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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름에게 -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에서 온 편지 (서간집 + 사진엽서집)
박선아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엮어 놓은 책이다.
편지에 받는 사람은 없다. 그냥 너다. 편지를 받을 누군가는 저자만 알고있겠지?
비밀스러운 책이다. 받는 사람은 한명일수도 있겠고, 여러명일 수도 있을거다.
읽다보면 이 편지는 누군가에게 썼는지 예상 될때가 있다. 당연히 백퍼센트 나의 생각일 뿐이
지만 말이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어떤 것들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에게도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어떤 것이 하나있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마을을 지키던 아주 큰 나무.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나무는 그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나무는 나의 그네가 되어주기도 하고, 나의 해적선이 되기도 하고, 나의 오두막이 되기도 하
고 때론 나의 놀이터 이기도 했다.
어릴적엔 엄청나게 큰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면 그렇게 큰 나무처럼 보이진 않는다. 내
가 너무 나도 작았기 때문에 더 커보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나무도 나이가 들어 예전과 같지 않다. 나무색도 옅어지고, 나무결도 약해지고, 앞으
로 얼마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내가 찾아갈 때면 언제든 그 자리에 있길 바래본다.
반면, 이 책의 아쉬운점은 흑백사진이라는 것.
흑백사진자체는 너무 좋았다. 그러나 사진을 표현하는 책의 재질이나 사진의 채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진의 채도가 어두워 사진이 가지고 있는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