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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ㅣ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 대해, 일상의 우아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다. "
- <센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센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이 한줄 평은 소설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했다.
흔히 읽던 '세계종말' 소설과는 다르게 각 인물들의 삶과 종말 이후의 모습들을 보여주므로써 아름다운 삶이 뭔지, 희망이 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명 배우 '아서'가 연극무대에서 <리어왕>을 연기하는 도중 심장발작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기자 '지반'은 아서를 살리기위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여덟살 아역배우 '커스틴'은 충격과 슬픔에 잠긴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던 지반은 의사인 친구에게서 심각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으니 당장 떠나라는 전화를 받고,
며칠 후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며, 평범했던 삶이 무너지고 종말의 순간이 다가오게 된다.
" 바닥에서 초록색 불빛이 올라오는 수영장의 염소 처리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일. 야간 조명등 아래에서 하는 야구 경기.
여름밤 나방이 몰려들던 현관 등. 엄청난 전력으로 도시 아래를 달리던 지하철. 도시. 영화. " - P.47
아서가 사망하고 20년 후, 세상은 종말을 맞이했고, 전기가 사라진 어둠속에서 생활하며 음식과 생필품을 찾으러 도시를 떠돌며 공연하는 '교향악단'이 있다. 그리고 여덟살 아역배우였던 커스틴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 교향악단과 함께 생활하며 공연을 한다.
커스틴은 과거를 잊었지만 단 한가지 잊을 수 없는건 아서의 죽음과 그가 준 만화책 '닥터 일레븐'이었다.
그리고 종말 이전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닥터 일레븐'의 탄생과 아서, 지반, 커스틴, 미란다, 클라크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 인물들과 연결되는 소소한 단서들을 찾는 재미를 준다.
중간에 등장하는 '예언자'라는 사람은 종교에 빠져 혼란한 세상에 미쳐버린 인물이지만,
그와 연결된 과거를 들여다보면 무척 안타까운 사람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중요한건 현재 종말의 모습이 아니다.
종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심리를 자극하지도 않는다.
무척 잔잔하게 조용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섯 인물들의 각 삶과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기, 언제 어디서라도 통화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에어컨, 틀면나오는 온수,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는 먹거리 등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분명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그리워할것이다.. 그리워할뿐만아니라, 아마 버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현재 삶에 너무 심각하게 적응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