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입니다 - 2005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 수상작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1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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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구입해서 얼마전에 우리집에 오게된 책...책을 좋아하는 울 딸이 같이 들인 다른 책보다도 이 책에 열광했다. 가슴에 끌어안으며 이 책 너무 좋다며 호들갑을 떨기에 나도 찬찬히 보았는데 나의 느낌과는 달리 깔깔거리며 이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바지를 주워와  찢어진 채로 입고 있는 장면, 할머니가 오줌을 제대로 못누고 실례하는 장면, 옷장에 젓갈을 넣어 구더기가 핀 장면등이 어린 딸에게는 우스꽝스럽고 재미나게 보였나보다. 항상 어른의 정돈된 이미지를 깬 어른이 나와서일까 어른도 이렇게 아이처럼 실수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해서일까 아이의 천진 난만한 반응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사실적인 그림과 내용이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라 동화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가슴이 찡해오는 책이었다. 아들이 어머니께 손으로 반찬을 뜯어 젓가락으로 밥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는 장면을 보니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머니도 어린 자식에게 저리 밥이며 반찬이며 집어주면서 사랑을 쏟아주었을텐데 의지를 상실해서 아들에게 보호받고 있는 모습에서 모자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할머니가 오줌을 요강에 잘 누지 못하자 "할머니 오줌도 제대로 못눠?할머니랑 같이 자기 싫어 엄마랑 잘래" 하며 매몰차게 나가버리는 손녀딸과 그 오줌을 묵묵히 치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대조가 된다. 나 어릴적에 병중에 있는 아빠를 뒤로한채 친구집에 놀러가 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10살이었기에 아픈 아빠보다도 재밌는 친구와의 만남이 더 소중했었나보다.
철없었던 나의 어린시절...
할머니는 또 훌러덩 옷을 벗어던진다. "할머니 또 벗었어? 덥지도 않은데 왜 자꾸 벗어. 창피하게..." 손녀딸은 화가난다. 할머니가 학교 담 밑에서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을 아들이 업고 온다.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돼요?

안돼

왜요? 아빠 어릴때도 따로 살았다면서요.

그래도 안돼.....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그럼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그렇다. 엄마니까...가족이니까.... 피로 맺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 맹목적인 사랑을 해주신 부모님이셨기에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저런 일은 감히 겪고 싶지 않을뿐이다.

 







이 가족사진을 보니 요즘 핵가족화 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듯 네식구만이 한 액자에서 환희 웃고 있다. 혼자 덩그라니 사진 액자 속에 서있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내 가슴이 아려오는 건 왜일까! 자식과 남편을 위해서 희생을 하며 삶을 살아온 것을 보상 받으며 살아도 모자란데 병이 생겨 고생하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모든 가족들도 아무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기도만 나온다. 부디 이 다섯식구가 힘든 가운데서도 기쁨과 행복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 그림은 위에서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있는 장면과 다르지 않다. 아들의 입엔 미소가 지어지지만 어머니는 좋은지 싫은지도 모른채 업혀있다. 어머니도 아들이 업어주었을 때 입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7살 우리 첫째딸이 요즘 부쩍 힘자랑을 한다. 저번엔 엄마를 업어주겠노라며 굳이 싫다고 하는데도 엄마를 업겠다면서 나를 업었는데 두발이 살짝 들려 깜짝 놀랐었다. 얼마전엔 78Kg 아빠도 들겠다고 한바탕 난리를 친터라 이 그림을 보자 울 딸과 아빠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그림이었다.
이 손녀딸의 말과 행동이 우리내 자식들과 다르지 않은것 같아 공감이 간다.


 
할머니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치매라는 병에 대해서 검색도 해보고 국어사전도 찾아보았다.
치매 :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능. 의지. 기억 따위 정신적인 능력이 상실된 상태
7살된 우리 딸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뇌에 병이든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해주며 책에서처럼 저런 행동들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 (엄마, 아빠, 서영, 신영)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색지를 서로 맞대고 흰종이의 코와 입에 칼집을 내어서 색지에 붙여주면 코와 입이 튀어나온다.
아빠는 피카소처럼 그린다며 눈을 저렇게 그려놓았다. 엄마는 다양한 색을 이용해 얼굴색을 저리 칠했다.ㅎㅎㅎ
 






짜잔~완성된 우리 가족의 얼굴!
좀 엉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고 그리는 모습이 참 이쁘다.

 


이번엔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도 써보고 우리 네 가족이 하는일, 좋을때, 싫을때를 서영이의 관점에서 적어보도록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는 흰 종이에 분홍색 한지를 찢어 붙여서 멋좀 부렸다. 



아빠가 싫을땐 자기를 배빵굴이(배불뚝이)라고 할때라고 한다.ㅋㅋㅋ 아빠 뜨끔하실꺼다.
엄마가 좋을땐 자기에게 아무거나 사줄때란다. 에효~ 평소에 덥석 사주지 않는 나라서 저 글 보면서 공감도 가고 어느정도 사줄건 사줘야겠다고 반성(?)도 하게되었다. ㅎㅎㅎ
동생이 싫을땐 언니말을 안들을때...그말에 나도 공감이 간다. 불쌍한 울 첫째~
서영이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족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되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된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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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에 와줄래 깨금발 그림책 18
허은실 글, 유준재 그림 / 한우리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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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의 생일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에게 생일에 오라고 초대를 하니 초대장을 달라고 하네요. 글자를 모르는데 어떡하지? 생각을 하다가 그림을 그려 초대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예쁜 집과 맛있는 생일 케이크를 그려 가니  "집이야, 상자야?  이건 모자야, 빵이야? 친구들은 무슨 그림인지 잘 모르겠다네요
 

 
그래서 초대장을 다시 만들기로 했지요. 이번에는 좀더 알기 쉽게 동그라미 위에 초가 일곱개, 네모난 집에 뾰족한 세모 지붕과 조그만 창문을 그려 친구들에게 주었습니다. 하지만 초대장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 언제 가야 해?" "아, 그걸 빼먹었구나." 또다시 초대장을 만듭니다. 달을 세개 더 그리고 12시라는 시계를 그립니다. 세밤자고 12시에 오라는 뜻이지요. 드디어 생일날! 친구들은 잘 찾아올까?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12시가 되자 친구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합니다. 하늘이는 너무 기뻐서 또 초대장을 만듭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오빠에게 글자를 가르쳐 달라고 조릅니다. 하트를 열어보면 '고마워'라는 글씨가 씌여있네요. 글자를 배우고 정말 편하다는 걸 안 하늘이는 초대장을 다시 써보네요.
오월 4일 12시에
하늘이네 집으로 오세요. 맛있는 케이크를 같이 먹어요. 선물은 안줘도 돼요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생일... 생일이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글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게 된 하늘이를 통해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자극과 함께 재미난 스토리와 이쁜 그림이 함께해 아주 이쁜 책이 탄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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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매스 손끝으로 배우는 분수 (교재 + 원형분수학습기) 조이매스 손끝으로 배우는 분수
한국창의력교육개발원 엮음 / 조이매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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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육아 선배인 지인으로부터 수학적 사고에는 교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있다. 우리 어렸을 적엔 종이 위에 문제를 풀면서 수학을 푸는게 다였는데 요즘은 이렇게 좋은 교구가 많이 나와있어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좋은 세대에 살고 있는지 새삼 부러움이 밀려온다. 어렸을적 이런 교구가 보편화 되었다면 그렇게 수학이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았늘텐데 말이다. 처음으로 분수를 배웠던 시절에 이 분수교구로 개념을 잡아갔다면 얼마나 쉽게 분수를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내 아이에게 이런 교구를 접해줄 수 있는 부모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아이가 6살때쯤 지점토를 둥글게 자르고 조각을 내어 분수를 접해준 적이 있다. 조물락 조물락 만들기도 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잡아주기에 참 좋은 활동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다. 이 교구를 하면서 그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이 분수 교구는 어른 밥공기 둘레 정도의 아담한 사이즈다. 1/2인 연두색 부채꼴 모양 2개, 1/4인 빨간색 부채꼴 모양 4개, 1/8인 노란색 부채꼴 모양 8개, 1/16인 파란색 부채꼴 모양 16개가 4겹으로 쌓여있다. 
 
첫째도 좋아하지만 4살짜리 둘째도 이 교구에 관심이 참 많다. 자기도 하겠다며 한바탕 열심히 놀았다.
1/2은 1/4 두개, ⅛1/8 네개, 1/16 여덟개와 같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1/4과 같으려면 1/16 몇개가 필요할까? 생각을 하더니 4개가 필요하단다.
1/2과 같은것은 무엇일까?  2/4, 4/8, 8/16 이란다.
이런것을 교구없이 물어보았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물론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교구를 함께하며 교구의 힘을 새삼 느낀다.

 

 

교재는 총 18페이지로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주고 있다. 교구를 가지고 엄마가 활용하기는 한계가 있는데 이 교재는 그런 엄마의 한계를 알고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1/16 조각을 이용하여 3/4을 만들어보면서 약분을 배울 수가 있다.
분모를 16에서 4로 만들으라면 당황할 수도 있으나 교구를 이용하면 전혀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3/4은 1/4이 3개가 모인 것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4/8은 1/8의 몇배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3/8과 5/8 중에 어느것이 큰것인지 비교도 할 수 있다.
 

 

 
분수 교구와 교재를 통해 덧셈과 뺄셈 그리고 비교하기와 등을 자연스레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창의적인 생각을 했을 때 칭찬해주고 좀더 어려운 것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으며 실패했을 경우에도 답을 성급하게 직접 제시해주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경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 교구와 교재를 통해 수학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
 
●교구 활용의 장점
1.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수업이 가능하다.
2. 교구를 이용한 수업은 수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향상시켜 협동학습을 가능케한다.
3. 새로운 수학의 내용을 도입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4.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에 대한 풍부한 해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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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독 4 - 천재 두뇌를 사수하라!
앤드류 코프 지음, 제임스 드 라 루이 그림, 신혜경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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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의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오신 페인 교장 선생님은 총명 물약을 개발하려 한다. 그것을 똑똑한 아이에게 투여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부자가 되려는 야심을 갖는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들들 볶아 쉴 틈 없이 공부만 하도록 만든다. 총명 물약의 마지막 열쇠는 똑똑한 아이의 두뇌 조직에서 뽑은 성분인데 문제는 이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학생이 다름 아닌 벤이라는 사실.... 한편 코텍스 교수는 신발명품을 소개하기 위해 라라와 쿡 씨 가족을 비밀 연구실에 초대한다. 아이들은 '총명 물약’과 감시 카메라의 일종인 강아지 응가 모양을 한 '응카'등을 보고 날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교수님의 발명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스파이로 침입한 게으르고 멍청한 벤트는 코텍스가 거의 완성해간 총명물약을 벤트가 낚아채고 들킬 것 같아 그것을 삼켜버린다. 다음날 자신도 모르게 똑똑해져 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 퀴즈쇼에서 일등을 해 어마어마한 상금을 거머쥔다. 하지만 총명물약의 효력은 단 며칠뿐... 총명물약의 맛을 본 벤트는 욕심이 나서 그 물약을 거머쥐려 한다. 페인 교장과 자신이 1:1로 갖는 조건으로 코텍스를 납치하게 된다. 위치 추적 장치가 있는 사실을 알고 코텍스 교수를 따라 나선 개 라라는 벤과 남매와 함께 그들의 뒤를 쫓는다. 스파이 개에서 다시 애완견으로 살아왔던 라라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만, 흥미진진한 모험이 부른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라라와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요술 연필 페니」의 작가 앤드류 코프의 글을 또 접하게 되니 너무나 기쁘다. 그 책에서도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책도 그 책만큼이나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UK아마존 베스트셀러이고 영국 어린이 도서상 수상작답게 내용과 전개도 탄탄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 책의 교장처럼 자신의 야망을 위해 윤리,도덕을 벗어버린 과학자나 사람들로 인해 희생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과학의 발전에 앞서 그것이 과연 인간이나 자연에게 정말 이로운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똑똑해질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의 욕망을 꼬집고 있는 이 책을 보면서 나도 그런 약물이 있다면 그것을 구매하게 될지 한번 우스운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 약물을 맛보는 순간 그것의 노예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게 된다. 똑똑해질 순 있지만 행복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해 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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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레트 작은거인 24
클레르 클레망 글, 정지혜 그림, 류재화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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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아버지는 농장 일을 끝마치고 지평선을 조용히 바라보곤 했다. "할아버지, 뭐 봐?" 할아버지는 운을 떼었다. "해님은 들녘에 지고, 긴 다리, 목 내밀고, 저 멀리 여왕님들 지나가네. 걸으면서 꿈을 꾸는 여왕님들."

어느날 할머니는 잠이 든다. 영원히...할아버지도 죽었다. 시골도, 돌체비타도, 시도...모두 죽었다. 할아버지 심장은 심하게 얻어맞은 것이다. 커다란 멍이 든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아버지는 말도 하지 않는다. 멍하니 한곳을 응시한채로... 그래서 룰레트의 엄마는 할아버지를 양로원에 맡기려 하지만 도무지 롤레트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감옥같은 곳에 할아버지를 가두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버려진 한칸짜리 기차에 아무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옮긴다. 한 일주일쯤 그곳에 계시면 할아버지가 정상처럼 돌아와 양로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에선 할아버지가 없어진 것을 알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엄마는 슬퍼하고 경찰은 들락거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가는 것을 원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곳에서 만난 노숙자 푸푸 아저씨와 파리 아줌마를 만나게 되고 할아버지는 그들과 함께  지낸다. 룰레트는 집에서 몰래 먹을 것을 나른다. 어느날 숙제를 하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말을 하게 된다. 파리 아줌마는 꼼이라는 자식과 떨어져 사는데 꼼에게 생일편지를 보내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앉는다. "항상 생각한다. 해가 떠서부터" 라고 생각을 해내자 갑자기 할아버지는 "새가울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그립소. 나는 물 없는 땅. 당신 없는 나는 완전한 내가 아니오. 당신을 내 팔로 안고 싶어. 따스한 살, 부드러운 향기를 맡고 싶어. 당신이 웃는 것을 보고 싶어. 당신이 우는 것을 보고 싶어. 내가 위로할 수 있게. 따스한 손길로, 부드러운 말들로, 꽃으로, 나비로, 달팽이로, 개미로. 당신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반짝이는 기쁨의 눈빛을 볼 수 있게. 내가 숨을 내뱉을 때 내 숨결은 당신에게 가오. 가끔 그걸 느끼지 않아? 여린 입맞춤처럼.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당신, 내 사랑, 영원히, 영원히...." 라고... 할머니가 너무 그리웠던 할아버지는 그렇게 속마음을 다 쏟아내고는 흐느껴 운다. 그 기차에 있는 동안 할아버지는 말을 하게 되고 이틀 더 머무른 후에 집으로 가게 된다.

어린 룰레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낭만을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그런 양로원에서 지내다가는 병이 나을 수도, 다시는 집으로 돌아올 수도 없다는 걸. 룰레트 눈에 양로원은 노인들이 가로수처럼 줄지어 멍하니 죽음을 기다리는 감옥 같은 곳이다. 필요한 시설이 모두 갖추어진 곳일지는 몰라도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엔 무언가 빠져 있는 곳이라 느낀 것이다. 이 책은 무언가를 말해주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련하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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