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소개글에 나온 딱 그대로입니다. 짧은 분량의.문릿노블 특성상 소개글에 나온 내용에 이야기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살을 붙이면 더 이상 줄이고 뺄 부분이 없게 마련이니 당연합니다.구십 년대 할리퀸 스탈의 말투를 구사하는 공작 남주와 순진한 처녀의 러브스토리는 전형적이지만 짧은 시간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는 아주 괜찮습니다. 크림이라는 소재도 무척 흔한 소재지만 생각보다 의외로 이 소재를 사용한 로설이 거의 없는데 나름 신선하게 잘 쓰신 것 같아요.
악마 백작이 신부를 요구하자 공포에 질린 마을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버린 다섯 명의 신부를 대신해서 결국 집시어머니가 맡기고 간 에이레네를 여섯 번째 신부로 보내게 됩니다. 가자마자 티엘답게 남주는 에이레네와 관계를 맺으며 몇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분위기가 다소 민망할 정도로 십대 취향의 분위기라 참으로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스토리는 일단 미녀와 야수와 푸른수염을 조합한 스토리로서 대놓고 오마주느낌이 팍팍 납니다. 장미 대신에 남주의 피로 피운 꽃이 나오는 장면은 영락 없는 미녀와 야수이고, 방에 들어가지 말라는데 꼭 들어갔다가 이전의 신부 다섯 명을 목격하는 건 영락 없는 푸른 수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지요.뒤로 갈수록 초기의 십대취향 분위기에서 나름 무게감을 잘 잡아가며 남주행동도 이해가 되고 재미도 더해지기는 했지만 남주 대사가 아무래도 느끼함이 있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남주가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면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멋있을 것 같군요......
이주웅님 전작 동물의 땅에 이어 이번 작품도 감정선이 참 잔잔하고 살랑살랑 물결쳐 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정말 다분히 속물적인 이유로 시골로 갔던 한 남자가 다른 한 남자를 만나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고 차분히 그려내서 참 좋았습니다.동물의 땅에서도 주인공들의 심리를 자세히 그려내서 좋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네요. 요즘은 감정선은 생략하고 수위가 강한 내용과 오메가버스라는 소재로 급기야 사랑이라는 감정의 당위성을 제거해버리는 소설이 워낙 많은데 이 소설은 차분하니 둘의 감정선을 납득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참으로 좋았던 것 같아요.전작 동물의 땅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단권으로 아주 속도도 적절하게 조율된 느낌입니다. 발전된 필력에 감명받았고 다음 작품도 기다릴게요.어딘가 고즈넉한 산기슭 마을에서 원두막에 누워서 편안히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