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 - 요조숙녀 사정옥과 천생요녀 교채란 한 지아비를 놓고 사생을 결단하다 겨레고전문학선집 22
김만중 지음, 림호권 엮음 / 보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가 꽃힌 서가 옆의 서가에

몇 권 같은 색깔로 늘어서 있는 우리 고전문학작품.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솔제니친의 작품들은 교양의 일환으로

이미 제법 젊을 적에 섭렵을 한 터이지만

정작 국어 시간에 배웠던 우리 고전들은

감만중- 구운몽, 사씨남정기

허균- 홍길동전....

뭐, 이 딴 식으로 입시를 위해 달달 제목과 작가를 외웠을 뿐

혹은 아이들 학습 만화를 힐끗 엿보았을 뿐

한 번도 정식으로 읽지 않았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고전을?!

 

뒤적여 보니 북한 학자들이 고전을 읽기 쉬운 현대 언어로

고쳐쓴 북녁의 조선고전문학 시리즈를

보리 출판사에서 겨레고전문학선집으로 제목을 바꾸고

약간의 손질을 가하여 펴냈다.

영어인지 국어인지 모를 남쪽의 언어세계보다

우리 말의 고운 표현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풍부하게 살아있는

북녁의 말을 그대로 살린 점이 독특한 장점이다. 

 

오늘은 사씨 남정기.

김만중이라는 인물이 숙종의 첫째 왕비인 인경왕후의 삼촌이라는 사실도

덕분에 알게 되었고, 50년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

새삼 신선하면서도 우습다.

첩은 나쁘고 조강지처는 착하며

남편은 아무 죄가 없고 오로지 그를 유혹한 첩이 죽일 년이라는 식의

한심한 남성중심적 사고나 

아들 타령이 지겹기도 하고

정숙 및 조숙한 부인의 행실이 따분하기도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구수한 이야기 솜씨는

역시나 이 작품이 고전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이유이다.

잡은 책을 놓지 못하고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홀연히 나타나 도움을 주는 조상 귀신도

갑자기 주막집에서 만나 소상히 지난 일을 알려주는 하인도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고

세상사 이렇듯 선과 악이 분명하다면

얼마나 살기가 편할까 하는 생각에 실소도 머금지만

본디 그것이 또한 이야기의 기능이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뒤를 이어

홍길동 전이 기다리고 있다.

현실을 잊게 하는 우리 이야기들과 더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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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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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서 알지 못했던 김홍도의 다른 면을 보았다.

붓을 손에 쥐고 휘리릭-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는 대 화가에다

거문고를 타고 피리를 부는 김홍도,

말을 타고 소풍을 다녀오는 김홍도,

술을 잘 마시는 김홍도,

시를 잘 짓는 김홍도.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그의 시

 

산새가 날마다 오나 기약 있어서가 아니오

들꽃은 심지 않았어도 절로 향을 내는구나

 

김홍도가 되고 싶었다는 저자였으니 김홍도를 오죽이나 잘 파헤쳤을꼬...

과연 면면이 성심을 다해 사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헤집어

김홍도에 관한 지식을 잔뜩 실어 놓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그의 그림들도

연대별로 모조리 모아실어

나이와 더불어 원숙미를 더해가는 위대한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맛도 심심찮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같은 초보자를 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은듯

평소 화려하던 글솜씨 대신 한 편의 논문을 읽는듯 

너무 학구적인 글투가 흠이라면 흠이다. 아마 김홍도에 관해 쓰고 싶었던 논문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어찌되었거나 소중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림으로나, 자료로나, 사실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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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 나무를 다루다, 사람을 다루다
신응수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책이다.

우리 나라 제일의 목수,

그가 나무와 맺은 인연에 대하여,

그리고 나무와,

고건축에 대하여

아름다운 사진을 곁들여

짧은 꼭지의 사색을 담았다.

목수의 힘겨운 삶과

사라져가는 우리 한옥과

한옥을 짓는 건축법과

그 건물을 있게하는 우리의 튼실한 소나무를

문득 다시 떠올리게 하고

더불어 그들을 잊고 지낸 우리의 숨가쁜 생활과,

결국에는 별 일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왜 바쁜지도 모르며 허덕대는 삶을

반성하게 만드는 묘한 글들이다.

저자의 화려한 경력보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더 눈에 들어오는 건

그 한 그루 나무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목수의 마음이 전해져오는 탓일 것이다.

스르륵-- 읽고 한 참의 여운 때문에

멍했던..... 그렇게 만드는 책이다.

 

"길가에서 자란 나무보다는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외롭게 자란 나무가 곧고 튼실하다. 사람도 나무도 외로움을 견디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더디게 자란 것이 끝내는 제목이 된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독을 극복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힘과 풍모를 갖춘 제목이 되다. 때로는 큰길로 가는 것이 최선이 아닌 법, 그것이 인생의 묘미이다."

"사람의 힘이 자연을 이겨내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에 나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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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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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년 전에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당시

그림만 주르륵 훑어보며

뭐, 그렇고 그런 그림 주석이려니

하고 덮어버렸던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땅을 치며 후회한 이유는

이렇게 그림에 조예가 깊으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말을 구사하며

이렇게 학문적 깊이가 깊은데다

이렇게 조목조목 상세히 설명을 할 수 있는 인재를

또 다시 만날 일이 흔치 않을 것이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내 마음에 한 줌의 후회를 더 끼얹었을지 모른다.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은 늘

후회와 미련과 안타까움과 뭐, 그런... 감정들을 동반하기에.

 

11편의 아름다운 옛 그림,   

늘 우리 곁에 있기에 가치를 모르고

늘 만날 수 있기에 감사할 줄 모르는

정말로 소중한 우리의 유산을

그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그림을 그린 시대적 배경, 짤막한 화가의 이력,

그림과 연관된 문학작품 등.....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그림들에 대해

정말로 알차고 다양한 지식을 멋드러진 우리 말로 다듬어 담아놓았다.

특히 김홍도 편에서는

풍요로운 지식은 물론

김홍도를 향한 작가의 절절한 애정과 사랑이

글 한 자 한자에서 묻어나고

그것이 객관적 판단을 흐리기는 커녕

감홍도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게 만들고 또

나마저 그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도록

만들어 버린다.

 

서양의 것에 대해선 너도 나도 지식을 뽐내며 

이런 해석 저런 해석을 들이대지만

막상 우리 것에는 소홀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이 시대

이 요상한 분위기에서

정말로 꼭 읽으며 다시 한 번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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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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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에 실린 음식 기사 한 귀퉁이에

음식을 논하려면 당근 읽어봐야 한다는 책이 세 권 소개되었는데

물론 보고 곧바로 잊어버렸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딱 마주친 순간, 그래 바로 저거였어!

많은 사람을 거쳐갔는지 책이 제법 낡아서

흐뭇한 건, 이 좋은 책을 벌써 많이들 읽었다는 안도감, 동지의식?!

 

평생 어떤 주제를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쑥스럽기는 하겠지만 참 보람있는 일일 듯하다.

늘 느끼는 바지만 그런 노력의 결실이 활자나 작품이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땐

더더욱 절실하여 슬며시 부러운 마음까지 일어난다.

그림을 척 보고도 그 그림 속 그릇이 질그릇인지 오지 그릇인지

그 안에 뭐가 담겨 있는지, 누가 구웠는지

줄줄 풀어내는 저자의 쌈빡한 지식이 일단 가장 감탄스럽고

그림 속 주인공의 표정 하나까지 읽어내는 그 섬세한 연구자 자세가 또 감탄스러웠고

어쩜 그리 까맣게 모를 수 있었는지 나의 무식이 또 한탄스러웠다.

조선시대 풍속화를 마음껏 감상하고 그에 곁들여 해설까지, 

복이 터진 책인데다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상식 및 지식까지 바로 잡고 고쳐주려는 노력이'가상하다 못해 감동스럽다.

흠---

 

그러나 역시 그림의 떡이라!

먹어 보지 못하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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