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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평점 :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색감이 아름다운 사진과 작품이 어우러져 있고, 글씨 크기 또한 눈에 부담 없이 술술 금방 읽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문장들이 펼쳐진다.
음악을, 예술을,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넌지시 해답을 건네며
깊게 사유하게 만든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과 저자가 함께 영국 바쓰로 떠난 여행.
여행 기록과 인터뷰 기록으로 쓰인 이 책은
베토벤이라는 이름이, 백건우라는 이름의 삶 전체가 천천히 깊이있게 다가온다.
'베토벤'이 오래전에 죽은 음악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백건우 선생님의 입을 통해
내게 말을 건네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바쓰로 향하며
- 그는 늘 세상을 듣고 세상을 '음악으로 번역'하던 사람이니까.(24쪽)
- 절망을 없애려고 한 게 아니라, 절망을 껴안고 넘어선 사람이기 때문이죠.
베토벤은 절망에 무너지지 않고 '희망의 빛'으로 간 사람입니다. 나에겐 그가 바로 나의 신입니다. (50쪽)
- 베토벤의 음악은 시간 속에서 흔들리는 의지이고, 고흐의 그림은 공간 속에서 떨리는 의지입니다.
한 사람은 소리로, 또 한 사람은 색으로 같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죠. (109쪽)
- 중요한 건 고통을 속이지 않는 것이에요. 예술은 고통이 없어서 생기는게 아니라
고통을 끝까지 정직하게 대했을 때 비로소 시작되거든요. (111쪽)
- 음악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절대로 말을 걸어오지 않습니다.(144쪽)
- 아픔이 사람을 무너트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사람으로 남게 해주기도 합니다. (159쪽)
💕 사랑이야기
- 많은 사람이 물어요. 왜 그렇게 헌신적이었냐고요. 하지만 그건 희생이나 헌신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였어요. 윤정희가 있었기에 나는 연주할 수 있었고, 내 음악의 절반은 그녀가 만든 거니까...😭
- 음악은...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지막 언어니까요. 나는 이제... 음악으로만 그녀와 대화할 수 있어요.😭
- 음악은 결국 인간의 고통을 품어야만 진짜 음악이 되거든요. 베토벤도... 브렌타노도... 내 연인 윤정희도.
고통과 사랑 속에서 더 깊어져요.
- 사랑은 없어지지 않아요. 형태만 바뀌지.
- 그런데 사랑이라는 게...참으로 이상해요. 이루어지는 사랑도 있지만,
끝까지 함께하는 사랑은 정말... 하늘이 주는 거예요.
- 사람은 잃어버린 사랑으로 철학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끝까지 지킨 사랑으로 더 깊은
예술가가 된다.
📝인터뷰 중에서
-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 이전에 한 인간의 기록입니다. 청력을 잃고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한 사람이지요. 그의 소나타는 연습곡이 아니라 인간 수업입니다.😍
- 어떤 태도로 이 음악 앞에 서는가
- 이 음악이 지금 너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 음악을 너의 인생보다 앞에 두지 말아라.
😻베토벤이 절망을 지우려 했던 게 아니라, 그것을 안고 걸어갔다는 것.
예술이 왜 존재하는지, 왜 어떤 노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지
'음악은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지막 언어'라는 말로 조용하면서 힘 있게 설명해 준다.
백건우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연인 윤정희가 절반은 만들었다고,
이제 음악으로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았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속에서 깊은 사유와 함께
고야와 고흐, 고갱, 옛 로마 시대와 고딕 시대의 건축물, 쇼펜하우어와 니체,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 역사까지 만나게 되는 음악 여행 에세이이다.
베토벤을 신으로 생각하는 한 음악가의 삶 전체가 파도처럼 아르페지오가 되어 밀려온다.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베토벤이, 그래도 그 누구보다 깊은 내면의 바다를 가졌던 것처럼.
올해 기획된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회와 2027년 3월의 베토벤 200주년은
더 뜻깊게 느껴질 것 같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베토벤의 인생 수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소나타를 공부하던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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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 단체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