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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평점 :
#서평단 #도서협찬 #생각학교 #어느날문득내가달라졌다 #청소년문학 #SF #어른들이보면좋을청소년문학
표지가 순정만화 같은 이 책은 생각보다 앞쪽 작품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표현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가끔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님의 디테일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하는데 당최 애들이랑 급식먹으면서 사회생활하는 나보다도 훨씬 더 아이들의 언어, 세계, 관계의 미묘함 같은 것을 예리하게 잘 파악한 거 같았다. 말투, 표현들까지도 생각해보니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 이질감이 없었고, 문득 내가 2차 성징기에 서로 다른 성장 속도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몸들에 대한 고민으로 잠못들었던 일들도 속속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그게 세상만사 풍파에 비해서는 그리 큰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다르게 분화한 몸들이, 컴플렉스가 되기도 매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문득문득 자각하게 되기도 하지 않는가. 다만 그대로의 나를 수긍하고 인정하게 되며 그것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알게될 뿐. 그렇게 20여년 정도를 잊어버렸던 중학생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을 모를 때는 청소년들의 몸에 대한 생각이라고 해서 청소년기에 겪는 몸의 변화, 즉 2차 성징에 대한 아이들의 시선에 대한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일단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섯 명의 작가의 단편선으로 모인 이들의 교집합은 '청소년'과 '몸'이지만 결국은 인간이 늘 겪는 '같음'과 '다름'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인간 심리의 성장기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언어를 통해 이야기한 작품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문학 같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어른이들에게도 유효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추리스릴러 작가로서 인간 내면에 도사린 악의, 저열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둔 #정해연 작가님의 #가슴,앓이 에서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에 민감한 청소년이 당당하고 솔직한 친구를 만나 자신의 신체를 컴플랙스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점차 긍정하게 되면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가,
#추리소설 에서 시작해 지평을 넓힌 #조영주 작가님 의 #열네살내사랑오드아이 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선망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컴플렉스가 되었고 어떻게든 동화되지 못하는 대상 하나에게 공격성을 쏟아내는 미성숙한 청소년 집단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며 막상 본인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단점을 긍정하는 상대를 통해 상황을 긍정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결국 사랑으로 연대하게 되며 성장하게 되는 두 청소년의 이야기가,
읽고 쓰고 상상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장아미 작가님의 #소녀들의여름 에서는 미묘한 관계 속에서도 그 관계를 잃을까봐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말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관계와, 그 관계를 떠나 만난 새로운 관계, 한편 그 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은 또 다른 관계들이 서로의 마음을 때로는 할퀴고 때로는 끌어 안으며 관계들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세워내는 이야기가,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서 #역사 #추리 #좀비 등의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정명섭 작가님의 #꿈속을달리다 에서는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는 독보적 상상력으로 인공 신체를 이식 받은 아이가 그 신체의 꿈까지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그런데 여기에서는 다시 생각해보면 기술 발전의 양과 음을 모두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정말 너무 명백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긴장감 장치로 활용했는데, 너무 그럴싸했다. 2036년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데 원더키디 2020마냥 2036년에 다시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싶기도 했다)
#판타지 #SF #판타지 #미스터리 #문단 문학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김이환 작가님의 작품은 최근 내가 #김초엽 작가님께 푹 빠져서 한층 흥미를 갖게 된 SF와 함께 다름을 수용하고 적응한 주인공과 비슷하지만 다른 처지의 인물이 오히려 익숙해진 자신의 다름에 적응하면서도 한편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과의 문제 상황 공유를 통해 자신의 신체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이야기가 술술 읽히도록 쓰였고, 길이도 크게 길지 않으며 누구나 지나온 나이의 이야기를 하는 통에 어른들이라면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이들에게는 당사자의 이야기라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가 닿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들이랑 같이 읽고 독후감 돌려 읽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들어가는 글이나 나가는 글에서 단편집의 지향점이나 작품 해석을 좀 첨부해서 실어주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을 틀에 박히게만 해석해서도 안 되지만, 조금은 길잡이나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어쨌든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여전히 성장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혹여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화하는 몸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름'이 '개성'이 될 수 있음을 아직은 인정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실시간 위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들이 아직 봉합되지 못한 채 내면 아이로 남겨져있는, 그 상처들을 덮고 잊어서 그 내면아이를 외롭게 했던 어른들에게는 지금이라도 그 내면 아이를 한번쯤 꽉 안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쯤 더 읽어보면 나름 내가 들어가기와 나가기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여러분도 함께 읽어보시고 기준 보태주시라는 말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