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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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디 2020을 기억하며.

고전 문학을 수업할 때 나는 '난감하네'라는 노래를 자주 예시로 든다. 우리 민족이 상식적으로 공유하는 별주부전이라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재구성해낸 이야기라고. 고전을 모티프로 활용하면 사람들이 기본적인 상상력의 기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당연한 결말을 깨는 신선함을 얻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고전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시대적 한계를 변용과 창작을 통해서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보다 고전은 밑도끝도 없는 권선징악에서 대체 얘가 왜 선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선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부분도 있고, 소수자 혐오적인 부분도 분명히 꽤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봉산탈춤을 가르치면서도 장애인 혐오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들이 제목에 등장하는 주어적 인물이면서도 수동적 인물로 다만 팔자 좋고 운 좋아 성공한 사람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 점에서 이 책의 신선함이 돋보였다. 다섯 편 중에서 세 편은 주체적인 여성서사를 다루었고, 심지어 책 제목과 같은 소설에서는 주축의 '왕'조차 여성으로 다루었다. 심청전 모티프에서는 청이가 세계를 구하는 주체가 된다. 신선하고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읽는 내내 원전을 더듬었다. 심청전, 별주부전, 흥부전이 원전인 소설은 그래도 흐름을 따라가기 좋았는데, 사실 햇님달님과 장화홍련을 모티프로 한 소설은 조금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확실히 내가 늙었는가보다 했다. 두 번쨰 읽으면 좀 더 상상력이 날개를 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서 #김초엽이 얼마나 엄청난 SF작가인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아마도 상상력의 범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시도한 SF와 순전히 상상력으로 뻗어나간 SF의 차이였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SF 도 과학을 소재로 하고 상상력을 가미한 인간사회의 이야기다. 심청전과 별주부전을 모티프로한 이야기에서 가슴을 쿵 하고 때린 것은, 가끔 친구들과 인공지능 셰상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가치있는 영생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구화되는 삶을 사는 세상을 상상해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닌 듯하다.많은 사람들은 이미 대체 가능한 부품이다. 그러나 대놓고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것. 그것이 아이러니하게 사람을 위해 발전한 과학이 전복한 세상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를 위하여'라는 목적의식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심청전 모티프의 '깊고 푸른'에서 더 마음아팠던 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는 재미'를 잃고 대체식과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으로 연명한다는 것이었다. 바쁜 현대인들의 영양소를 마시는 한 끼로 때운다는 랩xx 가 나왔을 때, 내가 그렇게 비웃었는데... 먹는 재미를 어쩐다고? 이야기로 보니까 좀 기시감 들고 소름돋았다.

과학이 보여주는 미래가 방향성을 잃는다면 어떻게 우리를 속박할지를 우리는 #원더키디2020을 통해 보며 자랐다. 다행히도 2022년 현재도 원더키디만큼 세상이 황폐하지는 않다. 아직은 인지상정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정신없는 와중에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일지가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었다. 장기를 빼앗기기 위한 운명을 타고난 클론 자매들이 목숨을 걸고 연대하여 모두 함께 칩을 걸어 마침내 승리하고 이기적인 절대 권력을 척결하는 새로운 여성 서사, 협력적 영웅 서사가 이 책 전체의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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