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원인지 김생원인지 하는 소설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차에 같은 작가의 이름을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서 그냥 대출을 해버렸다. 작가상을 받았다니 품질과 함량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신뢰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롭고 아찔하고 아득하고 좋았다. 고어체의 글투는 예상보다 쉬이 적응이 되고 박경리나 박완서나 뭐... 그런 여류 작가의 예스러운 문제가 연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읽다보니 그 나름대로 자신만의 글투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아도- 넉넉히 형성되었다 싶었다. 39살의 넋두리, 도저히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는 저자의 말은 까마득한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하고 새삼 이 나이먹도록 나는 뭘 하고 살았나 자괴감을 샘솟게도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문제이고 소설은 아랑곳 없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국화주를 담그거나 맛난 죽을 끓이고 싶은 마음까지 일었다면 더 할 나위 없는 멋진 독자이겠지만 아직은 그냥 가슴아픈 비극적 사랑에 더 몰입하고 싶다. 그것이 일상을 잠시 잊게 하는 독서의 달콤한 대가이기도 하거니와 허겁지겁 그 동안 고걸되었던 마른 땅에 물을 퍼붓듯 책을 읽어대는 성마른 독서의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체험하고픈 갈망은 아니라해도 적어도 공감이나 이해 비슷한 감정으로 그네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던 며칠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