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라푼젤 - 성별 반전 동화 12편
캐리 프란스만 그림, 조나단 플랙켓 글, 박혜원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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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유쾌한 반전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고 싶다면.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온 설화들은 그것이 뿌리내린 땅의 구조가 되어서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한다.(feat, 소쉬르) 그래서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읽어본 기억이 있든 없든 심청이와 흥부가, 콩쥐와 팥쥐가 익숙하다. 그 내용의 전개가 무엇이든 말이다. 은연중에 말하지 않아도 광고나 드라마에서 패러디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 반대로 그럴 수 있는 소재를 상업물에 녹여내야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사고구조라 할 수 있겠고, 그것은 설화적 모티프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시적으로 그 나라만의 설화가 형성되는 것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공시적으로 소름돋게 비슷한 양상으로 설화는 구성되곤 한다. 효자 설화라든지, 인신공희설화라든지, 혹은 괴물이나 저주가 등장한다든지. 그런데 20세기 이전의 세계는 인간들이 깨어봤자 우열을 가진 인간으로서 각성하는 시기였던, 모더니즘까지 오는 데도 몇 백년이 걸리던 시대였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설화에서의 성별 캐릭터 양상은 확연하고 확실하다. 대체로 주인공이 되거나, 적극적인 쪽은 남자다. 수동적이거나, 혹은 못생겨도 상대를 사랑하는 진심을 보아야 했거나, 혹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야 했거나, 그러다가 운 좋아서 잭팟 터지는데 끽해야 왕비정도 되는 캐릭터는 대체로 여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그랬으니까.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봉산탈춤에서 양반이 언청이라고 비웃는 것이 거북한 만큼 묘하게 그 서사도 더부룩하긴 했다. 뭐 그때는 그게 이상한 줄 몰랐으니 어쩌겠냐 싶지만은 그런 설화 속 뜬구름들이 현실의 반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나혜석도 김명순도 치졸하게 잃지 않았던가. 근데 놀랍게도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왜냐면, 아까도 말했지만 설화란 그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구조'이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는 핑크와 블루의 세계를 사니까. 주주하우스와 변신로봇의 주인공을 정해놓고 있으니까.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러니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엘사 같은 여왕 서사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게 뭐 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별 거다. 공주가 아니라 왕. 좀 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사람. 무작정의 희생에 자신을 던져넣어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서사에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것은 우리의 잠재의식과 구조를 바꾸는 데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는 매우 의미있는데, 심지어 시종일관 유쾌하기까지 하다.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고, 심지어 고민도 유쾌하다. 왜 이 책을 국어교사를 찾아서 추천했는지 알겠다. 이건 꼭 아이들과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말로 추천한다. 문학적 상상력부터 소재적인 탁월함, 표현법에 대한 고민과 적절한 삽화의 사용까지 아주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사실 설화라는 것은 좀 더 거친 것들이어서 본래는 잔혹동화였다는 것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정말 날것의 19금 이야기들이, 예전에는 참 가감없이도 통용되었구나 싶어서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콩쥐팥쥐. 서양 동화들도 잔혹동화 시리즈가 유행했었지. 뭐 그런 반전도 신선했지만 그게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을 아는 느와르적 신선함이었다면 좀 뭐랄까. 굳이 동심을 파괴하지 않고도 신선한 반전을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논의의 출발선을 완전히 뒤집어 생각하는 유쾌함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발산하는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유쾌하고 발칙해서 읽는 데 정말 두 시간도 안 걸린다. 어려울 것도 없다. 학생들과 같이 읽기도 좋다. 이 책 나는 다섯 번쯤 더 읽고 도서관에 신청해둘 거 같다. 여러분께도 적극 추천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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