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작품 <재즈 jazz>


재즈는 단순한 대중음악이 아니라 흑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와 그들이 휩쓸리고 있는 삶의 새로운 모습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음악이다. 슬픔과 동시에 에너지와 흥이 넘치는 음악이다.

그것은 경제적 번영이 주는 흥분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함께 나타내는 시대의 특성과 묘하게 닮아 있다.  

 

미국문학의 대모이자 흑인 사회의 위대한 멘토인 토니 모리슨!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녀의 대표작은 단연, <빌러비드 (Beloved)>와 <재즈>가 아닐까 싶다.
자식이 노예로 살지 않게 하려고 아이를 살해하는 어머니를 다룬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빌러비드(Beloved)>(1987)는 모리슨은 이 소설에서 자신의 목을 벴던 어머니와 살기 위해 돌아온 신비로운 인물 빌러비드를 묘사해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2년 한국에 소개된 <재즈>는 2015년 새롭게 다듬은 번역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인종차별이 사라진 노예제 폐지 후,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흑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폭행은 사라지지 않았고 마냥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기에는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네에서 평판이 좋은 외판원 조와 억척스럽게 미용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의 부인 바이올렛.
두 사람의 대화는 단절된지 오래고 대화만큼 마음의 거리도 이미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조의 희망이자 사랑스러운 연인 열여덟살의 도르카스,
그녀를 키워준 이모 앨리스.
조와 도르카스의 은밀한 연애 장소를 제공해준 말본.

어느 날, 친절하고 평판좋은 남편 조는 총으로 자신의 연인 '도르카스'를 총으로 쏴 죽이는데...
그의 아내 바이올렛은 그녀의 장례식에 죽은 그녀를 칼로 위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급기야 자신의 남편이 사랑한 여자의 행적을 따라 다니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기묘한 상황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를 덕분에 다양한 이야기가 감각적으로 펼쳐지며 더 큰 이야기를 완성한다.

<재즈>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엮은 이야기 구조 속에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이미지들을 채워넣었다.
심오한 사랑 이야기와 달콤씁쓸한 서정성, 강력하고 우아한 스타일 속의 절제된 관능미는 독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텅 비어버린 새장과 하루 종일 뺨에서 눈물만 닦아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완전히 황폐해져버린 가정을 예견하는 듯했다.p.16




나는 근육질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몸뚱이 하나 지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미리 조심하는 법을 안다.

대체로 아무도 나에 관해 모든 걸 알지 못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모든 일과 사람들을 잘 지켜보고, 그들이 행동하기 한참 전에 그들의 계획과 생각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당신은 대도시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p. 19




난 그런 것을 틈새라고 부른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구멍이 뚫리거나 깨진 것이 아니라, 한낮의 둥근 빛 속에 드러난 시커멓게 갈라진 틈이다.p.43




그녀는 그의 텅 빈 곳을 채워주었고 그도 그녀의 공허를 채워주었다. 그녀 또한 마음속으로 그런 공허를 느꼈으니까.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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