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이 책은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톰소여의 모험>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마크 트웨인이 딸들을 위해 지어준 미완성 동화이다. 100년 넘게 기록보관소에서 잠자고 있던 그의 일기가 발견되면서 필립과 에린 스테드 부부가 이 이야기를 다듬고 다듬어 세상에 내놓았다.

​이야기가 미완성이다보니 내용이 상당히 짧다. 독특하게도 중간에 마크 트웨인 작가와 필립 작가가 마치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 처럼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설정은 마크 트웨인이 이야기를 하다가 차를 따르러 나간 사이 사라져 그 뒷 이야기를 필립이 마무리 지는 것인데, 끝 마무리가 살짝 아쉬웠다. 마크 트웨인이었다면 과연 결말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주인공 '조니'는 괴팍한 할아버지와 '전염병과 기근'이라는 닭 한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닭을 팔고 음식을 구해오라고 조니를 떠밀자 그는 할 수 없지 닭을 데리고 마을로 향한다. 배고픔과 힘겨움으로 슬퍼하던 조니는 한 노파에게서 씨앗을 하나 받고 닭을 넘겨준다.

​노파에게서 받은 씨앗을 밭에 묻고 열심히 물을주며 기다리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조니는 그 꽃을 따서 먹자 동물들과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스컹크 한 마리가 조니에게 다가와 자신을 따라오라며 동물들의 파티에 초대를 한다. 처음으로 배불리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조니. 계속 이렇게 평화롭게 살면 좋으련만, 마크 트웨인은 지루하다며 새로운 임무를 조니에게 주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괴팍한 왕의 아들이 도난 당했다는 벽보를 발견하고 그 아들을 찾아 나서는 것!

사실 마크 트웨인이 계속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면 재미난 모험으로 바뀌면서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그가 결말을 내지 못하고 끝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필립이 대신 끝을 마무리 지었지만, 너무 쉽게 끝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동화 자체는 참 매력있고 재미있다. 아이들을 위해 삽화를 더 많이 넣고,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맞게 다듬어 동화책으로 만들어줬으면 싶을 정도다. 누군가가 새롭게 결말을 지어내어 좀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만들어준다면 더 없이 재미있을 그런 이야기였다.

[서평] 섹스와 거짓말,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대학시절에 보았던 '성의 역사'라는 교양수업 과목이 떠오른다. 이때 당시 내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과목 이름조차도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그만큼 '성'이라는 단어는 여성이 대놓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단어였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2019년이 된 지금,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의 보수적인 생각들이 많이 바뀌면서 '성'에 대한 표현도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롭게 변하게 되었다. 사실 표현은 자유이기에 그것을 대놓고 표현하거나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기고 숨겨서 몰래 지켜보거나 악용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성에 대해 금기가 철저한 나라 '모로코'의 여성들의 숨겨진 욕망과 경험들을 담은 이야기다. 이슬람교도인 모로코에서는 여성일 경우 무조건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고, 성에 대한 단어는 대놓고 할 수도 없으며, 게다가 성교육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아무런 지식을 갖지도 못한 체 아이를 낳거나 강간을 당한다.

한 여성이 말했다. 부모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집의 아들이 그녀를 강간했지만 처벌은 커녕 오히려 그 남자애에게 시집을 보내버렸다고... 그 이유는 부모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못한 딸아이의 부끄러움과 수치심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범죄를 당한건 여자인데, 오히려 여자가 죄인 취급을 받는 이상황.. 그건 이 시대 어느 곳이던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불합리함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여성들은 혼절순결따위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사랑과 욕망을 몰래 채우기도 한다. 혼전 관계라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할까? 남자는 가능하고 여성은 하면 안된다는 법칙따위는 누가 정하는 걸까? 남성은 수천명이랑 관계를 맺어도 그 증거는 표시되지 않고, 오직 여성만이 첫 관계시 그 증거가 표시가 나니, 이것 참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그래서 이 책 속 여성들은 말한다. 그 금기에 맞서 자유와 욕망을 찾아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사랑을 찾겠다고.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욕망은 '성적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성적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피해를 받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이제 여성들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불합리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 하며, 당당함으로 세상에 맞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궁중 추리소설 <잠중록>

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총 네 권으로 이루어진 잠중록, 그중 1권을 만났다.
살짝 줄거리를 읽어보니 남장을 한 체 궁에 들어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였다. 그동안 많은 남장여자 이야기가 나와 또 뻔한 궁중 로맨스이겠거니 하고 '그래, 오랜만에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자!' 했는데, 엇! 이건 뭐지? 생각했던 로맨스 소설이 아니네! 그렇다. 예상 스토리를 벗어나 뻔하고 뻔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던 이 책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었던 것이다.

표지가 상당히 예쁘다. 책을 읽기 전에는 분명 멋진 남주와 남장을 한 여주가 나와 오글오글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많은 독자분들이 '구르미 그린 달빛'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역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그 소설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철저히 사건과 추리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것. 기대하는 로맨스는 단 1도 나오지 않는다.

열일곱 소녀 '황재하'는 일가족이 독살을 당하자 그녀가 저지른 죄로 누명을 쓰고 수배를 당하게 된다. 도망을 다니던 그녀는 몸을 숨기려 올라탄 마차에서 기왕 '이서백'을 만나게 되고, 냉철하고 똑똑한 이서백은 황재하를 도와주는 대신 자신의 일을 해결하라는 조건을 내걸고 그녀를 자신의 소환관으로 신분 위장을 시켜 궁에 들게 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도와 사건 해결을 잘했던 황재하는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함으로 신임을 얻게 되고, 이서백에게 있을 혼사의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그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을 받는다. 그러던 중 간택되었던 이서백의 비가 사라지고,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연이어 발견되는 또 다른 시체. 황재하는 이 사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계속해서 사건을 조사한다.

깊숙이 파헤칠수록 점점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궁금증을 더해간다. 결말이 궁금해 책을 계속 붙잡고 있게 만들 만큼 마지막에서 시원하게 빵빵 터뜨려 준다. 엄청난 비밀이 밝혀짐과 동시에 궁금했던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면 그동안의 일들이 이해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화도 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점이 가장 억울한 부분이었다.

로맨스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황재하를 향한 이서백의 츤데레적 관심은 살짝 설렘을 안겨준다. 둘 사이의 무언가 오가는 사랑은 없지만 무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서백의 감정이 살살 전해져 온다. 그것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진지함 속에서 조금이나마 웃음과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다.

큰 사건을 해결한 황재하의 앞에 앞으로 또 어떤 사건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그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가족을 죽인 진범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서백과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이 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서평] 잔혹함이 점점 세진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ㅣ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처음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저 일본 특유의 제목이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갈수록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지면서 읽어보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읽어보니, 세상에나... 참으로 잔인하고 상상치도 못한 범죄행위에 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이기에 가능한 행위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렇지만 스토리는 쉽게 놓지 못할 만큼 재미있었다. 반전의 충격 또한 엄청났다. 다만 결말이 깔끔하지 않아서 책을 덮고도 잠시 찜찜함을 떨치지 못했을 뿐.. 그러나 이제 와서 알고 보니 그것이 다 후속작이 나오기 위해 쓰인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개구리 남자'라고 칭했던 범인이 잡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개구리 남자와 같은 방식의 살인이 발생했다. 첫 번째 피해자는 폭파된 집에서 산산조각이 난 체 발견되고 어린아이가 쓴 글씨체의 쪽지가 놓여있었다. 쪽지의 내용과 글씨체는 지난 사건과 같은 필적이었고, 때마침 용의자로 몰리며 잡혔던 '도마 가쓰오'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사라져 또다시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때의 50음순 살인의 귀환인지 또다시 그 순서대로 살인이 시작되고 있었고, 시민들은 다시 한번 공포에 떨게 된다.

50음순이라는 건 한글의 가나다라 같은 일본식 자음과 모음이라는데, 사실 일본어를 몰라서 순서에 대해 설명할 때 집중이 조금 덜 되었달까. 알고 봤으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살인에서부터 시체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적나라하고 상세하다. 아주 초반부터 충격을 주다 못해 얼굴을 잔뜩 찌푸리게 만든다. 게다가 죽는 방식이 갈수록 더 심해 하마터면 밥을 못 먹을뻔했다. 예전에 <짐승의 성>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 보다 더 힘이 드는 그런 장면들이었다. 이런 장면은 웬만하면 잘 참고 보는 편인데,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자꾸 상상하게 되니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멈추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저 잔혹한 살인의 책으로만 보면 안 된다. 작가는 잔인함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고통과 잠재되어 있는 잔혹함을 끌어내 복수라는 의미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책을 왜 이렇게 썼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또 인과응보라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전체를 봤을 때, 잔인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스토리만을 생각하면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 현실이 이렇지 않은가. 뉴스를 보면 가장 흔히 나오는 말이 심신미약, 정신이상.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는 생각 안 해주고 범죄자만 돌봐주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러한 사태는 일본도 마찬가지인지 꽤나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도 많았다. 게다가 이번 소설도 역시나 흡입력은 상당했다. 중간에 잠깐씩 멈추고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끝이 궁금해 계속 붙잡게 만드는 건 여전했다. 그리고 반전도 좋았다. 완벽히 깔끔한 결말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파 소설답게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고, 공감과 이해, 두려움, 인간의 본성 등을 고루고루 보여주어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100자평]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ㅣ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전작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잔인하긴한데, 눈을 뗄수가 없을 정도로 몰입이 장난아니었거든요~왠지 후속이 나올 것 같았는데 정말 나왔네요 ㅎ 이번 후속작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번에는 기필코 범인을 잡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