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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ㅣ 비룡소 클래식 21
루머 고든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조안나 자미에슨.캐롤 바커 그림 / 비룡소 / 2008년 4월
평점 :

이야기는 약 100년 된 작은 나무 인형 토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토티는 플랜태저넷 씨, 그의 아내 버디, 동생 애플, 강아지 디너와 함께 '진정한 집'을 꿈꾼다. 여기에 에밀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새로운 인형 마치페인이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인형들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인형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영화 <토이 스토리>를 떠올리게 했다.
장난감도 사랑받기를 원하고,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주인을 향한 마음을 간직 한다는 설정이 닮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샬럿과 에밀리의 대화 틈틈이 등장하는 인형들의 대화 배치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 <인형의 집>만의 특별한 점은 인형들의 염원이 담긴 '기도'에 있다.
인형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함께 기도하면, 그 마음이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현실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 인형들은 직접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그들의 진심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강력한 염원은 공명하여 이루어진다는 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들은 마치 마법처럼 다가온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마지막에 토티가 들려준 말이다.
"모든 것은 왔다가 떠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지나간다." (p.196)
처음에는 단순히 인형의 운명을 말하는 문장처럼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아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형의 삶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곱씹어보면 이 문장은 결국 우리 인간의 삶을 향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도 영원하지 않고, 슬픔도 영원하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은 흘러가고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성장한다는.
📖 책 속의 문장
-인형들은 선택될 뿐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사람이 해 주어야지 스스로 '할' 수도 없다.
어떤 아이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인형한테 못되게 굴기 일쑤다. (p.11)
- 표지판 하나 없는 길을 혼자 걷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분명히 가끔 실수도 할 거예요. 뒤따라가면서 '이게 틀렸어. 저게 틀렸어.'라고 말하기는 쉬워요. 에밀리가 먼저 길을 갔으니까, 뒷사람은 그 길이 틀린 것을 아는 거예요.
뒷사람은 옳은 길을 알아요.(p.166)
---> 우리 인생에도 모든 길에 각자의 '표지판'이 있다면 조금은 덜 고단할까? 아니면 재미가 없을까?
모든 길은 재미없을 것 같으니 한 3번 정도?😁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때론 잘못된 선택을 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다.
결국 옳은 방향을 선택할 줄 알게 되는 안목을 키워줄테니까.
📝 이 작품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도 떠올랐다.
<비밀의 화원>에서는 닫혀 있던 정원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생명을 되찾는다.
반면 <인형의 집>에서는 작은 인형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낸다.
두 작품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기다림이 기적을 만든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버넷이 자연을 통해 치유를 이야기했다면,
루머 고든은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전한다.
👉또,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민음사)도 함께 읽어 보았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비슷한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의미의 '인형'을 이야기한다.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시대와 시선을 품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입센의 <인형의 집>은 당시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의 모습과 사회 통념을 통쾌하게 비판하는 희극이다.
변호사 헬메르는 아내 노라를 종달새, 다람쥐, 인형이라 부르며 사랑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상에 맞춘 존재로만 바라본다. 병든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고 돈을 빌렸던 노라의 희생은 남편이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철저히 외면당한다. 헬메르에게 중요한 것은 아내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와 사회적 체면이었다. 그녀가 집을 나가며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소리는 자아와 독립을 상징하는 최고의 통쾌한 장면으로 다가왔다.
🎈루머 고든은 인형에게 생명을 부여하며 사랑과 희생,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반면 입센은 인간을 인형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사회를 비판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하나는 따뜻한 동화이고, 다른 하나는 날카로운 사회극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결국 우리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토티는 인형이었기에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고,
노라는 시대의 가치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는 정말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기대와 사회의 시선 속에서 또 다른 '인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좋은 고전은 시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까지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인형의 집>이 지금도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고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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