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현정의 여행, 여행 - 풍경, 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고현정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12월
평점 :
: 어느 날 물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연잎이 물방울을 바로 바로 비우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한꺼번에 와르르 좍 쏟는다는 기사를 읽고 흥미로웠다. 왜 그럴까?
한 번에 모아서 비우면 잎에 묻은 자질구레한 먼지나 포자, 세균이 물방울에 말끔히 씻겨 나가
깨끗해진 잎으로 광합성이 훨씬 잘 된다는 거다.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연잎은 그 싫어하는 물을 안고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거다.
기왕 소진될 거라면 나도 물방울을 모아서 한 번에 확 쏟아내고 싶다. 끝까지 다. -p27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힘든것도, 아픈 것도 견뎌야 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견디고 이겨내다 보면, 어느 순간 더 따뜻한 햇볕이 자기에게 빛추고 또 강한 자기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연잎이야기를 만나고 나니, 지금의 내 삶에서, 나는 얼마나 더 좋은 광합성을 하기위해
내 마음에 많은 것들을 담고 견디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현정의 여행, 여행]이라는 책을 처음 만나서 든 생각은, 부럽다~ 좋겠다라는 일반 저인 생각이 였다.
그저 여유가 있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이 기록한 여행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길때 마다 아, 그녀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여행을 통해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다독여 보기도 하는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녀는 많은 여행지중에 왜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을까?
요즘 tv를 통해서 많이 소개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쪽으로 그녀를 이끈것은 무엇이였을까 굉장히 궁금했다.
그녀를 오키나와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책이였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이라는 책이 멈춰있던 그녀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운 셈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멈춰져 있을때, 이제는 조금 움직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렇게 운명같은 책이 다가 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자기만 멈춰져 있고 모든것이 움직인다고 생각이 들때 한 줄기의 빛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 소중한 시간을 보냈을 그녀의 책이, 나에게도 언젠가 불연듯 떠오르는 여행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굳이 꾸미지도 않는 그녀의 그 모습이 나는 참 좋았다.
저런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틀에 짜여진 여행도 너무 좋지만,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 따라,
흘러가는 데로 다녀오다 보면, 그 끝에서 다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편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내가 고현정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생각들이다.
나도 언젠가 내 자신을 위한 따뜻하고 편한 여행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