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하양으로 민음의 시 287
강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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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받고 제일 먼저 /커다란 하양으로/ 시를 펼쳤다

/빛을 끌어 안은 벽 앞 풍경들이 스스로 색깔을 바꿔 오늘의 입체를 먼 날의 평면으로 바다 끝을 부풀리고 있을 때,~~/
커다란 하양으로는 내 의식의 현재였고 과거였다.
꽤 오래전부터 불꺼진 방에 누워 벽을 보면
어둠이 밝혀 놓은 달빛이 창문으로 흘러들어 다시 어둠에 안길때 벽에 열린 하얀 문을 보며 자주 꿈 속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면 사라졌다 또다시 밤이면 찾아왔지만
그 안의 세상은 한 편의 시 속에 보이는 것처럼
오랜 기억이 머문 의식이나 오늘의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밤은
내가 지워진 만큼만 태양에 구멍을 뚫고
죽어서야 갖게 되는 지상의 큰 눈
나는 그저 떠도는 눈의 반사체들일 뿐
나 자신인 적 한 번도 없었다/
실상 모든것이 파편화된 현실에서
피상적인 아름다운 세계는 결국 구름같은 것
시인의 시는 심연의 감각과 조우하여
표층까지 끌어올려 선명한 공간의 고통이
우리를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닿을수 있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증명하려는 것 같다

/불면의 밤을 찢던 곡성이
창가 머리맡 꽃으로 피었다/
/죄를 다한 생시의 애이블비가
오늘 밤 천둥의 음압을 전 생애의 통점까지 끌어올릴 터다/
시인의 현학적인 언어로 끌어낸 사유의 깊이에 도달한다는 일은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것처럼 어렵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렌다

어떤 시는 무중력을 떠다니는 시어들로 만든
분절인형의 기괴한 춤 같다
한참동안 감상하다 보면잠시 멈춰진 시간 속 뒤섞인 시간,
그 속에 존재하는 나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오는 가을이 지나기 전 그의 시집을 탐독하고 나면 이듬해 가을이 더욱 아득하게만 느껴질 것 같다(그리움)

만약 문장에 날개가 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날개가 없음을 비탄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인의 문장에는 분명 날개가 있어
그 날갯짓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 환상적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든 날고 있다.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수시로 책장을 펼쳐 놓는다
쓸쓸한 가을, 친구로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 중 리뷰 처음 써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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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심장
강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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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를 굳이 찾으시겠다면 이 책을 펼치지 않는것이 좋겠다
시론집 이면서도 시인이 선별한 시는 다시 아름다운 철학 에세이로 풀어진다.

/기다림의 열병으로 입 다물지 못하는 모든 사랑의 죄인들에게 따뜻한 죽음 있으라/
/사랑의 뼈와 내장까지 들여다본 이후에도 떠났던 사랑이 돌아온다면, 그건 세상이 미쳤거나 미친자의 진심으로 세상이 뒤바뀐것이라 할 수 있다. P235 /
삶과 죽음 가운데 시가 존재해야 하는 까닭, 그 중 유독 사랑에 관한 아포리즘은 정말 최고다.

/때로 사랑에 있어 죄인이 있다면, 버린 자가 아니라 버림받은 자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열렬하고 강렬했던 사랑일수록 더 그렇다. P224/
이 궤변스러운 역설 앞에서 반기를 들고자 한다면
당장 이 책을 펼치길 권한다. 그리고 저자의 사랑철학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장담 한다

아 ~ 이 밤 난 어찌 이 문장앞에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어 가슴에서 솟구친다.
'나는 단지 사랑하는 당신의 피와 고통을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기에 잠시 고통을 면했을 뿐이예요 영혼을 지배하는 생물학적 감각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감하여 당신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런 지옥을 내리고 혼탁한 영혼을 더 깊은 감옥 속으로 질질끌고 갔습니다. 죽을수도 없는 지옥에서 눈 감으니, 백만년만에 당신의 고통이 보이고 그것은 비장한 꽃잎이 바람에 붉게 흩날리는 풍광입니다'
파충류 심장, 을 보고 있자면 가슴에 무언가라도 쓰고 싶어지는충동을 부른다
시론으로 펼쳐지는 저자의 너무나 기품있고 아름다운 문장에 말문이 막힌채 아마 빈노트에 빼곡이 메모하고 싶은 충동을 강렬히 느낄것이라 믿는다. 냉혈하지만 뜨거운 그 속에서 역시 출구는 찾을 수 없다. 아니 찾고 싶지 않음이다. 뜨거워지는 심장으로 더 깊은 가을로 걸어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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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하양으로 민음의 시 287
강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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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소식이 뜬 순간 부리나케 구매했다
미쳤다
예상대로다
강정
그는 시인 인가?
시의 신 인가?
8권의 시집이 나오는 동안 유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는 시의 신이었음이 느끼게 한다
그의 문장을 발견 한다면 생의 오아시스를
만난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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