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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안소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2월
평점 :
습관처럼 늘 하는 주님의 기도인데 이번 고해성사때 보속으로 주님의 기도를 정성된 마음으로 바치는 것을 받았다. 보속이 가벼워서 넘 감사했고 동시에 ‘주님의 기도가 그렇게 의미가 있는 기도인가요?’ 기도문의 의미에 급 관심이 생겼다. 때마침 가톨릭출판사 북캐스터 3월의 도서가 주님의 기도였다. 기도가 간단하니까 쉬울걸로 생각하고 이 책으로 선택했는데 제관계 문헌 특유의 문장으로 인해 곰곰이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어야됐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하늘에 계시다는 것은 종교적인 감수성으로 높은 곳에 우러러 바라보게 되는 존재로 언제 어디에나 계신다는 뜻이고, 아버지라는 말로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있지만 우리 아버지라 부르며 나와 개별적 관계라는 신비를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 이름은 대상의 의미이고 상징이고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단어로 형태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고 존중하고 이름을 돌보아야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우리 안에서 어떤 힘이 된다. 그리스도인으로 살게 되면 전보다 화가 나도 꾹꾹 참고 덜 내야되고, 기분 나빠도 성질대로 못하게 되는 것이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빛나게 하려는 개인적인 노력들이 된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 하느님 나라는 밀려오지만 그 도착은 자유 안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이 그 나라에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 인간이 믿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하느님한테 무관심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면 아버지의 나라는 다가와도 나한테 작용하지는 못한다. 인간 세상에 마음을 다하고 소유물에 마음을 빼앗기면 하느님의 나라가 들어올 수가 없게 된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하느님으로 삼고 살아가라는 뜻이다. 인간이 나의 뜻대로 살아가면 욕심과 분노 교만으로 세상이 어지럽게 되지만 나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게 되면 겸손해지고 화를 낼 일도 줄어들게 된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 주시고 – 인간이 자신의 노력으로만 돈을 벌었다고 생각을 하면 내일도 돈을 벌어야 되는 부담과 걱정이 생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양식으로 받아들이면 오늘을 성실하게 살았으니 오늘의 양식을 주시고, 내일을 성실하게 살면 또 내일의 양식을 주실것이니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 나의 잘못은 법과 주체 사이의 형법적인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당신 사이의 사랑의 영역을 이야기한다. 하느님과 인간의 영역에서 어긋난 죄, 그 죄를 참회하여 용서 받는 것이다. 사실 주님의 기도를 할때마다 마음으로 멈칫 하는 부분이라 내겐 가장 난처한 구절이었다. 내가 정말 못하겠다 싶은 것이 내 마음에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었다. 남을 용서 못해서 하느님 말씀대로 살지를 못하는 것을 고해성사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용서하셨다고 해주시는 성사에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해주시는 신부님의 따뜻한 말씀이 위로가 되면서 하느님은 용서가 왜 이렇게 쉽지? 혼란스러워하다가 며칠전 복음말씀 들으며 깨닫게 되었다. 나도 남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러 그런거 아니니까 나 자신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런데 남이 나한테 못됐게 한건 십년 넘게 그때 저사람이 나한테 그랬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결국 내가 제일 힘들다. 하느님이 고집 쎈 나를 용서해주셨듯이 나도 남을 용서하고 잊어버리자.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는데 다음날 누군가의 말에 뼈가 느껴져서 또 삐졌다. 또 미워하면 난 또 죄를 짓게 되는것이니 죄를 다시 짓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 계속 노력했더니 이제는 미워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법도 생겼다. 생각 자체를 안하게 되고 잊어버리게 되어 미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악은 항상 바로 곁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기도하며 생활해야 된다.
악에서 구하소서 –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불러온다. 불친절은 불친절로, 혐오는 혐오로, 악함은 악함으로 응답받는다. 개인을 넘어서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을 일어나게 한다. 악에서 구하소서는 세상으로 부터의 인류 구원을 의미한다.
아멘 – 앞에서 기도했던 내용들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주님의 기도에 하느님의 말씀이 전체 다 들어가있다고도 한다. 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가 설명이 간단 명료하지 않고, 길게 설명한 것이 결과론적으로 오히려 기도문의 의미들에 대해 더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주님의 기도가 마음에 새겨져 우러져 나오는데 도움이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