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조선 -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유승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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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살인이라는 것이 성립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전까지 있었던 그냥 죽음에서 죄의 명목을 붙여 파생된 살인은 역사 곳곳에서 크고 작게 영향을 끼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각종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과거에도 상당한 사건들이 있었다. 영국의 잭 더 리퍼 연쇄살인, 미국의 블랙달리아 사건 등등.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어땠을까?

 조선시대 역사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여기저기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만, 대부분 왕권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역사의 한줄기에 해당되서 더 세세한 역사 속에 있었던 사건들을 알 수는 없었다. 중요 역사가 아닌데도 굳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선시대는 선비, 한글, 유교로 전부 설명할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직위한 왕의 행보와 그 시기에 있었던 국제적 사건 외에도 서민들의 생활상이 있기에 한 시대라는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여럿이 있었다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건, 즉 각종 범죄들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살던 곳은 다 그렇듯이 아무리 유교가 널리 유포되어 있던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범죄는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계형 범죄나 살인사건 정도로만 예상했었는데, 조선시대에 있었던 범죄는 약간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복수에 대한 관대함과 폭행 사건에서 주범을 가리고 그 밖의 개개인의 잘못의 정도를 따지는 것, 미신적인 것도 범죄에 해당된다는 점이 그랬는데, 현대에는 전혀 나올 수 없는 판결임에도 조사 과정이 세세하고 끊임없는 재검토를 통해 실수나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진지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 현대의 조직폭력배에 해당되는 검계, 묘자리 분쟁, 소도둑, 각종 비리 문제까지 있어서 조선시대에도 범죄가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남겨진 기록의 양 때문에 다양한 왕조 시기의 사건이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정조 시기의 사건 기록에서 다양한 수사기법과 수사관들의 철저함이 돋보였다. 여기에 당대의 유명 학자이자 수사관이었던 정약용의 범죄수사에 대한 열정이 더해져서 당대의 범죄수사 과정이 잘 되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시대적 한계점이 있는 점이나 정약용 이외의 수사관들은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단순한 사건부터 도륙에 가까운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같은 걸 보다보면 그 당시의 정서를 느낄 수도 있었다. 복수의 정당성, 음주 문제, 한양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같은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그 동안 생각하던 조선시대는 너무 미화되어 있었다고 여길 정도였다.

 조선시대 사건 기록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조선 중기의 범죄기록에서 나온 밑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현대에는 지위 높은 사람이나 재력가가 저지르는 범죄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넘어가거나 은폐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조선 초중기에는 사대부 집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철저히 수사하고 가중 처벌하는 것도 모자라 중간에 은폐나 비리가 있으면 해당 수사관까지 처벌했던 모양이다. 지금의 각종 사건이나 범죄를 생각하면 밑 사람에게 본 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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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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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설화나 전설을 보면 한 맺힌 내용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것도 약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어 복수하거나 저주받는 경우. 오래 전부터 이어오며 나름 교훈을 주고 있지만, 지금도 빈번이 옛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일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인과응보를 돌아보지 않고, 옛날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니 과거의 전설이나 설화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형태가 조금 바뀌거나 아니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해무도는 겉으로 보면 괴담과 전설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는 공포소설로 보이지만, 내적으로 보면 추리적인 요소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게 딱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느낌이다. 국내 미스터리의 참신한 시도만큼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치수는 은사인 정 교수의 부고를 듣고 그의 자택이 있는 섬으로 향한다. 섬까지 배를 몰아준 김 선장은 섬의 전설이 어떻느니, 한옥저택은 불길한 곳이니 하며 치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선장의 아들의 도움을 받아 저택이 있는 산 너머로 향한다. 하지만 저택은 비어있어 허탈해 하고 있는 상황에 김 선장과 다른 선장인 강배, 그리고 마을 처녀인 초희, 그리고 정 교수의 두 딸까지 저택에 모인다. 정 교수의 딸은 육지에 있는 정 교수 시체의 머리가 사라졌고, 분명히 이 저택에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익숙한 추리적 구조가 많이 보여서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클로즈드 서클부터 밀실, 거기에 고전 미스터리나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에서 많이 나오는 저택 미스터리의 국내 버전 같은 배경. 기존의 구조를 사용하면서 국내 배경에 적용한 점이 정말 참신하게 보였다. 탐정역할 역시, 갑작스럽게 급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타나서 어색하지 않았다.

 호러적인 면도 훌륭했다.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가 사람 같지 않은 것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귀신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게 특징인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음산한 분위기와 전설 속 존재가 공존하는 이상 도저히 귀신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명예욕과 폐쇄적인 섬 문화의 문제점이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고 그걸 은폐하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건 이미 뉴스를 봐도 예삿일이라 할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명예욕이 극한에 다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나타나 있어서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걸 저지르는 것들이 많은데, 이게 심해지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섬 문화에 대한 점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과거에 벌어진 수 많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명예욕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섬에 사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때문에 지역 분위기를 흐리게 되면 고인 썩은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점에서 명예욕 문제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대체로 전설적인 존재는 자연에서 온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귀신은 사람으로부터 온 경우가 많다. 자연은 경이로움으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귀신은 왜일까. 단순히, 사람인데 사람이지 않아서? 아니면 남들이 모르고 있는 자신만의 죄의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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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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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속에서 가장 잔인한 살해방법이라면 단연 토막살인이다. 단순한 운반 목적이나 신원을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는 하지만, 거기에도 해당되지 않으면 대체로 정신이 나갔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토막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상상할 수 있는가?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기상천외한 미스터리가 특징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답게, 토막살인에 의한 토막살인을 위한 미스터리다. 토막살인이라는 게 잔혹성 또는 트릭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왜 토막이 일어났나, 왜 이런 토막이 벌어졌나 하는 걸 따지다보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목베기는 기본이고 오체분시에 거기에서 더 세밀한 토막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서 토막살인의 집대성이라 해도 될 정도다. 이것만 들어도 엄청 잔인하겠다 싶겠지만, 이상하게도 각 토막살인 사건의 관계자들은 너무 담담하게 지켜본다. 게다가 분위기가 좀 웃기게 흘러가는 구석이 있어서 블랙유머틱하다 해야겠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진지한 면이 별로 없는 편이라 무거운 느낌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다.

 많은 토막살인 중에서 가장 독특했던 것은 제 5인 해체 수호였다. 보기에는 시시할지 몰라도 토막살인이 반드시 잔인할 것이라는 점을 깬 것이라 가장 인상 깊었다. 이를테면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도 죽지 않은 일상 토막살인 미스터리랄까.

 이 연작집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세세한 수사장면이 생략되거나 사건에 직접적인 개입없이 간접적으로만 추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미 벌어지고 있거나 끝난 사건의 전개과정을 듣기만 하고 아마 진실은 이럴 것이다, 하고 추측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가 주연으로 나오는 부분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우연이 조금 지나친 면이 있어서 이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름 기발하고 맞는 것 같은 추리라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우연과 만약에라는 가정만 난무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탁상공론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게 작가의 완전 초기 작품이라는 점과 마지막 반전에 달렸다. 그 반전도 잘 이해하면 충격적이지만, 그냥 보면 그냥 정신없게 엮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최신작이 이 정도였다면...

 참고로 여기에 등장하는 치아키는 작가의 시리즈 작품인 닷쿠 & 다카치 시리즈(한스미디어에서 번역판 발행)에 나오는 다카치 치아키다. 시리즈를 먼저 접했다면 작가의 데뷔작 속의 치아키를, 해체원인을 먼저 봤다면 시리즈 속에서 이어지는 치아키를 보면 좋을 것이다.

 제목이 치아키의 해체원인이지만, 치아키라는 인물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몇 파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치아키냐? 그건 결말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은 토막살인 단편집이 아닌, 토막살인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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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앙 헬러
앙리 코뱅 지음, 성귀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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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의 시초는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장편 추리의 시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코그. 그리고 추리의 열광을 이끈 주역이자 사립탐정의 시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라 알고 있었다. 이 흐름사이에서 앙리 코뱅의 막시밀리앙 헬러가 끼어들어서 적지 않이 놀란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막시밀리앙 헬러가 셜록 홈즈의 원조일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서문에서 보아하니, 이 문제는 서양에서는 은근히 많이 다루어진 문제인듯 한데 막시밀리앙 헬러가 이번에 처음 번역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각종 연구에서 막시밀리앙 헬러와 셜록 홈즈의 연관성을 분석했듯이 이번에는 우리의 의견이 만들어질 차레인듯 하다.

 쥘 H의 부탁으로 변호사 막시밀리앙 헬러의 건강상태를 보러온 나. 상당히 괴짜스러운 모습에 당황하고 있던 중, 경찰서장이 방문을 해 사건 참고인으로 막시밀리앙을 부른다. 은퇴한 은행가가 독살당한 사건의 용의자가 막시밀리앙이 사는 곳에 살던 정황 때문이었는데, 막시밀리앙은 그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면서 자리를 떠난다. 다음날 쥘 H는 독살당한 은행가를 직접 부검했다고 알리면서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논란의 중심인 막시밀리앙 헬러의 첫 인상은 괴짜스럽고 비범하지 않은 게 확실히 셜록 홈즈를 떠올릴 만 했다. 거기에 서술자가 의사라는 점까지 보면 왓슨 박사의 포지션까지 완벽하다. 다만, 막시밀리앙 헬러의 서술자는 그를 처음에 환자로서 만나고 이 사람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구나, 하는 어조로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 조금 친한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더 가깝게 보였다. 하숙집에서 룸메이트로 만나는 셜록과 왓슨을 생각하면 이건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이 서술자가 왓슨처럼 막시밀리앙과 붙어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단순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것에 더욱 확신이 간다.

 분량에 비해 사건 스케일이 거대한 편이다. 그냥 단순한 사건으로 보였던 것이 엄청난 거대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홈즈의 첫 장편인 <주홍색 연구>를 연상시킨다. 거기에 독살, 암호문, 변장, 잠입액션, 화학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어서 이 한 작품 안에서 충분히 막시밀리앙 헬러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다만, 홈즈와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이올린에 권투, 펜싱, 고문서 연구 등의 능력을 가진 홈즈에 비해 막시밀리앙은 변호사 출신에 범죄 수사에 도움되는 요소와 글쓰기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대로 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픈 모습을 자주 보여서 홈즈 같은 천재의 이미지 보다, 두뇌 사고가 폭주해서 제어하기 힘들어 하는 보통 사람의 이미지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 한 권으로 끝났다는 게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는데, 마치 설록 홈즈가 <주홍색 연구> 하나로 끝이 난 것 같은 인상과 비슷하다. 나름 모리아티 교수 만큼 악질적인 범인을 충분히 구상할 수 있고, 막시밀리앙의 개인사나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어내지 않은 상황이라 후속의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일단 셜록 홈즈가 막시밀리앙 헬러를 표절한 것이냐 아니냐에 생각을 말하자면, 셜록 홈즈의 그림자가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지만 표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막시밀리앙 헬러가 셜록 홈즈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기초는 막시밀리앙 헬러에서 참고 했을지는 몰라도 그 위의 토대는 아서 코난 도일 본인의 역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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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B 엑스파일
레이 가튼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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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퀘스트_레이 가튼


 1997년 8월 2일 캘리포니아. 멀더와 스컬리는 심장이 폭발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가정에서는 심령현상을 조사하는 쇼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멀더는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는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방송에서 찾아보면 심령스팟을 찾아다니며 소개하고 심령현상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온갖 장비를 이용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의 증거를 발견하고, 그 현장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든 방송 촬영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이 있었다.

 굳이 심령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방송촬영을 하는 종종 조작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악마의 편집이라는 것부터 있지도 않은 상황 연출. 아무리 프로그램 쇼라고는 하지만 연출과 실제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작중에서는 미스터리 현상이 비유로서 쓰였지만, 현실에서 방송조작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심해왕_팀 딜


 2000년 5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앞바다에서 선박 습격 사건이 벌어진다. FBI에서는 인근 해적들의 소행으로 보려고 하지만, 사건 관련 영상이 돌면서 멀더와 스컬리가 조사하러 떠난다. 중동문화로 인해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습격당한 선박을 조사하던 스컬리는 피바다 속에서 무지개 빛의 비늘조각을 발견하는데...

 바다와 관련있고 등장하는 괴생명체의 생김새를 보고서 크툴루 신화의 데이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다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는 괴생명체는 보다 더 중동 신화적인 면이 강하다고 해야겠다. 솔직히 이집트 신화처럼 유명한 신화라면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지만, 메소포타미아 신화처럼 다채로운 구성이 있어도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꽤 의미 있게 보이기도 하다.

 배경이 배경이다보니 중동문화에 대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크게 비판적인 면은 없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개인적 불편함과 알라딘으로 한정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중동 신화를 다양하게 활용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하수관_지니 코흐


 1990년 12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멀더는 단순 실종사건이라 여기지만, 1963년에 벌어진 악어 인간 사건과의 유사점을 무시하지 못하고 당시 수사관이던 아서 데일리를 찾아간다. 데일리는 당시, 놈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생각에 멀더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데...

 미국의 대표 도시전설인 하수도의 악어를 다루는 내용이다. 다만, 그냥 돌연변이 괴수에 가깝기보다는 뭔가 주술적인 분위기가 강한 특징이 있다. 좀 특이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게 보통 하수도의 악어 괴담은 버려진 애완악어의 변이나, 야생 악어가 침범해서 발생한다는 래퍼토리가 많은 편이라, 이 괴담을 종교 주술로 해석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다.

 스컬리가 파트너가 되기 전의 내용이라 스컬리를 만나기 전에 멀더가 어떻게 지냈는지 많이 나온다. 몇몇 시즌의 특정 에피소드와 연관성 있는 내용이라 엑스파일 드라마를 오래 전부터 보아왔다면 익숙한 인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달빛_W. D. 갈라이니, 데이비드 밴턴


 1994년 10월 4일 캐나다 오타와 남부. 멀더와 스컬리는 폭설을 뚫고 한 죄수를 호송 중이다. 뒷좌석에 수갑을 차고 누워있는 카를로는 계속 오늘은 집 밖을 나서면 안 되는 날이라며 호소하지만, 멀더와 스컬리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계속된 폭설에 결국 멀더는 가까운 모텔에 차를 세우게 된다. 스컬리가 프런트로 나간 사이 멀더는 카를로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면서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제목으로만 유추해도 다들 알 법한 유명한 전설의 오컬트 생명체가 주제가 되는 내용이다. 이 단편을 세, 네 페이지만 읽어보면 웬만해서는 뭐가 주제로 쓰였는지 단 번에 알 수 있기에 여기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큰 복선이나 사건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주제가 되는 오컬트 생명체의 정체에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서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분명 이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여기서 벌어진 사건의 구조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냥 정체를 알 수 없게 애매모호한 것도 아니고 여기저시서 암시를 뿌리고 다녀서 예측이 가능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겠다는 상황도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정체는 알 수 없거나,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 되버렸다. 이건 앞서 Part A에 있던 <긴장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스터리적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눈에 담겨 있다_헤더 그레이엄


 2009년 10월 30일 메사추세츠추 에섹스 카운티에 위치한 괴물 모형 상점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상점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해나 바턴은 시체 모형 인형이 살인을 저질렀다 주장하지만, 진지하게 듣는 건 멀더 뿐이다. 이어서 인근 묘지에서도 벌어진 기이한 일도 조사하던 중, 멀더와 스컬리는 상점 점장이 외계인을 보았다는 주장을 듣게 되는데...

 인형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인형에 대한 괴담부터 유명 공포영화인 사탄의 인형까지 연상되었다. 그런데 외계인으로 직결되서 다소 흥미가 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나름 소름끼치는 상황을 만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도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는데, 역시나 SF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정형화를 불러와 수 많은 예를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반드시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지적하였다. 솔직히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앞에서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었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눈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인데, 사실 사람의 신체 기관 중에서 겉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은 눈 밖에 없다고 본다. 눈에서 뭔가 이상한 걸 느낀다면 괜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히코리 언덕의 집_맥스 앨런 콜린스


 1997년 12월 29일 메사추세츠 주, 베네위치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기피하고 있어서 그곳으로 이사 온 해더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어느 날 밤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깬 헤더가 집 전체가 기묘하게 요동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언니 채리티가 납치를 당한다. 그것도 수십 년 전 이 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오래된 집에서 발생하는 괴이 현상이라는 점이 딱 아미티빌 호러와 비슷해 보일 법했다. 하지만 아미티빌은 말 그대로 호러미스터리로 끝나는데, 히코리 언덕의 집은 오컬트와 현실적인 범죄가 서로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하고 있는 구성이라 신비롭게 보였다.

 사건 자체가 미스터리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나왔던 외계인의 존재가 은폐되는 등의 음모론적이지 않고, 또 완벽하게 스컬리가 주장하는 현실적인 사건이 아니기도 해서 추리소설적인 구성과 호러미스터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멀더의 마지막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스컬리, 당신도 거기 있었어야 해요."


 시간_게일 린스, 존 C. 셀던


 2000년 메인 주 포클랜드에서 세 명의 아이들이 FBI가 관리하는 옛 군사기지 벙커의 괴현상이 발생하는 창문 너머로 사라진다. 멀더와 스컬리는 그 창문이 시공간 균열로 발생한 통로라 여기고 창문 너머로 아이들을 구조하러 간다. 창문 너머는 지금의 포클랜드와 비슷하면서 완전 다른 곳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기묘한 기체덩어리가 출몰하고 있었는데...

 시공간 이동이라는 다소 복잡한 전개임에도 엄청난 스릴러가 느껴졌다. 그냥 시간여행과 달리 과거, 미래,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습격까지.

 현실과 비슷한 이세계에서의 정체불명의 습격자라는 배경도 공포 그 자체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섭게 느껴진 것은 시간이었다. 현재의 내가 잠깐 사이에 다르게 변하는 것, 그 잠깐의 변화가 시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착각을 주기도 했다.



 조각상들_케빈 J. 앤더슨


 1995년 5월 11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자원개발 회사 탐사원이 사람들 앞에서 석화되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컬리는 중금속 오염이 의심된다고 여기고 멀더와 함께 탐사원이 자원조사를 했던 곳을 지나던 중 한 괴짜 조각가를 만난다. 조각가의 행동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본 멀더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담당자를 만나러 가는데...

 처음 제목을 보고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천사 조각상들 같은 내용인가 했는데, 전혀 성격이 다른 내용이었다. 생명체의 석화가 은근히 신화나 전설 속에서 많이 나오는 요소인데, 다소 과학적인 접근으로 해석한 것이 돋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마지막치고는 상당히 끔찍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했다.

 석화가 주제로 나오는 와중에 예술에 대한 몇몇 시각도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예술이라는 논조를 보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처럼 오브제 작품을 쓰레기라 평하고 차별하는 시선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작품 속 석화된 사람을 생각하면 예술의 잔혹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움을 창조해도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끔찍한 도륙일지도 모른다. 정교한 예술품이라도 나쁜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국은 타인을 무자비하게 갈아넣은 희생의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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