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조선 -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유승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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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살인이라는 것이 성립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전까지 있었던 그냥 죽음에서 죄의 명목을 붙여 파생된 살인은 역사 곳곳에서 크고 작게 영향을 끼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각종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과거에도 상당한 사건들이 있었다. 영국의 잭 더 리퍼 연쇄살인, 미국의 블랙달리아 사건 등등.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어땠을까?

 조선시대 역사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여기저기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만, 대부분 왕권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역사의 한줄기에 해당되서 더 세세한 역사 속에 있었던 사건들을 알 수는 없었다. 중요 역사가 아닌데도 굳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선시대는 선비, 한글, 유교로 전부 설명할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직위한 왕의 행보와 그 시기에 있었던 국제적 사건 외에도 서민들의 생활상이 있기에 한 시대라는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여럿이 있었다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건, 즉 각종 범죄들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살던 곳은 다 그렇듯이 아무리 유교가 널리 유포되어 있던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범죄는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계형 범죄나 살인사건 정도로만 예상했었는데, 조선시대에 있었던 범죄는 약간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복수에 대한 관대함과 폭행 사건에서 주범을 가리고 그 밖의 개개인의 잘못의 정도를 따지는 것, 미신적인 것도 범죄에 해당된다는 점이 그랬는데, 현대에는 전혀 나올 수 없는 판결임에도 조사 과정이 세세하고 끊임없는 재검토를 통해 실수나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진지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 현대의 조직폭력배에 해당되는 검계, 묘자리 분쟁, 소도둑, 각종 비리 문제까지 있어서 조선시대에도 범죄가 상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남겨진 기록의 양 때문에 다양한 왕조 시기의 사건이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정조 시기의 사건 기록에서 다양한 수사기법과 수사관들의 철저함이 돋보였다. 여기에 당대의 유명 학자이자 수사관이었던 정약용의 범죄수사에 대한 열정이 더해져서 당대의 범죄수사 과정이 잘 되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시대적 한계점이 있는 점이나 정약용 이외의 수사관들은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단순한 사건부터 도륙에 가까운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같은 걸 보다보면 그 당시의 정서를 느낄 수도 있었다. 복수의 정당성, 음주 문제, 한양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같은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그 동안 생각하던 조선시대는 너무 미화되어 있었다고 여길 정도였다.

 조선시대 사건 기록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조선 중기의 범죄기록에서 나온 밑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현대에는 지위 높은 사람이나 재력가가 저지르는 범죄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넘어가거나 은폐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조선 초중기에는 사대부 집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철저히 수사하고 가중 처벌하는 것도 모자라 중간에 은폐나 비리가 있으면 해당 수사관까지 처벌했던 모양이다. 지금의 각종 사건이나 범죄를 생각하면 밑 사람에게 본 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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