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포소설가 놀놀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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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님의 에세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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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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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에 대한 인상은 여러모로 묘하다. 자유로운 영혼, 변덕쟁이, 키우는 게 아니라 집사처럼 대접해줘야 하는 반려동물. 조금 복합적인 인상이면서도 결론은 귀엽다고 할 수 있다. 잠깐이었지만 고양이 한 마리와 지내본 경험이 있기에 가끔 길에서 보면 반가움이 앞선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요녀석들이 보는 세상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진짜 집사를 필요로 하는 냥반인 걸까. 이런 상상을 담아 나온 것이 바로 이토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는 고양이 시점에서의 세상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주로 명화나 문화재를 바탕으로 한 패러디가 많이 보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양이가 할 법한 생각을 재미있게 나타낸 건 물론이고. 전지적 고양이 시점이나 다름없는 묘사로 냥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재치 있고 유쾌한 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각 그림마다 심플하면서도 때로는 인상적으로 보이는 고양이 세상을 재치 있게 나타냈다. 때로는 장난끼 넘치게. 때로는 엉뚱하게. 사고 쳐 놓고도 당당하게. 고양이만의 상상이 들어간 환상적인 이상향. 고양이 입장으로 나타낸 역지사지. 밝고 유쾌한 그림 위주로 들어 있지만 종종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몇 개 있었다. 노묘 관련 그림과 로드킬이다. 아무리 날래고 제멋대로 구는 녀석들이라도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렇다. 로드킬의 경우는 역지사지 형태로 그려낸 것이지만 길고양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나 다름없다보니 어딘가 인상 깊게 보인다.

 

 패러디 그림의 퀄리티가 생각 이상으로 높게 보여서 놀랐다. 그냥 고양이가 끼워져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명화 같은 경우는 그림 느낌을 거의 비슷하게 재현한 것이 많아서 그렇다. 다른 것들도 다 좋았지만 부적 그림이랑 토리천왕 그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멋지게 봤다. 무엇보다 단순 패러디라 하기는 고양이 매력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디에 넣어도 잘 어울리고. 원래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자연스러움. 그런데 다른 기법으로 해야겠다는 말이 있는 거 보면 이렇게 재현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다.

 

 고양이가 있어서 좋은 삶.

 고양이를 통해 받는 영감.

 고양이를 덕에 나오는 뜻밖의 아이디어.

 고양이가 있어서 나오는 그림.

 

 무한한 고양이 세계로 빠져들기에 이토리와 함께 하는 이 만화가 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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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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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기억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망각의 너머로 숨겨버린다. 굳이 주변에 알려서 좋을 것도 없고 기억해 둬봐야 현재의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히 기억하면서 고통 받거나, 잊어버리고 살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언제 어떻게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의 나를 덮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갑작스럽든 의도적이든 말이다.

 

 비행기 조종사 한준은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서 병원에 실려 가게 된다. 병원에서는 햇빛 공포증이라는 희귀병 판정이 내려지고, 담당의인 주승의 최면치료를 통해 과거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나면서 한준은 점점 고립되어 가는데...

 

 주인공 한준을 점점 고립시키고 압박해오는 전개와 그 뒤에서 잔혹하게 계획을 진행시키는 인물의 그림자. 이 둘의 구도가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인접해 있고, 과거 강제 입원이 가능했던 시절의 정신병원하면 많이 떠올릴 법한 긴장감과 답답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단순 불법 의료현장을 다룬 것이 아니라 특정인물의 과거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즉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해당되기 때문에 무엇이 정확한 사실인지 파악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일관성이 보인다면 모를까, 각자 자신의 시점과 느낌을 중심으로 주장하는 기억들이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그래서 당사자들 간의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고 상황만 악화되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주로 현재 시점과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과거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과거 문제가 중요 쟁점이긴 하나, 표면적으로는 정신병동 강제입원이라는 의료적 문제가 나타나 있어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보이는 차이점은 이렇다. 의료적 문제는 독자 시점에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 상황을 작중 인물이 어떻게 풀어나가는 가를 보는 형태고. 과거 문제는 현재의 한준이 겪는 일과 과거 시점을 통해 추측해나가는 형태다. 공통점이라면 양쪽 다 긴장감과 스릴을 준다는 것이다. 물밑에서 아무도 모르게 벌어지는 불법 의료 현장을 고발하는 과정. 뚜렷한 윤곽을 알 수 없지만 아주 끔찍한 광경으로 가득 차 있는 과거의 모습. 이렇게 현재와 과거 양쪽에서 압박을 가하는 구도라 긴장감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차차 밝혀지는 망각 너머의 기억은 상상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 어느 한 쪽의 문제라 할 것 없이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시기를 넘어 과도한 혐오감으로 물든 열등감. 어른들의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아이. 미숙한 감정 표현으로 인해 생겨버린 깊은 오해.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의도치 않은 비극. 일종의 나비효과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소하게 벌인 일이 점점 커져서 미래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악순환. 누가 먼저 시작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고 책임을 전가할 시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만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남을 없애야 한다는 건 곧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또한 자신이 벌인 행위의 영향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결국 쓸 때 없이 집착할수록 시간 낭비하고 망가지는 건 자기 자신이다.

 

 작중의 의의는 확실히 이해할만 하다. 결말 역시 묘한 분위기로 인상 깊게 보였고. 하지만 과거에 대한 부분이나 정신병동 내의 긴장감을 깊게 다룬 나머지 마무리가 살짝 급한 감이 있어 보인다. 촘촘하게 만들어 놓은 덫을 하나하나 간파하다가 마지막에 허를 찌르는 것까지는 좋았다. 확실한 증거물이 나오는 과정도 충분히 개연성 있고. 문제는 현재 시점을 다소 난잡하게 끝내고 과거의 진실을 정리하는 파트로 넘어가 결말을 낸 것이다. 허망함과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걸 나타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는 뭔가 마무리 지을 만한 곳이 아닌 곳에서 뚝 끊은 것 같은 인상도 적지 않다. 약간 붕 떠버렸다는 느낌과 비슷하다. 현재 시점 한정으로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면 나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살짝 아쉬운 느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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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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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대한 다양한 비유가 있지만 게임이라는 말이 꽤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승자와 패자가 있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과 손해가 존재하니까. 문제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 않는 현실임에도 공정한 게임이 아닌 반칙과 악의적인 공격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사연 있는 일도 있겠지만 대체로 가진 자들의 횡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사는 이들은 계속 위로 올라가고, 못 사는 이들은 계속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본다. 불공정한 사회의 현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밝혀내는 이들의 활약을 통해 문제의식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보상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닌, 즐기기위해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까. 현실의 상대를 짓밟고 파괴하는 걸 즐기기 위해.

 교동회관에서 활약하고 탐정사무소를 열어 돌아온 당승표와 나승만. 마치 홈즈가 베이커가의 하숙집에 자리잡듯 확고한 터전이 생긴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다. 어떤 사건 의뢰가 들어올지, 또 한편으로는 어떤 집요한 상대가 나타날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개의 사건을 다루면서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 구성이지만 1부 파트와 2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1부는 홈즈 단편처럼 서로 관계 없는 개별 사건을 다룬 내용. 2부는 세계관 속 인물들이 다시 엮이는 사실상의 메인 스토리. 어떻게 보면 작은 게임으로 시작해서 점점 큰 게임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의 두드러지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캐릭터 활용도다. 보통 시리즈물로 가면 주연 인물과 조력자 위치의 인물 외에는 거의 1회성으로 나오고 끝이다. 어쩌다가 다른 스토리에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 정해진 위치가 있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숙적이거나, 가까운 지인, 그리고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특정 스토리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경우. 그런데, 이 소설은 김민영처럼 정해진 위치 격의 캐릭터도 다시 나오면서 1회성 엑스트라로 끝날 법한 몇몇 캐릭터들까지 알뜰하게 재등장시킨다. 어떻게보면 우려먹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나온 것도 아니고 엑스트라 치고는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갑다는 인상이 더 크다. 앞으로도 이런 구성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려면 작품들 간에 조금씩 텀을 두고 등장시켜야겠지만.

 살인사건 위주의 사건만을 다루지 않은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추리소설하면 대부분 살인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탐정=살인사건 조사>라는 공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탐정 소설의 원조나 다름없는 홈즈 단편을 몇 개만 찾아봐도 살인 사건을 다루지 않은 내용이 꽤 있다. 홈즈보다 그 이전에 존재한 탐정의 시초인 오귀스트 뒤팽 역시 <도둑맞은 편지>라는 살인사건이 아닌 추리 단편이 있고. 이런 부분을 보면서 탐정 소설로서의 초심을 제법 잘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과학적인 요소가 들어간 트릭은 여전히 기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당승표의 추리나 침착하고 능청스럽게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은 진짜 탐정다운 느낌이고, 나승만 경감은 직관적이면서도 생각 이상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만능 그 자체라 여러모로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김민영의 경우는 제대로 존재감을 보이는게 후반부다 보니 다소 입지가 약했지만 서브 추리담당으로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살인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적절히 섞어 넣은 건 확실히 좋았다. 마지막 최후의 대결이 다소 급하게 전개됐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한 것에는 이견 없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사건을 길게 다루는 장편도 한 번 쯤은 나오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현재 나당 탐정사무소 멤버라면 장편 하나의 스토리를 끌고 가기에는 충분하게 보이니까. 물론 소설을 구상하는 건 작가 마음이고 현재의 단편적인 구성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독자 혼자서 생각해보는 하나의 가정 정도로 여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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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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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을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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