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넛셸>

올 초 이언 매큐언의 열네 번째 작품 <넛셸>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껏 들떴다. 이 작품은 <햄릿>을 재해석했다는 소식과 함께 기대작으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작품이었다. 드디어 <넛셸>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영미권에서 출간된 지 1년이 조금 안 된 시간에 만나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8개월의 태아가 주인공이다. 이 아이는 뱃속에서 세상을 마주할 날을 기다리며 유유자적 양수를 헤집고 다닌다. 어머니가 듣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지식을 흡수하고 어머니가 마시는 와인 맛을 평하며 굉장히 지적인(?) 아이로 묘사된다. 
만삭의 젊은 어머니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자다. 태아의 아버지와 열정적으로 사랑해서 태아를 가졌지만 왠지 어머니는 버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아버지는 지금 따로 살고 있다. 매번 엄마를 찾아오지만 문전박대 당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애초롭다가도 박력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버지가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태아는 이상함을 느낀다. 아버지와 해야 할 사랑을 어머니는 낯선 남자와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문전박대한 이유가 이었다. 바로 이 남자 때문이다.  
오로지 관심은 차와 돈 밖에 없는 속물 같은 이 남자에게 어머니가 홀딱 빠져있다. 어머니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아직 뱃속에서 탯줄에 의지해 살고 있는 태아일 뿐이다.
얼마 뒤, 태아에게 큰 시련이 닥쳐오는데. 이 낯선 남자는 아아버지의 친동생이며 아버지의 재산을 뺏기 위해 무시무시한 계략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이 남자를 믿고 멍청한 계획을 따르려고 한다. 엄마를 말려야 한다.
말릴 수 없다면... "태어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태아는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면 고아원에 버려지거나 삼촌에게 학대를 당할 게 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느니 태어나는 것보다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태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넛셸>의 설정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가장 위대한 비극 <햄릿>에서 탄생했다. 
매큐언은 만삭의 며느리와 이야기하던 중 태아의 고요한 존재감을 강렬하게 인식한 후 이 소설에 대해 착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비극으로 꼽히는 <햄릿>을 매큐언식으로 해석한 오마주다. 덴마크의 햄릿 왕이 급서한 뒤,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올라 왕비 거트루드와 재혼한 데 대해 작은 아버지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독살한 것이라는 의심을 품는 햄릿 왕자가 모티브다.
작가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햄릿>을 꼽으며, 셰익스피어를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라고 말한 바 있다. 소설의 제목 ‘넛셸’ 역시 <햄릿>의 2막 2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아, 나는 호두 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멍청한 삼촌과 어머니, 위기에 처한 아버지.
가족 중 제일 똑똑한 태아(?) 위태로운 이 가족의 이야기는 블랙 유머와 스릴러 그리고 혈육 간의 치정 등 다양한 종류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264p 부담 없는 분량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매력적인 작품으로 강력 추천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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