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밝은 세상 출판사와 두번째 서평책으로 만났다.
지난번 [#뮤직숍]이 남겨준 여운이 길어서 꽤 오래 행복함을 간직했는데
이번 [#하늘은어디에나있어]도 마찬가지.
주인공 17세 소녀 레니의 너울대는 감정의 파도와 주변인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하나의 이야기는 아주 오랜기간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달전 사랑하는 언니 베일리가 연극<로미오와 줄리엣> 리허설 중 부정맥으로 쓰러졌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언니와의 이별을 경험한 레니, 그리고 할머니와 빅삼촌은 한 가족이다.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니는, 할머니는, 빅삼촌은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쉽지 않다.

아니 일상으로 돌아가면 안될 것 같다.
내가 일상을 깨닫는 순간
내 옆의 언니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그 순간
언니는 하루에도 몇번 죽는다.

학교에 돌아왔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만
과연 예전과 같은 것이 맞을까?

평소 하굣길을 밟기 싫었고 더이상 학교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사라와, 사라는 내가 칩거하는 동안 상실에 대해 자세히 공부했다며, 여러 전문가에 의하면 이제 내가 얼마나 힘든지 누군가와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제라면 사라도, 전문가들도, 할머니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려면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붕괴와 지각변동, 집어삼킬 듯한 암흑에서 탄생한 언어가. -p.24

그런 레니의 언어와 레니의 마음과 레니의 상황을 제일 잘 공감해주는 이는 바로 언니 베일리의 남자친구 토비였다.
토비는 힘들었고 베일리가 그리웠고 그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레니를 찾아왔다.

서로를 위로해주는 말을 나누다가 위로의 키스를 나눈 그들
레니는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와 나눈 키스가
그저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라는 것에 안위하며 애써 죄책감을 억누르려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언니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학교에서 일상에서 언니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인정받는 클라리넷 연주자 레니를 찾아온 전학생 조 폰테인이 등장한다. 미소만으로 주변을 밝혀주는 엄청난 미남유전자를 지닌 조는 매일 매일 레니의 집을 찾아와 할머니에게 미소를 찾아주고 빅삼촌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런 조와 레니는 곧 친구이상이 되어가며 레니는 웃기도 하고 언니를 잊기도 한다. 세상에 언니 생각을 한번도 안했어! 하며.
조와의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 중 여러 사건사고가 등장한다.
토비와의 실수,
할머니와의 감정의 허물어짐,
가출한 엄마에 대해 정리되지 못한 마음,
빅삼촌의 기이한 취미.

레니의 눈과 레니의 손과 레니의 마음으로 그려낸
이야기의 모퉁이들은
결국 레니를 성장하게 하고
레니가 성장함에 따라
그들도 한 발 나아가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레니가 마음이 요동칠때마다 끄적였던 메모들이다.

손글씨로 직접 써낸 듯한 메모들이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도 페이지마다 적혀 있었다.

오선지에 쓰임. 숲길 초입에서 구겨진 채 발견
클로고등학교 음악실 구석 벽에서 발견

이 메모들속에 레니의 갈등과 마음과 고민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메모들이 모아져 결국 레니의 마음을 이루어 내게 하였다.
그리고
레니는 성장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남은 평생 언니는 죽고 또 죽을 것이다.
슬픔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일부가 될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들숨날숨마다.
그리고 나는 언니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슬픔과 사랑은 한 몸이라 어느 한쪽만 취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언니를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니를 본받아 배짱과 기개, 기쁨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p.378

가까운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잘 안된다.
하지만 이 소설속 레니가 되어
레니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슬픔을 잊지 않고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 대지로 유명한 펄 벅이 그녀의 지능이 자라지 않는 아이를 두고 쓴 수필 중에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글이 있었다.
슬픔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슬프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슬픔마저 내 삶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것이 또한 행복이 될 수 있음을 말했던 그 글을
나는 이 소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에서도 본다.

슬픔이 결코 슬픔으로 남아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이 소설은 제 손때가 많이 묻어 갈것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어여쁜 말들이 참 많이 나왔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BTS의 뷔가 그렇게 단어를 예쁘게 잘 만들어 내잖아요.몇년 전 "보라해"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어요. 보라하다니. 보라색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 마음으로 고백하다니 그게 가능하던 일이었던가요?
참 신기하면서도 놀랐는데
이 소설을 쓴 작가님도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들을 잘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그만큼 번역을 잘 하셨다는 거겠죠~!!
몇가지 적어봅니다!

라일락이 격자 울타리를 따라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수선화 군락이 산들바람에 속살대는 광경을 보니 우비를 벗어 던지고 활보하는 봄의 기운이 여실히 느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세상이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이미 지워버린듯해서.-p.32

가엾은 너희 삼촌은 실연 상태로 오래 두면 아마 굶어 죽을 거다.
시름은 모든 요리에 독이 되거든.-p.35

나는 또 한 명의 눈빛남에게 말했다. 폰테인가에는 전구가 따로 필요 없으리라.-p.135

낡고 초라한 드레스 같은 슬픈 나날을 벗어던지고 조와 함께 파리로 향하는 것이다.-p.168

그건 착각이야, 레니.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네 발치에서 시작하지.-p.177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이쁜 소설이에요. 표지디자인한 곳까지 찾아봤습니다.
디자인은 youme 일러스트는 알맹이 Seo yeon
다 흥하세요!! 이렇게 이쁜 표지 너무 좋아요~

참, 이 책이 영화로 작업되어 2021년 촬영이 끝나서 곧 개봉할 예정이랍니다.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