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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몽골에 가다 ㅣ 세창역사산책 16
이명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고려, 몽골에 가다” 는 앞서 포스팅한 “빼앗긴 봄, 공녀”와 함께 읽으면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책입니다. “빼앗긴 봄, 공녀”가 몽골에 간 고려, 조선의 공녀 이야기에 한정시킨 책이라면 “고려, 몽골에 가다”는 고려와 몽골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 내용과 공녀뿐 아니라, 환관, 과거시험을 통한 이주 등 더 다양한 경로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빼앗긴 봄에서도 언급했듯이 공녀의 문제는 성노예가 아닌 결혼이나 인력 수출의 의미가 더 맞는듯합니다. 어쩌면 단순히 몽골이 야만의 국가라 가기 싫어서 자결을 하거나 딸을 숨겼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몽골로 가게되면 부모가 딸을 살아서는 다시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울고불고 가슴 아파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 당시 교통이 불편한 상황에서 여자가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으면 다 키워 자립시킬 때 까지 꼼짝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 이후에도 친정에 가기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고려의 미인을 아내로 얻는 것이 몽골 귀족에게는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고려 여인들의 복식이 몽골에 변화를 주고 고기가 들어간 몽골의 음식인 만두, 설렁탕등이 고려로 들어오고, 고려인들의 야채쌈 문화가 몽골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몽골로 시집을 가는 고려의 공녀들은 고려의 관료 자녀들이었고, 인력으로 간 공녀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녀 못지않게 몽골로 많이 간 고려인으로는 환관이 있습니다. 고려에서의 환관은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도 고려 관직 등급으로 7급 이상은 못 올라가지만 몽골에서는 직급이 높고 대우가 좋아서 많이들 가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황후의 경우에서처럼 같은 고려인이 몽골의 왕비가 되는데에 고려에서 온 환관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도 합니다. 고려에서 관직에 진출하는 일은 특정 신분에만 해당이 되는 일이라 대부분은 관리가 되기가 어려웠지만 몽골에는 과거시험이 있어서 실력이 있으면 관직에 나가기가 고려보다 훨씬 수월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몽골로 간 사람들도 많이 있었고, 다른 여러 경로로 이전부터 몽골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이 양국을 오가며 사신의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공녀로 간 여자들을 불쌍하고 안좋게 이야기 한 것은 자발적이 아니었다는 이유도 있고, 공녀로 가서 시집을 잘 간 경우는 친정의 권력이 넘 강해진 것을 시기한 세력들 입장에서 전하는 어느 정도 왜곡된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기록의 정확성과 어느편으로 기울어짐의 여부에 따라 같은 내용이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으므로 역사에서는 해석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느곳에서나 다 공통인듯합니다. 역사나 인문학이나, 어떨땐 과학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