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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 소설을 읽으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거나
둘 중 하나여서 이들의 정체성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늘 궁금증이 일었다.
과도한 미학, 넘쳐나는 피빛,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그게 아니면 도무지 발이 땅에 붙지 않아 통통 튀어다니는
캐릭터 인형의 괜히 앙증맞은 몸짓!
하지만 헛헛함도 짓누름도 아닌, 기분좋게 가벼운 무게감이어서 좋았다.
매사에 약간 맹한 태도, 매사에 엉뚱한 대답, 매사에 달기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
고물상 식구들의 인생관이 부럽다고나 할까, 닮고 싶다고나 할까!
사랑도 매달리지 않고, 용서도 장엄하지 않고
장사도 악착같지 않고, 심지어 전시회도 시큰둥이다.
그래도 그들은 잘 살고 잘 웃고 나름 행복하다.
삶을 이렇게 관조할 수 있으면 사는 게 훨씬 수월하겠다 싶지만
하긴 또 인생이란 어떤 태도로 어떻게 살아도 힘들고 어려운 것이리라.
그러기에 어쩌면 더 약간 모자라게, 약간 손해보며,
약간 어눌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약삭빠르게 계산하며 억세게 사는
악착이들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매력있는 작가를 한 사람 더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