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신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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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 

가톨릭 출판사 북클럽 3,4월의 도서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죽음의 신비입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하면 자동 연상으로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가 떠오르고,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하면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가 생각납니다. 슈파이어는 현대 가톨릭 신학의 거장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와 평생에 걸쳐 신학적 영감을 주고받은 인물이라서 두 사람은 각자를 소개할 때에 꼭 서로를 언급하는 것을 봅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러하듯 가톨릭 출판사에서도 발타사르의 책이 나오면 슈파이어의 책이 나오고 마치 한 벌의 세트처럼 접하게 되곤 합니다. 많이 듣던 이야기라 하고 읽다가 문득! 2024년 2월에 나왔던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가 떠올랐습니다. 어느새 가톨릭 출판사 서평 경력직... ㅋ 


발타사르의 신학적 체계 곁에는 언제나 슈파이어의 직관적이고 관상적인 목소리가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유는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처럼 닮아 있지만 그 끝은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완전 다르지는 않구요, 결이 거의 비슷합니다. 발타사르가 죽음을 통해 인간이 그리스도적 사랑 안에서 자신을 넘어서는 '자기 초월'의 드라마를 보여주었다면, 슈파이어는 죽음의 모든 과정을 하느님께 기꺼이 내어드리는 '순명'을 통해 그분의 신비에 참여하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자리를 조명합니다. 발타사르에게 죽음이 자아의 한계를 넘어 하느님께로 향하는 초월의 통로라면, 슈파이어에게 죽음은 가장 깊은 순명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자신을 봉헌하는 사명의 자리가 됩니다. 이들의 깊은 시선을 길잡이 삼아 죽음과 생명의 신비를 풀어 봅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인간은 죽음 앞에서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숨길 수 없는 두려움과 무력함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평생동안 붙잡고 있던 욕심과 집착, 그리고 아집이 비로소 내려놓아지는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의지할 곳 없는 빈자리에서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과 가장 가까워집니다. 끝이라고만 여겼던 그 지점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문이 됩니다. 우리는 시간 속에 머물며 지금이라는 짧은 순간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지키려 애쓰지만, 죽음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합니다. 손에 쥐었던 것들과 소중히 여겼던 인연들, 나를 증명해 주던 생각들까지 더 이상 붙잡을 수 없게 됩니다. 죽음은 인간이 넘기 어려운 마지막 문턱인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깊은 질문이 됩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그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종말이 아닙니다.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 드리는 능동적인 과정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서두르거나 갈망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살아있는 동안 내려놓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소중한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자의 삶과 수난은 죽음이 가진 이 비극적인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나 허무에 머물지 않고 하느님과 이어지는 새로운 길로 이해됩니다. 제아무리 자신을 중심에 두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려 해도, 죽음이라는 문턱은 결국 우리를 다시 그분 앞에 세워 놓습니다. 사람은 때로 하느님을 외면하며 살아가지만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다시 그분과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어지는 마지막 자리입니다. 우리가 가장 약해지는 바로 그 순간에 하느님과의 관계는 오히려 가장 깊어집니다.


육신의 죽음 너머에 펼쳐질 구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신비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떠나는 이의 몸을 볼 수 있을 뿐 그 이후의 일을 알지 못합니다. 죽음은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이를 삶과 기도 안에서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죽음은 단순히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초대이며, 영원을 향해 비밀스럽게 열린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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