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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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 사진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다. 한정된 분량에서 한정된 장면을 잘 찍으려 노력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사진관은 정겨운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다양한 카메라들로 무한정으로 찍을 수 있게 된 지금, 점차 축소되는 사진관 만큼 그때의 정겨움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지금도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한장 한장에 담긴 여운이 깊게 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옛날 사진일 수록 뭔가 깊은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쓰라기 마유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사진관을 정리하러 고향 섬을 방문한다. 카메라하면 진절머리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정리를 하던 마유는 인화를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에는 몇 십 년 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찍힌 남자가 있었고 마침 사진 속 남자가 사진을 찾으러 방문하는데...

 비블리아 고서당 작가다운 소소한 분위기와 쓸쓸함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사실, 사진관이 폐업한 분위기에 인물들 사이에서 크게 밝은 분위기가 없기 때문에 쓸쓸함에 더 크다 할 수 있다. 사진 하면 좋은 기억이 남고는 한다만, 니시우라 사진관의 사진에서는 좋은 기억이 그렇게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로 의문의 사진을 가지고 사연을 알아내는 과정이 주 내용이다. 사진과 관련된 전문 지식이 나와서 설명을 보충하고, 주인공의 관찰력이 대단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사진을 가지고 추리하는 과정이 주인공의 머리 속에서만 전개되서 자세히 서술되지 않고 그냥 결론만 도출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싱거울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남모르게 자만심을 가진 적이 있어서 마유의 사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나에게 특출난 점이나 자랑할만한 이력이 있다고 한들, 그걸로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함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자만 때문에 자기혐오에 빠지고, 말실수 하지 않기 위해 묵언으로 생활한 때가 작중 마유의 상태와 거의 비슷했다. 지금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어디에선가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생각하는 게 많다. 내가 알고 판단하고 있는 게 잘못된 것인지, 의도가 없었지만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건 아닌지.

 현대의 필름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까지만 접해본 입장에서 오래된 사진기의 원리와 암실의 이용, 그리고 옛날의 사진기술을 보면서 상당히 신기했다. 옛날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이나 나오는 과정을 생각하면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냥 필름이 없으면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는 희귀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시절 그 장면을 찍을 때의 과정까지 담겨 추억 자체라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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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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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추억은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좋은 기억이 현재의 나를 심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같은 힘겨운 때에서 벗어나 차라리 옛날, 친구들과 즐겁게 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던가. 어린 시절이 더 행복했던가. 이런 식으로 현재에서 과거를 갈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 좋은 추억이 있으면 차라리 낮겠지만 나쁜 기억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현재에 재앙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 과거의 그림자는 기억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니시도쿄 구의 전화상담센터로 자살시도 중인 남자의 연락이 온다. 그는 일종의 전화게임으로 하루마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고 알린다. 상담원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느끼고 정부기관에 연락을 취하지만, 현장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밧줄과 그 뒤에 있는 절벽에 남은 투신 흔적 밖에 남은 건 없었다. 한편, 호러미스터리 작가로 활동 중인 하야미 고이치는 얼마 전 옛 친구인 다몬 에이스케의 심상치 않은 전화를 생각하던 중 경찰이 찾아와 에이스케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게 되고 옛 친구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데...

 민속학적인 괴기스러움이나 옛스러운 분위기가 특징인 다른 작품과 달리 현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인 민속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현대에 남은 옛날의 흔적에 불과하고 작중 인물 중에서 이러한 요소와 가까운 인물이 없기에 깊은 해석은 없었다.

 현대의 부조리한 면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 있어 그 중 몇 개는 작가가 실제로 경험했거나 들은 얘기가 아닌 가 싶을 정도였다. 그냥 경제가 어렵다, 실업율이 높다, 라는 식으로 전체적인 설명이 아닌 개개인의 삶을 자세히 비추며 그 속에 있는 부조리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상당히 많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호러 미스터리 구성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조리함이 넘처나는 현대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공포스러운 요소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 자체를 무섭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대체로 미지라는 불특정적인 공포지만, '다레마가 죽였다'로 불리는 놀이가 만드는 기묘한 분위기가 모든 공포를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 뭔가 익숙한 분위기이기는 한데, 어딘가 이질적인 게 있다. 그리고 그게 익숙한 것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는 생각이다.

 추리적인 면을 보면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특별한 트릭 같은 게 전무하다. 그저 과거의 기억과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 속에서 단서를 찾는 것 밖에 없다. 거기에 연쇄살인 자체에서도 별게 없어서 알맹이만 크고 속은 텅비었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중 인물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나름 현실적인 전개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를 가장한 탐정역할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의 도조 겐야를 비롯한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도 많이 있지만, 여기에 나오는 작가 하야미는 괴짜스럽지도 않고 천재적인 기믹도 없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게다가 어딘가 어설픈 면까지 있어서 보통 사람이 탐정 코스프레 하는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런 인물이 엄청난 추리력이나 해석을 보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후반부 들어서 어딘가 급하게 전개가 되는 듯한 부분과 좀 지나치다 싶은 우연, 그리고 완전한 미스터리로 남기고 싶은 의도였겠지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설명이 부족하게 보이게 만든 부분이 좀 흠이긴 하지만.

 민속학 요소로 과거의 흔적을 분석하던 걸 생각하면,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작가의 눈과 귀로 현대를 분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민속학 요소를 볼 때는 도조 겐야처럼 봤다면, 현대를 볼 때는 작중 인물들처럼 평범한 위치에서 담담하게 보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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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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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가오고는 한다. 일상적인 것에서는 스토킹, 납치, 소매치기,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가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테러나 허용치를 넘어선 검열과 감시가 보이지 않는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위협을 부르는 인물이 정말 미친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하지만, 정작 잡힌 범인은 일상에서 전혀 문제없이 살아온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있다. 단순히 사이코페스라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그냥 은퇴 형사와 미제 사건의 범인이 벌이는 대결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에 산재된 각종 문제가 결국 어떻게 터져 나오고 보이지 않는 위협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은퇴한 형사 빌 호지스 앞으로 발송지가 미상인 여러 개의 편지가 배달된다. 발신자는 다름아닌 2009년 취업박람회장에 메르세데스로 돌진해 수 많은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 일명 메르세데스 살인마였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명명된 이 살인마는 호지스를 향해 온갖 자만심을 들어내며, 대화를 하고 싶으면 편지에 적힌 사이트로 접속해 보라고 하는데...
 스티븐 킹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만 보고 읽기에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몇몇 독자의 기대와 다를 지도 모른다. 일단, 알아두어야 할 점이 스티븐 킹의 일상적인 스타일과 하드보일드라는 탐정소설의 특성이다. 하드보일드는 기존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트릭이나 암호 같은 것이 나오지 않고, 흔히 말하는 뒷조사나 하는 현실적인 탐정 모습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셜록 홈즈나 일본 추리소설에 많이 나오는 천재 탐정 같은 것과 거리가 멀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대실 해밋, 요즘 작가로는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의 하라 료가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여기에 스티븐 킹 식의 잔잔하면서 자세한 일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범인과 대결 구도인 상황에서 뭔가 확확 진행되고 치열한 대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좀 답답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빌 호지스에 대해 보자면, 하드보일드 주인공 답게 누추하게 시작하지만 점자 의욕이 생겨 움직이는 걸 보면서 마치 삶의 원동력이라는 열쇠를 잃어버려 방치된 차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최신기기에 까막눈이어서 종이와 펜으로 조사하는 모습이, 레이먼드 챈들러 시절의 하드보일드 탐정이 노년이 되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퇴직 형사라는 위치에서 오는 일종의 죄책감이 많이 보여서 편견을 버리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냥 무심코 넘겼다가 나중에 큰일이 터지는 것만큼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건 없을 것이다.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방치했다는 죄책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건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른다.
 호지스의 상대, 메르세데스 살인마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냥 세상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사이코에 가까우면서, 1995년에 일어난 오클라호마 테러 사건의 백인극우주의 테러범과 비슷하게 보였다. 그의 심리상태와 일생이 자세히 나오다보니, 한 살인마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굴곡과 사건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정의 붕괴와 절망 속에서 도저히 희망을 찾아볼 수 없으니 결국 할 수 있는 건 남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비난하는 것밖에 남는 게 없다. 사람이 극한에 몰리면 잔인해 진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누구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되버리고 이 잔인성이 무차별 테러나 대량살인으로 표출되는 걸까? 그 이유를 모르니까 메르세데스 살인범 같은 이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세상을 표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는 미치도록 힘든데 세상은 멀쩡하게 돌아가니, 그들의 눈에는 세상이 절대적인 악이고 미친 것이나 다름없게 보이는 것이다.
 앞서 말한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직접적인 면도 있긴 있었지만, 간접적인 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컴퓨터, 인터넷과 관련된 부분인데 해킹이나 사생활 침해, 불법매매 같은 사이버 범죄가 도를 넘어서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먼 미래에는 컴퓨터를 통해 범죄자가 집에 침입하 일이 벌어지고, 손 쉽게 엄청난 범행도구를 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름 발전된 시대라고는 하지만, 빌 호지스의 시선으로 보다보면 여러모로 답답한 구석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물론 호지스가 컴맹에 현대기기에 까막눈인 옛날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긴급상황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쓸때 없는 과정이 줄줄이 이어져 있고 거기에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속이 터지는 건 컴맹의 유무와는 상관없는 문제이다.
 제목이 미스터 메르세데스이면서 왜 표지에 피로 범벅이된 메르세데스는 없고, 핏줄기 속에 파란 우산이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읽어봤다면 작중에 나오는 어떤 특정요소와 범인을 연결지어 나타낸 것이나 대량살인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 핏줄기 속의 우산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핏줄기가 쏟아지는 외부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우산 아래로 왔지만, 그건 가까이에서 덮칠지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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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조선 -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유승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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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살인이라는 것이 성립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전까지 있었던 그냥 죽음에서 죄의 명목을 붙여 파생된 살인은 역사 곳곳에서 크고 작게 영향을 끼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각종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과거에도 상당한 사건들이 있었다. 영국의 잭 더 리퍼 연쇄살인, 미국의 블랙달리아 사건 등등.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어땠을까?

 조선시대 역사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여기저기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만, 대부분 왕권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역사의 한줄기에 해당되서 더 세세한 역사 속에 있었던 사건들을 알 수는 없었다. 중요 역사가 아닌데도 굳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선시대는 선비, 한글, 유교로 전부 설명할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직위한 왕의 행보와 그 시기에 있었던 국제적 사건 외에도 서민들의 생활상이 있기에 한 시대라는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여럿이 있었다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건, 즉 각종 범죄들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살던 곳은 다 그렇듯이 아무리 유교가 널리 유포되어 있던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범죄는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계형 범죄나 살인사건 정도로만 예상했었는데, 조선시대에 있었던 범죄는 약간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복수에 대한 관대함과 폭행 사건에서 주범을 가리고 그 밖의 개개인의 잘못의 정도를 따지는 것, 미신적인 것도 범죄에 해당된다는 점이 그랬는데, 현대에는 전혀 나올 수 없는 판결임에도 조사 과정이 세세하고 끊임없는 재검토를 통해 실수나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진지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 현대의 조직폭력배에 해당되는 검계, 묘자리 분쟁, 소도둑, 각종 비리 문제까지 있어서 조선시대에도 범죄가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남겨진 기록의 양 때문에 다양한 왕조 시기의 사건이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정조 시기의 사건 기록에서 다양한 수사기법과 수사관들의 철저함이 돋보였다. 여기에 당대의 유명 학자이자 수사관이었던 정약용의 범죄수사에 대한 열정이 더해져서 당대의 범죄수사 과정이 잘 되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시대적 한계점이 있는 점이나 정약용 이외의 수사관들은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단순한 사건부터 도륙에 가까운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같은 걸 보다보면 그 당시의 정서를 느낄 수도 있었다. 복수의 정당성, 음주 문제, 한양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같은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그 동안 생각하던 조선시대는 너무 미화되어 있었다고 여길 정도였다.

 조선시대 사건 기록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조선 중기의 범죄기록에서 나온 밑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현대에는 지위 높은 사람이나 재력가가 저지르는 범죄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넘어가거나 은폐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조선 초중기에는 사대부 집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철저히 수사하고 가중 처벌하는 것도 모자라 중간에 은폐나 비리가 있으면 해당 수사관까지 처벌했던 모양이다. 지금의 각종 사건이나 범죄를 생각하면 밑 사람에게 본 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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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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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설화나 전설을 보면 한 맺힌 내용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것도 약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어 복수하거나 저주받는 경우. 오래 전부터 이어오며 나름 교훈을 주고 있지만, 지금도 빈번이 옛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일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인과응보를 돌아보지 않고, 옛날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니 과거의 전설이나 설화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형태가 조금 바뀌거나 아니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해무도는 겉으로 보면 괴담과 전설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는 공포소설로 보이지만, 내적으로 보면 추리적인 요소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게 딱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느낌이다. 국내 미스터리의 참신한 시도만큼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치수는 은사인 정 교수의 부고를 듣고 그의 자택이 있는 섬으로 향한다. 섬까지 배를 몰아준 김 선장은 섬의 전설이 어떻느니, 한옥저택은 불길한 곳이니 하며 치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선장의 아들의 도움을 받아 저택이 있는 산 너머로 향한다. 하지만 저택은 비어있어 허탈해 하고 있는 상황에 김 선장과 다른 선장인 강배, 그리고 마을 처녀인 초희, 그리고 정 교수의 두 딸까지 저택에 모인다. 정 교수의 딸은 육지에 있는 정 교수 시체의 머리가 사라졌고, 분명히 이 저택에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익숙한 추리적 구조가 많이 보여서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다. 클로즈드 서클부터 밀실, 거기에 고전 미스터리나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에서 많이 나오는 저택 미스터리의 국내 버전 같은 배경. 기존의 구조를 사용하면서 국내 배경에 적용한 점이 정말 참신하게 보였다. 탐정역할 역시, 갑작스럽게 급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타나서 어색하지 않았다.

 호러적인 면도 훌륭했다.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가 사람 같지 않은 것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귀신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게 특징인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음산한 분위기와 전설 속 존재가 공존하는 이상 도저히 귀신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명예욕과 폐쇄적인 섬 문화의 문제점이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고 그걸 은폐하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건 이미 뉴스를 봐도 예삿일이라 할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명예욕이 극한에 다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나타나 있어서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걸 저지르는 것들이 많은데, 이게 심해지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섬 문화에 대한 점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과거에 벌어진 수 많은 사건들을 생각하면 명예욕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섬에 사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때문에 지역 분위기를 흐리게 되면 고인 썩은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점에서 명예욕 문제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대체로 전설적인 존재는 자연에서 온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귀신은 사람으로부터 온 경우가 많다. 자연은 경이로움으로 인해 공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하지만 귀신은 왜일까. 단순히, 사람인데 사람이지 않아서? 아니면 남들이 모르고 있는 자신만의 죄의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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