들이 등장한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질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로 사는 삶'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임을 말하는 철학적인 사유에 도달하는 과정은 감탄스러웠다. '나로 사는 삶'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 그런 나로 살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잊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인간이니까.
알파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AI는(나만 그런가) 이제 4차 산업 혁명을 타고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그러했듯, 우리의 발전은 우리를 편하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파이를 잘라버리기도 했었다. 그런 고난을 다 헤쳐왔건만, 이번에는 좀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보이는 상대다. 그래도 그간은 사람을 흉내내지는 못해서 온기의 영역이 남아있었다면 이제는 그 영역조차 위협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 온기의 영역을 지켜야 하고, 온기만은 인간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내야한다. 그래서 이 책을 각잡고 읽어야 한다. 만약 우리 영역을 지켜내지 못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의 파이는 또 잘려나갈 것이다. 그것도 이번엔 아주 많이.
이 책을 보면서는 유독 #김초엽 작가님이 많이 생각났다. 그녀의 소설집 #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스팩트럼 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루이 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이는 죽으면 다음 루이에게 기억을 고스란히 넘겨준다. 그럼 그 루이는 어떤 루이일까. 외계인이긴 하지만 이 루이에게는 인간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까 아닐까. 또한 작가님이 참여하신 책 #사이보그가되다 에서 언급되듯이 인간의 신체 일부는 기계로 대체되곤 한다. 한 가지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일 수도 있다. 점차 대체될 수 있는 기관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마침내 의식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다면? 물론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전제이기 때문에 '나로 사는 삶'을 나만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육체와 의식이 영원히 이원적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의식은 아주 조그마한 것인데. 우리에게 의식이란 정말이지 아주 조그마한 것인데.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따라잡는 무언가가 나타날 수도 있고 의식을 흉내낸 무언가는 이미 등장했는데. 오히려 인간의 고유 속성은 무의식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AI도 의식을 흉내내려고만 했지 무의식을 흉내내려고 하지는 않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래서, 이것은 인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