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심리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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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3일 이글루스 렛츠리뷰에 올렸던 글.

난 아마 초판을 읽었던 모양이다.

발간 날짜가 훨씬 전이라 깜짝.

이글루를 정리하며 여기에 글을 옮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내 살아오면서 불만에 가득찬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꺼내서 버려야 할 것들을 못 버리고, 버리고 나면 또 가져다 채워넣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내 인생은 정말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 되어

좋지 않은 에너지로 가득차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좀 치워볼까 하는 마음에 일어서노라면 여러 가지 일이 생겨 많이 힘들었지만,
작년 한 해 커다란 일을 꼽아보자면 천주교 영세를 받고 조금 마음이 나아졌더랬다.
또 상담료의 1/4 가격을 지불하고 지름신을 영접한 덕에 그 과정에서 취미가 비슷하고
밝은 면을 주로 보는 좋은 친구들도 덕분에 좀 생겼었다는 것도 하나의 사건이었다.

조금은 더 밝아지고 싶은 마음에서 펼쳐들었던 책은

작가의 전작과는 달리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몸의 상태로 나타나든, 마음의 상태로 나타나든 우리가 아픈 것은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까지 해준다.

마음을 쏟던 대상이 떠나고.

(배신/실연/죽음... 어쨌든 나와 관계가 끊어지는 모든 것이 떠나는 것이다.)
그 마음이 갈 곳을 없어 주위와 나를 콩 볶듯이 볶아

하얗게 태워버리는 과정에서 우울증과 광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좀 더 좋은 에너지로 발전시키고,

감정을 쌓아두고 계속 곱씹는 것보다는 쓰고 말하고 터뜨리면서
Ventilation하는 것을 작가는 권하고 있다.


(한 때 내가 책을 읽고 모아두는 교보문고 북로그의 제목이 'Ventilations of Emotion' 이었는데,
  그때 정작 제목은 그리 지어놓고 감정의 발산은 제대로 못해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아쉽다.)

그리고 그 비뚤어진 에너지들이 주위와 자신을 태우지 않게 할 것을 작가는 강조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고 하면서 밥을 퍼먹어 본 적이 있었다.


얼굴이 예쁘지 않아 그렇게 귀여워해 주시지도 않았지만,

어려울 때는 딱 잘라서 냉정히 말하고 아낌없이 도와주셨던 선배님이 돌아가신 자리에서

언니보기 민망할 정도로 울어대고 꾸역꾸역 밥 말아먹고,
버스타고 먼 길을 졸면서 왔던 그 때.


이래도 밥이 들어가고 잠은 오는구나 싶어 참 한심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게 정상적이었다니 살짝은 허탈해진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언젠가 노래방에 또 가게 되면 부를 노래 리스트를

쫙 뽑아두었던 것 같은데,
부은 편도선이 가라앉으면 혼자서라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제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 저지를 수 있기를!

* 가끔은 발산을 위해 울어도 좋다지만,

사실 내 경험으로는 산후우울증에는 우는 것을 말리고 싶다.
    컴퓨터도 쓰지 말라는 그때에 말 안듣고 울어버리면,

나는 난시가 생겼고, 후에 문제가 오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를 채워야 할 때에 내다 버렸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만큼 채울 자신이 없다면 울어서 내버리진 않기를 바란다.

* 나쁜 에너지를 갖다 넣는 사람을 주위에서 치우면 가장 간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안 될 경우 용서해야만 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라는 주님의 기도.
    쉬운 사람보다는 어려운 사람이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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