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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치지 않게
설레다(최민정)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커피 한 잔 가득 내려서 탁 트인 풍경을 보며 가만히 숨을 들이쉬고, 다시 내쉬어 봅니다.
밥도 맛있게 먹었고, 주어진 일도 나름 잘 해나가고 있고,
세상이 무너질 만큼 큰 사건 사고도 없는데 어쩐지 마음 한가운데가
‘꽉’ 막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럴 땐 내 마음에게 찾아가 묻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한 번에 말해주지 않으면 말해줄 때까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자존심을 심하게 찢긴 경험이 있었다.
다름아닌 상사로부터 모멸감과 수치심이 드는 막말을 들어서인데,
그 어떠한 폭력보다 아프고 오래가는 상처를 껴안고 살아야만 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계속 그 일이 떠올라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내 지난 10년간의 커리어는 무시한채 人面獸心으로 거칠게 몰아세운 그 상사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을 동시에 맛봐야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자존심이 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고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치 않게 할 수 있단 말이지? 정말 의문에 의문을 거듭하고,
원망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책을 받아보는 순간 모든 좌절감도, 허무함도 다
눈녹듯이 녹아버렸다. 내 마음에 살포시 노크를 하고 감싸주는듯한 공감어린 따스한
위로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상황들을 눈으로 목격하고 말해주는듯한 따스한
공감글에 눈시울이 촉촉해지면서 마음으로 위안받는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감성적인 메모도 물론 좋았지만,막연함이 없다는것이 매우 현실감 있고 좋았던 것 같다.
여느책처럼 넌 할 수있을것이다. 뭐든 도전해봐라! 부딪히면 될것이다.라는 등의 막연하고
현실감 없는 내용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고, 소통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설토를 통해 충분히 주고 주고 있다. 그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있을 독자들에게 자신의 온마음과 진심어린 위로를 준다.
특히, 나같이 작은일에도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적극 권해주고 싶다.
100여장의 감정들을 읽으면서 내가 고스란히 겪었던 일들을 오버랩하면서 당시의 감정들을
돌이켜보고, 천천히 추스를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는 이 상냥한 책은 저자의 직업적인
특성을 고루 살려서 온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마음에 그늘이 있다는 말이 아직도 참 인상깊은데, 나무그늘이 아닌 마음그늘이라는 말이 생소하면서도
왠지 모를 내 안의 어두운 감정들을 참 예쁘게 그려낸 말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나무그늘을 쉼터이자 동시에 평온한 기운을 주는 느낌이지만 마음그늘은 왠지모를 외로움, 번뇌, 슬픔,
불암감을 나타내는 마음속 고통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그 감정들을 담아내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림 하나하나에 온정성이 담겨있는것은 물론이고,
함께 삽입되어있는 임팩트 있는 글들이 가슴을 마구 요동치게 만든다.
특히, 배신감 - 널 정말 믿었는데…부분은 내가 겪었던 최근의 배신감과 상처를 온전히 다루고
있어서 마치 내 얘기같아서 울먹이면서 읽었던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길수조차 없을 정도로 몰입하며
읽어갔다.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번번히 맞서기도 해보지만, 늘 마음속에 꽁꽁 감춰두기만
했던 내 모든 마음 그늘들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다 쏟아낼 수 있었고, 아픈 상처위에 바르는
연고와 밴드처럼 오롯이 내 마음을 치료해주었다. 실제로 감성메모 블로그에 가보면 책에 실려있지
않은 다양한 메모들을 구경해볼 수 있다. ☞ 감성 메모 주소 : HTTP://BLOG.NAVER.COM/DNWJDAKS
야트막하게 찰랑거리는 외로움, 상처 주는 법을 아는 사이,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마음에 가시가 돋았네, 어른의 자격, 척 보면 압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녕, 그리고 안녕이라는 여덟장의 구성속에 내 마음속 이야기들이 세심하게 담겨있다.
8장 구성이 아쉬울 정도로 내용과 그림이 너무 심플하고, 고요하면서 따뜻해서 또 읽어보고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평소에 만화나 웹툰을 즐겨보는 나로써는 이 책이 주는 영감이 매우 컸고,
그간 겪었던 안좋은 마음그늘 사건들을 고스란히 치료하기에 충분한 내용들이여서 흡족했다.
치료용뿐만 아니라 힐링이 되어줄 수 도 있는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있어서 읽는 독자들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한 사려깊은 구성이 아닌가 싶었다. 내 마음을 대변하는 글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했다고 해서 고통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들 모두 늘 처음인 듯 기쁘고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감정에 익숙해지기보다 그 반복에 적응하는 편이 낫겠지요.
헤어짐은 아프지만, 다른 만남으로 지난 아픔을 기쁨으로 덮고, 그렇게 반복하고…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이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어짐이란 그 만남 사이 사이에 찍혀 있는 쉼표일지도요.
설레다 작가님의 공감으로 어루어만져주는 글을 읽고 있자니 정말 가슴 언저리가 따스해지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3장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가 앞으로 살아갈 앞날에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것 같아서 제일 감명깊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설레다 작가님의 감성메모를 통해 만나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