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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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라, 저래라 좋은 말씀을 고깝게 여기는 삐딱한 심성 탓에

좋은 말씀 시리즈는 잘 안 읽는데

<꽃그늘 환한 물>에 홀딱 반해서 그만 정채봉 선생의 선집을

도서관 서가에서 뽑고야 말았다.

처음엔 뭐 그저 그런 글귀들이니 하다가

입원한 이야기, 엄마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병원 창으로 지나가는 새벽 전철, 그곳에서 졸고 있을

힘겨운 삶들을 그는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짓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내 몸과

그나마 멀쩡한 정신에

도무지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해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신 엄마, 

운주사의 부처님 품속에 숨어 들어가

엄마....

하고 부르던 그의 시는 또 얼마나 가슴을 아프게 하던지. 

새삼, 나의 행복을 곱절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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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 모리미 도미히코의 미도리의 책장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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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 5편을 모티브만 따와서 다시 썼다고 하는데

그 원전을 알길 없으니 다시 썼는지 베꼈는지 알바 없고

어쨌거나 도미히코의 형식 실험은 계속되는 구나 싶다.

5편의 단편이 분명하건만

그 놈이 저기에도 나오고 여기에도 나오고

다시 서로 만났다가 얽히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러면서 낄낄 웃음을 준다.

사내의 육즙으로 물든 다다미 넉장 반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라 

갑자기 우리 집 장판이 나의 육즙으로 물들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고

아- 다다미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이고 할 정도다.  

그래도 요리 조리 형식을 실험하는 그의 글쓰기 법은

연구할만하다 싶다.

물론 그 기가 막힌 입담이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뭐... 한 편 더 정도는 읽어볼만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유정천 가족이나 아가씨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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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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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었지만 선듯 손에 잡지 못하고 있었다.

과감하게 한 번 시도를 해봤더니

역시나 좋은 책이다.

 

영,정조 시대의 선구적 지식인들이 요즘 한 창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덕무를 비롯하여 홍대용 등의 북학파가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높다.

취향이 개방적이고 무엇보다 젊은 이들의 모임이었으므로.

그 중 단연 연암이 선배노릇을 한 모양이라서

연암의 열하일기를 비롯하여 원전과 다양한 해설서들이

도서관만 일람하여도 꽤 넉넉하다.

우리 역사와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하니

무엇보다 반갑고

그들의 글을 쉽게 해석하여 대중화시켜주는 고급 인력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뜻이니

그 또한 반가운 일이겠다.

아마 이 책은 그런 영정조 시대 지식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시발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과연 그럴만하다 싶은 마음이 들만큼

글도 수려하고 담긴 내용도 알차며 재미지다.

고미숙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말빨이 꽤 괜찮은 사람이다.

비슷한 시대를 비슷한 고민으로 살았던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이제 머리가 희끗해질 나이가 되었고

그들이 대한민국의 다방면에서 이런 저런 활동을 열씸 하고 있다니

좋다가도 세월무상이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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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48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2. 진격의 두별! -다산과 연암 가족관계 파헤쳐 보기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3-06-18 12:14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완전정복 가이드 1탄] 다산과 연암, 그들의 가족관계 18세기 조선에 나타난 두 거성, 다산과 연암. 이 두 개의 별을 둘러싼 또다른 크고 작은 별들과의 관계를 파헤쳐 봅니다. 오늘은 가족관계편입니다! 다산의 가족관계 1762년 아버지 정재원과 어머니 해남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다산. 다산의 아버님은 장가를 세 번 드셨습니다(당시 상황으로는 뭐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첫째 부인에게서는 약현을 낳았고, 두번째 부인인 다산..
 
 
 
꽃그늘 환한 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11
정채봉 글,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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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 갔다가 맞은 편 새로 생긴 근사한 건물의 1층 카페에서

맛난 커피도 마시고 지하 서점에 구경을 갔다.

전시한 책들을 뒤적이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화사한 동화 한 권,

너무 그림이 아름다워서 정신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끼마저 소중하게 살피는 스님의 애틋한 생명사랑도 좋았지만

한지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밝고 맑은 그림은 정말로 눈이 부셨다.

마음이 정갈해지는 그림,

한 폭 떼다 우리 집 거실에 걸어 놓으면

집안이 온통 환해지겠다 싶었다.

그럼 이 그림들을 세상 곳곳에 걸어놓으면

이 한심하고 불안하고 정신없이 세상도

환해지려나......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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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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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을 싫어하는 관계로 장편소설과 성석제의 만남을 찾아 헤메다

겨우 발견한 순정, 제목부터 뜨악- 성석제스럽지 않다.

까닥하다가는 달로 이민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를 이 우주선의 시대에

이 무슨 순정!?

하지만 과연 이 책은 순정의 이야기다.

도둑 중의 도둑, 진짜, 진정한 이 시대의 왕 도둑

이치도가 첫 사랑 왕두련에게 바치는 순정.

무심하고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은근슬쩍 겸손하게

세상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도둑 이치도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칠 수 없다는 돌아버릴 것 같은 현실 앞에

자기 방식대로 순응하고

방황하는 첫사랑의 방황을 더욱 부추기다가

어쨋든 해피엔드로 끝을 맺는다.

성석제 표의 질퍽한 묘사와 해학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그 와중에도 시대 분위기 파악과 역사 의식을 잃지 않는 그의

시대의식은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머, 어쩔 수 없이 소설집도 읽어봐야 할 판이다.

그 입담의 늪에서 벗어나기가 수월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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