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과 싸는 것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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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끌렸다.

나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먹는 것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나는 유독 그렇다. 살맛난다는 말이 그렇듯이, 최근에는 '식욕'이라는 것이 삶에 대한 치열한 의지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으므로 더더욱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맛있는 것을 먹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특별한 날들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졸업식날에 짜장면 먹던 시절은 좀 지나지 않았나 그런 생각. 그러면서 우리의 삶이 좀 나아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때 늘 나는 '먹을 것'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왔었다. 당연하게 뭐 먹을래?나 술 한 잔 하자로 약속을 잡았고,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도 차 한 잔은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해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물론 코로나 시절이 되면서부터는 조금 바뀌어야 했지만, 그게 조금 불편한 정도?
동시에 나는 장염 마스터다. 그리 좋지 못한 장을 타고난 덕분에 장염도 주기적으로 겪어서 '싸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변비 종류의 질병은 잘 없지만 대신에 한 번씩 씨게 아픔이 오는 장염으로 고생을 하고 맹장염인 줄 알 정도로 아팠는데 알고보니 대장 게실염이어서 일주일간 수액만 맞으면서 입에 거미줄 치고 입원했던 6인실에서 아주머니들이 좋아하는 삼시세끼를 줄창봤던 경험도 있었다. 그런 내게 '먹는 것과 싸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의 이야기는 #요즘사는맛 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만큼 흥미로웠다. 장염에 걸리고서야 비로소 장의 위치와 하는 일을 알게 된다. 그때에야 비로소 일상적인 쾌변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 말이 이 책에 첫장부터 딱 쓰여있어서 너무너무 소름돋았다.

그런데 이 책, 읽을수록 생각 이상이었다.

이 책의 엄청난 점을 일단 먼저 간단히 말하자면 첫째로 작가가 엄청나고, 둘째로 번역가가 엄청나다. 셋째로는 디자이너가 엄청나고, 넷째로는 출판사가 엄청나고 다섯째로는 나를 만난 게 엄청나다(찡긋).

일단 작가의 글빨 자체도 엄청난데, 거기에 번역가 선생님의 깔끔한 번역이 덧붙여져서 작가의 말투가 살짝 일본의 병맛만화나 드라마의 발랄한 주인공 같은 스타일의 시크한 개그(아마 일본 영화나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방에 뭔지 알 거 같은데)인 것을 빼면 문장 자체도 매끄러워서 그냥 그런 말투를 가진 우리 나라 사람이 쓴 글처럼 술술 읽히고 책에 빠져든다. 내용의 호흡도 브런치처럼 짧아서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쉽게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글이다. 좀 에피소드 스타일의 시즌제 시트콤이나 아침드라마 같은 느낌도 들고.... 내용이 소소하고 일상적이면서도 결코 흔하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마치 내가 겪은 일 같이 느껴진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소수자가 아닐까.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쩌면 모두들 자신의 결핍을 한 가지씩 어루만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결핍으로 인해서 소외당했던 타인의 당연함들에 대해 부러워했던 순간들이 하나씩은 떠오를 게다. 나는 내게 없는 겨울의 이야기가 그랬다.

이 책은 그저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의 원정기가 아니다. 오히려 아픔으로인해서 하루 아침에 많은 것을 잃은 사람, 결핍으로 인해서 소수자가 된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서평단 도서를 보내주면서 친절하게도 출판사가 보내준 안내문에도 적혀있는데, 담당자가 정말 정확한 표현을 썼다고 생각했다. 그저 투병기가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이고, 놀랍게도 내가 스스로 소수자로서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소소한 것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며 어쩌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나는 타인을 배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내가 한껏 속상한 날에 투정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치는 아니었을는지.

왜 이 책을 보며 너무 많은 본문 인용을 하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겠다. 그래서 최소한의 본문만 조금 맛보기로 보여드린다. 이렇게 매력적인 말투로, 이런 말을 한다고. 가슴에 콕콕 박히는 말이 너무 많아서, 사실 적어두느라 더디게 읽었고, 아이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읽던 책을 잠시 중단하고 좋은 문장 몇 개를 공유했다.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공유하는 데에 이만한 교재가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도 해보고 싶다. (왜인지 사진 첨부가 안 돼서 인스타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instagram.com/p/CcDEGiKPBps/?utm_medium=copy_link )소수자에 대해 아무리 말해줘도 들어처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함꼐 읽어보기 바란다. 그런데도 느끼는 게 없다면 그는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이거나 좀 위험한 사람이니 피하는 게 좋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아주 기본적인 행위이자 소소한 행복들에 대한 갑작스러운 불행을 다양성에 대한 시선으로 풀어낸 유쾌한 작가의 글쓰기는, 나의 글쓰기의 모델이 될 것 같다. 요즘 교직생활을 통해 생각한 것들, 교직에 꿈을 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는 생각을 해보는데 이 책이 기준이자 모델이 될 것 같아 여러 번 읽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당신의 일상과 세상을 대하는 시선을 다르게 할 수 있을 책, 어쩌면 당신의 일상 속 몰래 숨겨온 결핍을 쓰다듬을 책. 요즘 #아무튼 시리즈가 유행이라던데, 아무튼 추천이다. 읽어서 절대 후회 안 할 테니 언니 한 번 믿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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